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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화)부터 4월 15일(토)까지 2023년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이 개최됩니다. 최근의 도시·가스 요금 폭등, 작년 이태원 참사와 폭우 참사를 비롯한 재난 및 기후위기 등 삶의 위기가 노동자 시민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서울시는 이러한 위기로부터 시민을 보호할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를 탄압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부터 탄압을 뚫고, 위기에 맞서는 실천을 만들어가는 '2023 차별없는서울대행진'의 이야기를 7회에 걸친 기획연재로 전합니다.[기자말]
‘기후위기 빵점,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아웃!‘ 기자회견이 지난 4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기후위기대응서울모임, 너머서울, 서울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렸다.
 ‘기후위기 빵점,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아웃!‘ 기자회견이 지난 4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기후위기대응서울모임, 너머서울, 서울환경운동연합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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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이 오세훈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겠다. 지난 3월 9일 오세훈 시장이 직접 발표한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에 별다른 새로운 것은 없었다. 55개 사업 중 대부분은 서울시가 중장기적으로 추진 중이거나 관행적으로 하던 사업들을 쓸어 담은 것이고, '오세훈표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것은 서울항과 서울링 두 가지다.

이마저도 서울링은 같은 하늘공원 자리에 2000년에 설치하려던 '천년의 약속'의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 서울항 또한, 2009년에 14억 원을 들여 수립했다 백지화된 '서해연결주운기반조성기본설계보고서'를 2023년에 와서 재차 '서울항 조성 기본계획 및 타당성조사' 명목으로 연구용역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독 한강에 집착하는 오 시장... 이유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3월 12일부터 22일까지 20여 명 기자들과 함께 유럽 등지를 다니며, 그레이트 한강 구상을 밝히는 기자간담회를 여러 번 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함께하고 나온 기사 중에 오세훈 시장에 대해 호의적인 기사는 거의 보지 못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도심 명소인 대관람차 '런던아이'에 탑승해 도시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도심 명소인 대관람차 '런던아이'에 탑승해 도시경관을 둘러보고 있다.
ⓒ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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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나운채 기자는 '서울링·수영장·유람선 한꺼번에?…오세훈의 '한강 한풀이'(2023.3.27일자)' 기사에서 "도시가 강을 살리고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너무 많은 계획을 한꺼번에 내놓다보니 실현 가능까지 의심받는 건 문제가 있다"고 평가했다. 기자는 해당 기사에서 "'과유불급'"이라는 지적도 덧붙였다.

노컷뉴스 장규석 기자는 '오세훈은 왜 한강에 집착하나…직접 물어봤다(2023.3.27일자 기사)'에서 "머릿속으로만 그려왔던 사업들이 구체화되면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오 시장이 제대로 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라며, "설득하고 타협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그의 문제해결 방식이 앞으로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레이트 한강 구상 발표일을 택한 의도 역시 다분히 정치적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당대표선거가 막바지에 이르자 며칠 동안 보도자료를 연일 내다가, 당대표 선거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인 3월 9일을 발표일로 택했다. 그리고 3월 12일 기자들과 함께 유럽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것은, 자신의 잠재적 경쟁 상대인 정치인들이 따로 관심을 끌 틈조차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세빛섬의 기억... 약속한 반지하 조사마저 축소한 서울시장, 시정 철학 뭔가

서울시장은 한강을 포함한 물길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치수가 정치의 근본이자 기본이라 그렇겠지만, 오세훈 시장은 유달리 보여주기식 사업에 집착하는 듯하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서울시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도로나 주차장으로 복개된 하천을 생태적으로 복원할 만한 곳을 찾았다. 또 한강의 물길을 막는 구조물을 걷어내려고 마지막까지 검토했다.

지난 임기에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 오 시장의 자랑 중 하나는 세빛둥둥섬(현재 '세빛섬')이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전임 시장이 세빛섬을 완공하고도 3년 동안이나 사용을 못하게 했다며 분개했다고 한다. 그러나 2013년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서울시의 세빛 둥둥섬 조성 사업을 대표적인 세금·재정 낭비 사례로 지목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었다.

이 사건은 2015년 2월 검찰이 '혐의 없음'으로 종결했지만, 박 전 서울시장도 세빛둥둥섬을 일방적으로만 평가하지는 않았음을 상기해야 한다. 2011년 완공되고 나서도 마땅한 임대사업자가 나타나지 않아 방치되던 오세훈 시장의 작품 세빛섬을 정상화하려 시도한 이는 박원순 시장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세빛섬에 서울시 재정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논점을 비트는 식으로 말해온 바 있다. 이번 그레이트한강 프로젝트에도 서울시의 재정을 투입하지 않는 민간자본 투자 방식을 통해 '혈세 낭비'란 비판을 비켜 가려는 속셈이 엿보인다.

그러나, 한강과 같은 공공성 높은 공간을 민간자본에 내어주는 것 역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민간투자 사업방식으로 20~30년 후에 서울시가 돌려받더라도 이후에는 서울시가 낡은 시설의 관리비와 운영비를 감당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강이라는 넓디넓은 공간의 귀퉁이를 떼어 주는 게 대수인가 싶지만, 그만큼 공간이 넓은 것은 치수의 까다로움 때문이기도 하다. 오세훈 시장이 유럽에서 살펴본 대부분 하천의 하상계수는 20정도로 알려져 있다. 가물 때와 홍수 때 수위 차가 20배 정도라는 뜻이다. 반면 한강의 하상계수는 390이다. 한강에서 홍수가 나면 유럽의 약 20배의 홍수가 들이닥친다. 홍수를 대비해 그만큼 비워둬야 안전하다는 의미다. 이런 부분을 소홀히하다가 물난리가 나니, 폭우 때면 언론에 '오세이돈'이란 비난이 소환되는 것이다. 
 
‘기후위기 빵점,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아웃!‘ 기자회견에서 필자가 발언하고 있다.
 ‘기후위기 빵점,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 아웃!‘ 기자회견에서 필자가 발언하고 있다.
ⓒ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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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등 각계의 제대로 된 의견 수렴없이 지금처럼 그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를 강행하려 한다면, 오세훈 시장의 소통방식은 추후 두고두고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한강변 개발 사업을 내세워 내년 총선에서 도전할 수도, 구상대로 진행된다면 서울시장을 한 번 더 할 수도 있고, 차기 대선에 도전할 수도 있다. 그는 유럽 출장길에 동행한 기자들이 쏟아낸 고언을 새겨들을 수도 있고, 흘려들을 수도 있다.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에 대한 시민단체의 논평에 대해 "예상했던 반응"이라는 그의 답변에서 볼 수 있듯(2023.3.27일자 노컷뉴스 기사), 그러나 오 시장은 아직 새겨들을 준비는 안 된 듯하다. 그래서 아예 논평조차 하지 않은 단체도 있다. 그리고 나도 솔직히, 이렇게 말하고 싶기도 하다.

"그뤠잇, 한강! 잘한다! 오세훈, 파이팅!"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동언씨는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입니다.


태그:#2023차별없는서울대행진, #그레이트한강,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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