캐나다 컬링의 '리빙 레전드'인 제니퍼 존스 - 브렌트 랭 부부가 한국을 찾았다.

캐나다 컬링의 '리빙 레전드'인 제니퍼 존스 - 브렌트 랭 부부가 한국을 찾았다. ⓒ 세계컬링연맹 제공

 
강릉 컬링 세계선수권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선수들 중 가장 인지도가 높은 선수는 어떤 선수일까. 컬링을 잘 아는 팬이라면 바로 캐나다의 '리빙 레전드'이자 소치 올림픽의 금메달리스트 제니퍼 존스를 언급할 테다. 

제니퍼 존스는 소치 올림픽 여자 컬링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선수다. 지천명에 가까운 나이에도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 강릉시청 '팀 킴'의 김은정 스킵이 롤 모델로 삼고 싶다며 언급하기도 했다. 제니퍼 존스는 이번 대회에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기도 했던 남편 브렌트 랭과 함께 믹스더블 대회에 출전했다.

제니퍼 존스 - 브렌트 랭 듀오는 '역시나'였다. 예선 라운드로빈을 8승 1패로 통과하며 조 1위로 결승에 진출한 제니퍼 존스 - 브렌트 랭 듀오는 "강릉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팀 킴' 선수들이 한우를 대접해주는 등 즐거운 시간도 보냈다고. 라운드로빈 직후 두 선수를 만났다.

"'팀 킴' 선수들, 한우 대접해줘 고마워"

제니퍼 존스 - 브렌트 랭 듀오는 라운드로빈 마지막 경기로 한국과의 경기를 치렀다. 한국은 강등전 끝 생존을 했을 정도로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마지막 라운드로빈 경기에서 한 점 차 팽팽한 승부를 펼친 끝에 석패했다. 제니퍼 존스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였고, 점수 차가 많지 않아 긴장되는 경기였다"며 한국전을 평했다.

브렌트 랭 선수는 "어린 선수들인데 실력이 좋다. 경기하는 것이 즐거웠다"면서, "정병진 선수와 라커룸을 같이 쓰기도 했는데, 배려심이 넘치고 간식도 나누어 좋았다"며 웃었다.

부부의 강릉, 특히 대회가 열리는 강릉 컬링센터와의 연은 꽤나 길다. 제니퍼 존스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컬링 세계대회인 2009년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에 참가했는데, 이 때 경기 장소가 강릉 컬링센터였다. 브렌트 랭 선수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때 이곳에서 경기를 펼쳤는데, 4강 진출에 성공했지만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브렌트 랭 선수는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때 메달을 놓쳐서 처음 입국할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면서도, "그래도 대회가 만족스럽게 잘 치러져서 좋은 경험이었다. 특히 선수 숙소가 바닷가 앞에 있어서, 경기가 없을 때는 바닷가를 거닐곤 했다. 나중에 또 한 번 강릉 바닷가를 찾고 싶다"며 웃었다.

제니퍼 존스 선수 역시 "2009년에 비해 강릉 곳곳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호텔도 새로 좋은 곳들이 생겼고, 여러 곳이 더욱 좋아진 기분"이라면서, "최근 방문은 남편 랭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평창 동계올림픽 때 찾았던 것인데, 그 때가 너무 좋아서 언제든지 언제든지 강릉에 돌아오고 싶었다"고 강릉을 다시 찾은 소회를 드러냈다.

특히 바쁜 대회 일정이지만 여러 즐거운 경험을 했다고. "온천도 즐겼고, 강릉의 유명한 명소도 가고 싶었는데 경기가 없을 때 강릉시청 '팀 킴' 선수들이 우리를 위해 한우도 대접해줬고, '팀 킴'의 임명섭 감독이 좋은 명소도 데려가주셨다. '팀 킴' 선수들과 오랜만에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만족해 했다.

"내 선수 생활, 누군가에게 영향 준다는 것 기뻐" 
 
 2023 강릉 믹스더블 컬링 세계선수권을 찾은 캐나다의 제니퍼 존스 - 브렌트 랭 부부.

2023 강릉 믹스더블 컬링 세계선수권을 찾은 캐나다의 제니퍼 존스 - 브렌트 랭 부부. ⓒ 박장식

 
존스 - 랭 듀오는 국내 대회는 물론 국내외 투어 대회에서도 바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들과의 시간을 어떻게 알차게 보내는지도 궁금했다. 제니퍼 존스는 "그랜드슬램 때는 자녀들이 와서 구경하곤 한다"면서, "두 딸이 우리가 선수로서 활약하는 것을 좋아하고 응원해주는 덕분"이라며, "대회가 끝나면 가족끼리 시간을 더욱 많이 보내곤 한다"고 답했다.

특히 브렌트 랭 선수는 "첫째 딸이 컬링을 좋아하고 잘 알아서 핸드폰으로 컬링 게임을 하거나 플로어 컬링 하는 것도 좋아한다. 아직 둘째 딸은 컬링이라는 게임을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경기 뛰는 것은 좋아한다"며 "두 딸이 선수가 된다면 응원을 보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꼭 묻고 싶은 질문도 있었다. 많은 한국의 컬링 선수들이 제니퍼 존스를 롤 모델로 삼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젊은 선수들은 보이는 실력만으로도, 베테랑 선수들은 임신, 출산 등의 공백에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기 때문에 그녀를 닮고 싶어한다.

제니퍼 존스 선수는 그 이야기를 듣자 "정말로 선수들이 그렇게 생각하냐, 한국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웃었다. 이어 그런 원동력에 대해 그녀는 "게임 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오랫동안 할 수 있다. 특히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도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재치 있게 답했다.

특히 제니퍼 존스는 "사실 아이들을 두고 훈련을 하거나 대회에 나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 나를 보면서 힘을 얻는다는 것을 알기에 선수 생활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브렌트 랭 역시 "아내가 배려해 준 덕분에, 그리고 달라진 점에 적응하고 서로 이야기하는 덕분에 우리가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대회가 끝난 뒤 한국에서의 일정이 또 있을까. 브렌트 랭 선수는 "이번 대회 잘 끝마친 뒤에 인천으로 간다. 골프 대회(코리아 챔피언십)이 열리는데, 귀국 전에 이 대회에 출전하는 캐나다 선수를 응원하고 싶다"며 웃었다. 제니퍼 존스 선수는 "다음 방문 때는 제주도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최근 브렌트 랭 선수는 자신이 뛰고 있던 팀에서 나왔다. 제니퍼 존스도 팀의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브렌트 랭 선수는 "다가오는 시즌에는 남자 팀에서 뛸 계획이 없을 것 같다. 당분간 가정에서 일상 생활을 보내며 아내와 믹스더블 대회를 위주로 준비할 것 같다"고 다음 시즌 계획을 밝혔다.

제니퍼 존스는 "5월이면 그랜드슬램 챔피언스 컵 대회가 열린다"며, "그 때까지 푹 쉬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편과 함께 또 한 번 믹스더블 세계선수권에 나서기 위해 준비를 할 것"이라며 웃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활약을 펼치는 두 선수는 28일 오후 6시 플레이오프를 펼친다. '컬링 숙적' 미국과의 대결을 거쳐 펼쳐지는 메달 결정전에서 두 레전드 선수가 어떤 메달을 품에 안을지도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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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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