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세자 겸 총리이자 최근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유명인사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도 제2의 중동 붐을 주도할 실세로 평가받으며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세계 외교의 '키맨'으로 떠오르며 극과 극의 평가를 받고 있는 빈 살만은 대체 어떤 인물일까.
 
4월 4일 방송된 tvN <벌거벗은 세계사> 93회는 '세계 1위 부자 빈 살만의 쩐의 전쟁'편을 통하여 중동 정세를 주도하고 있는 빈 살만의 행적을 파헤쳤다. 중동 전문가인 박현도 서강대 유로메나 교수가 이날의 강연자로 나섰다.
 
사우디는 세계 제 2의 원유 부존국으로 막강한 '오일머니'를 상징하는 나라다. 빈 살만은 사우디 왕위계승 1순위로 사실상의 실권자이자 비공식적인 세계 최고 부자로 추정되고 있다.
 
2022년 11월 17일 빈 살만은 초대형 신도시 프로젝트를 들고 한국에 방문하여 '제2의 중동붐' 특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한국에 머문 불과 20시간 동안 빈 살만은 국빈급 예우를 받았다.

그가 묵었던 호텔은 1박에만 무려 220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초호화 객실이었고, 국내 대기업의 총수들이 빈 살만을 만나기 위하여 한자리에 모이기도 했다. 빈 살만이 이후 예정되어 있던 일본 방문을 전격 취소한 것을 두고서도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그만큼 빈 살만의 일거수일투족에 따라 매순간 화제를 낳으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빈 살만은 2018년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톱10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빈 살만의 재산은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2조 달러(한화 약 2602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연로한 아버지인 사우디 국왕을 대신하여 정치적 실권까지 장악한 빈 살만은, 현재 사우디 내에서 해외 공연 개방-여성 인권 등 파격적인 개혁정책으로 젊은 세대들의 확고한 지지까지 받고 있다.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는 돈과 권력을 겸비했다는 의미로, 빈 살만의 대표적인 별명이 바로 미스터 에브리씽(Mr.Everything)이다.
 
권력과 거리 멀었지만... 32세에 왕세자 자리 오른 빈 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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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빈 살만은 어린 시절만 해도 권력의 중심부와는 거리가 멀었다. 1985년생인 빈 살만은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50세에 얻은 늦둥이였다. 아버지 살만 국왕도 초대 국왕 이븐 사우드의 25번째 아들이었고, 빈 살만도 아버지의 세 번째 아내에게서 얻은 6번째 아들로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에서는 까마득하게 보이지도 않는 평범한 '왕손1'에 불과할 운명이었다.
 
빈 살만의 어머니는 아들을 후계자로 만들기 위하여 극성스러운 교육열을 발휘하며 어릴 때부터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토론수업을 받게 하는가 하면, 당시 리야드 주지사였던 아버지의 눈에 들게하기 위하여 노력했다고 한다. 빈 살만은 다른 이복형제들과 달리 해외유학을 가지 않고 사우디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항상 아버지 곁에 머물렀고, 학업과 사업 등에서 남다른 자질을 발휘하며 신임을 얻었다.
 
2015년 빈 살만의 아버지 살만 국왕이 무려 80세의 나이에 사우디의 왕위에 오른다. 그와 동시에 빈 살만의 지위와 위상도 급상승했다. 빈 살만은 국방부 장관 겸 경제개발위원회 의장이라는 요직에 올랐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멘 내전 사태 군사개입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비난,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인한 국제 유락 하락 사태 등이 벌어졌고, 이는 곧 사우디 사상 최악의 경제난이라는 위기로 이어졌다. 빈 살만은 위기극복을 위하여 약 1조 원 이상의 비용을 들여 미국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 자문을 의뢰했고, 2016년에 장기 국가개발 핵심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발표한다. 여기서 빈 살만이 제시한 궁극적인 목표는 "석유 의존없이 사우디를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것
 
빈 살만은 사우디 경제의 석유의존도 탈피를 위하여 보건-의료-금융-에너지 등 여러 분야에서 외국인 직접투자와 중소기업의 투자 비용을 늘렸다. 또한 관광과 신재생 에너지 등 신산업 육성에 공을 들였다.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독려하며 고용 창출을 통한 실업률 감소를 추진했다. 초기에는 반신반의하던 사우디 국민들도 빈 살만의 정책이 효과를 거두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감이 크게 올라갔다.
 
높아진 인기와 위상을 바탕으로 빈 살만은 32세가 된 2017년에는 왕세자의 자리에 등극하며 권력의 정점에 올랐다. 무슬림 왕국의 전통인 '바이아' 관행에 따라 맥도날드, 버커킹, 도미노피자 등이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광고를 통하여 빈 살만에게 충성맹세를 선언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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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세자가 된 빈 살만은 여성의 운전 허용과 복장규제 완화 등, 국민들과 젊은 세대에게는 온건하고 개방적인 이미지로 어필한 반면, 자신의 왕위 계승이나 정통성에 도전하는 이들은 정적으로 간주하여 가차없는 숙청을 단행하는 상반된 면모를 보였다.
 
반부패위원장을 겸임한 빈 만은 대부분의 독재국가들이 흔히 그러하듯 부패척결을 명분으로 왕족과 고위관료 수십명을 체포하고 탄압했다. 무려 200명에 이르는 왕족들을 리야드의 한 고급호텔에 강제로 구금하고 총으로 위협한 일화는 유명하다.
 
