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불법 정치자금 공판에서 검찰과 남욱 변호사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를 '소환'했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6차 공판에서 남 변호사는 "2021년 2월 4일 김 전 부원장이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돈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가는 것을 봤다"면서 "그 날은 몰랐지만 그 후 김만배씨가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줬다는 현금 1억 원 중 일부인 것으로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남 변호사가 마련한 8억4700만 원은 2021년 4월부터 그 해 8월초까지 남 변호사 측근인 이○○씨와 정민용 변호사 그리고 유 전 본부장을 거쳐 김 전 부원장에게 6억 원이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날 남 변호사가 자신이 정치자금을 제공하기에 앞서 김만배씨가 "별개의 돈"을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오후에 계속된 공판에서도 남 변호사는 김 전 부원장 측 관련 신문에 "김만배씨 돈이라는 것은 추측"이라고 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는 않았다. 

앞서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가 안양시 박달동 군부대 탄약고 이전 사업과 부동산신탁회사 설립 등을 자금 제공에 대한 조건으로 내걸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일종의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인데, 남 변호사는 이날 공판에서 이와 같은 유 전 본부장 진술과는 다소 결이 다른 주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선 경선 자금을 제공하게 된 것은 2021년 2월 4일 김 전 부원장이 돈을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고 큰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날 오전 남 변호사 신문 과정에서 나타났던 주요 장면을 세 가지로 정리해봤다. 

대가 잘 모르고 돈 줬다? 
 
남욱 씨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욱 씨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2020년 하반기에 안양 박달동 탄약고 부대 이전 사업을 진행중이었는데, 유동규도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유동규가 박달동 사업도 차기 국방부장관이 될 쓰리스타를 자기가 만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을 통해서 도와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전부터 부동산 신탁회사를 설립하기를 원하고 있었기에 유동규에게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28일 법정에서 검찰 측이 공개한 2022년 10월 9일자 남 변호사에 대한 신문조서 내용)

조서 내용을 잘 살펴보면 부동산 신탁회사 경우와는 달리 남 변호사가 유 전 본부장에게 안양 박달동 탄약고 부대 이전 사업에 대한 도움을 직접 요청했다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는다. 이날 공판에서도 남 변호사는 '대가성'과는 더욱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오전 공판에서 이뤄진 검사와의 문답.

검사 : "유동규는 증인에게 이재명에게 경선자금을 제공해주는 대가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증인이 당시 진행 중이던 안양 박달동 탄약고 부대 이전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했고, 또 인허가를 받기 어려운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도 도와줄 수 있다, 이렇게 얘기를 했던 건가."

남욱 : "대가라는 표현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유동규)형도 도와줄게'라고 얘기했던 건 맞다. 박달동 사업은 제가 진행하고 있던 거니까 뭐 대통령이 돼서 도와주면 좋은 거고, 신탁회사 같은 경우는 사실 대통령이 되시면 도와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해서,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맞다. 그래서 '이런 대가로 20억, 15억원을 이렇게 해드리겠다', 이렇게 얘기한 사실은 없지만, 내심 도와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은 맞다."


15억원 제공하고 수천억원 회수 기대했다?

이날 공판에서 남 변호사는 당초 유 전 본부장이 20억 원을 요구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 "15억 원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특히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과 관련해 검사는 남 변호사를 상대로 다음과 같이 신문을 진행했다. 

검사 :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이 많이 어려운가."

남욱 : "제가 알기로는 근 10년 간, 당시 기준으로 아마 인가가 안 됐던 걸로 안다."

검사 : "부동산 신탁회사 하게 되면 좋은 점이 있나."

남욱 : "저는 (부동산)개발사업을 하는 사람이니까 신탁회사를 운영하게 되면 아무래도 이제, 신탁회사라는 게 결국 대한민국의 모든 개발사업이 모이는 장소다. 그렇게 되니까 저희가 사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게(매우) 많아지기 때문에, 그래서 개발사업 하는 사람들은 신탁회사를 운영하는 게 사실 목표 중 하나다."


현재 국내 부동산 신탁회사 숫자는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신한자산신탁 등 14개사다. 남 변호사 말대로 금융위원회가 2018년 10년 만에 신규 허가를 진행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높다. 매출액이 높은 데다가 수익률 역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위를 달성한 코람코자산신탁의 영업수익은 1972억 원에 이른다. 남 변호사 말대로라면 금융위의 엄격한 심사까지 거쳐야 하는 사업 진입을 안양 탄약고 사업 지원에 더해 '15억 원' 제공으로 기대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검사 : "유동규한테 부동산 신탁회사 설립을 도와줄 수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당연히 도와줄 수 있다, 이런 취지로 얘기한 건가."

남욱 : "부동산 신탁회사 부분은 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냐고 물어본 건 맞다." 


남욱 "저, 그렇게 의리 없지 않다"
 
남욱 변호사가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가 24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날 오전 공판에서 김용 전 부원장은 남욱 변호사를 상대로 직접 신문을 진행했다. 2021년 2월 4일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돈을 들고 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남 변호사를 상대로 김 전 부원장은 다음과 같이 신문했다. '갑자기, 왜' 그 이야기가 나왔냐는 요지의 질문이었다.

김용 : "2월 4일, 내가 유원홀딩스에서 봉투를 가져갔다고 지금 증언했다. (2022년) 9월 22일 처음으로 부패방지법(정치자금법) 위반 관련해서 (남욱 증인이) 검찰에 증언했다. 그리고 그다음 보니까 열여섯 차례 정도 정치자금법 관련해서 검찰이 조사했더라. 그동안 수많은 조사에서 왜 그 이야기는 단 한 번도 안 나왔나."

남욱 : "했다. 나중에 했다."

김용 : "언제 했나."

남욱 :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기록이든 있을 거다. 자꾸들 물어보는데, 저, 그렇게 의리 없지 않다. 처음부터 얘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증거가 나오고, 검사님들이 증거를 가지고 물어봐서 어쩔 수 없이 다 얘기한 거다. 정치자금법 같은 경우도 내가 먼저 얘기한 것 아니고, 유동규 피고인이 얘기해서 다 얘기하게 된 거다."

태그:#남욱, #김용, #김용 공판, #대장동, #김만배
댓글1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