빈 살만을 공공연하게 비판했던 투르키 빈 반다르, 술탄 빈 투르키, 사우드 빈 사이프 알 나스르 등의 사우디 왕족들은 잇달아 해외에서 체포되어 강제 송환되었고 이후로 지금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사우디 정부는 반체제 인사들을 관리하는 '트롤 부대'를 육성하여 온라인과 SNS을 통하여 친정부 성향의 댓글을 다는가하면, 반체제 인사에 대해서는 악성댓글을 달거나 협박을 일삼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 배후에는 빈 살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방의 외신들은 빈 살만이 개혁군주라는 이미지메이킹 뒤로 온갖 정치공작과 정적에 대한 탄압, 여론 왜곡을 일삼으며 '검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우디 내에서 높은 빈 살만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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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하지만 정작 사우디 내에서 빈 살만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와 지지는 매우 높다고 한다.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사우디는 오히려 왕가에 대한 자부심이 존경심이 남다르며 빈 살만같은 왕족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플렉스(사치)에도 '왕족이니까 그럴 수 있다'라고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빈 살만이 애용하는 고급 향수나 선글라스는 바로 품절이 될 만큼 빈 살만은 정치인을 넘어 셀럽으로서도 '완판남'으로 불리우며 사우디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빈 살만은 자신의 소신을 솔직하게 밝히는 데 거리낌없는 성격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은 2018년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제 사생활에 관한 저는 부자일뿐, 가난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으로서 저는 제 소득의 일부를 자선 단체에 기부하고 있습니다"라며 밝히며 "저는 최소한 51%는 사람들에게, 49%는 제 자신에 쓰고 있습니다"라며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탈석유 시대를 대비한 지도자 빈 살만의 전략은 무엇일까. 사우디는 국내 최대 국영 에너지기업인 아람코 주식에 대한 외부 투자를 늘리고 민간 자본이 사우디로 유입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사우디는 석유로 벌어들인 오일달러를 운용하는 정부 투자 자금인 사우디 국부펀드를 글로벌 투자 펀드로 육성중이다. 두 국부펀드인 SAMA(사우디중앙은행)과 PIF의 운용자산을 합치면 1조 970달러(한화 약 1400조)에 이른다.
 
빈 살만은 사우디의 양대 국부펀드 중 하나인 PIF(사우디 공공투자펀드)의 의장이기도 하다. PIF는 최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 뉴캐슬을 인수하여 빈 살만이 구단주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사우디 국부펀드는 게임산업, 미래형 첨단기술, 문화 콘텐츠 산업 등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사우디를 글로벌 산업허브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추진중이다. 

특히 빈 살만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사막위의 기적'으로 불리우는 두바이다. UAE는 1990년대 석유의존경제에서 탈피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두바이 항만을 개발하여 새로운 산업지대이자 중동의 대표 관광도시로 변모시킨 바 있다. 빈 살만이 추진하는 비전2030과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보면 여러모로 두바이 개발과 내용 및 방향이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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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벌거벗은 세계사>의 한 장면. ⓒ tvN

 
최근 빈 살만은 두바이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로 신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네옴시티는 2022년 11월부터 홍해 지역에서 공사를 시작한 상황이다.
 
네옴시티는 빈 살만에게 자신의 정치적 명운과 사회적 위상, 전 재산까지 모두 베팅한 일생일대의 승부수라고 할 수 있는 기획이다. 첫 번째 도시인 '더 라인'은 높이 500미터, 폭 200미터, 직선거리 총 170Km 규모의 직선도시를 건설한다는 기획을 표방했다. 한국의 롯데타워 수준인 550미터 높이의 건물들이 하나로 이어지게 한다는 초현실적인 구상이다.

두 번째 도시인 '옥사곤'은 산소와 팔각형을 합친 의미로 바다위에 부유식 구조물인 인공섬을 지어 현대식 산업시설과 연구단지, 무역항을 건설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 도시인 '트로제나'는 해발 15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초대형 산악관광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서울시의 약 44배 규모가 예상되는 네옴시티 완성에 드는 비용은 약 5000억 달러(한화 660조) 이상으로 추정된다.
 
빈 살만의 궁극적인 최종목표는 수백만 인구가 거주할 수 있고, 도시를 고속철도로 연결하여 자동차-도로없이 탄소배출이 사라진 완벽한 친환경 대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것. 또한 첨단산업시설 건설로 일자리를 창출하여 청년실업문제 개선과 경제 부흥 효과까지 이끌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빈 살민의 네옴시티는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선정되어 사막 위의 동계 스포츠라는 꿈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오게 됐다.
 
하지만 빈 살만의 구상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는 평가가 엇갈린다. 판타지적인 상상력에 비하여 현대 기술의 한계, 천문학적인 건설 비용, 무리한 자연파괴 등은 회의적인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서방의 비판적인 시선에도 정작 빈 살만은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시작하는데 왜 기존의 일반적인 생각을 따라가야 하느냐"는 게 빈 살만의 생각이다.

이러한 빈 살만의 행보는 세계 정세에도 엄청난 나비효과를 불러오고 있다. 네옴시티 건설에 자극받은 UAE는 2033년까지 두바이의 경제 규모를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기획을 발표했다. 빈 살만은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신냉전체제에서도 외교적 키맨으로 부상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국도 지난 1월 아부다비에서 열린 정상회담과 빈 살만의 방한 등을 통하여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와 중동특수가 미칠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이다.
 
빈 살만이 일으킨 새로운 중동 붐은 과연 사막에 찾아온 또다른 오아시스일까. 아니면 과대평가된 신기루일까. 중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도 빈 살만이 현재 세계사의 변화에 미치고 있는 흐름에 지속적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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