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MV 감상평 : 내가 왜 여기 앉아 있는걸까. 여긴 어딜까. 이상한 공간을 지나 익숙한 계단을 내려가니 사랑하던 연인과 함께 하던 장소이다. 함께 살기로 하며 들뜬 마음으로 이삿짐을 정리하는 우리의 모습. 아, 이곳은 우리가 함께 사랑했던 과거의 공간이다. 우리는 이별을 했고, 나는 아직도 사랑했던 그와의 기억을 내려놓을 수 없었다. 중력이 잡아당기는 것처럼 나는 그 감정에 이끌려 사랑했던 공간을 찾아왔구나.
그렇다면 지금 나는 어디에 있는걸까. 무너진 현실일까 아니면 기억의 공간안에 갖혀있는 것일까. 아니, 나는 이 공간에서 실재하고 있는 것일까.]
 
 MV 이미지

MV 이미지 ⓒ TOTEMO

 
이번 해외 뮤지션 토테모(TOTEMO)의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느낌은 매우 색다르다. 음악과 어우러진 영상속에서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시각과 공간의 전환을,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에 그간 몇 번의 인터뷰를 통해 인연이 닿은 백영욱 감독에게 MV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요청하였고, 비하인드를 들어보기로 했다.

- 해외 뮤지션인 토테모(TOTEMO)와의 작업이 처음이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 이전작업에 대하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공개된 뮤직비디오의 곡 < My Gravity >가 수록된 EP 앨범의 타이틀이자 첫 싱글인 < Keep Burning > 뮤비를 연출하며 처음 아티스트와 작업했습니다. 작년 2월에 첫 싱글이 발표되고 5월에 EP가 나왔는데 1주년에 맞춰 이번에 새 뮤비가 나온 셈이죠."
 
 토테모 프로필 이미지

토테모 프로필 이미지 ⓒ TOTEMO

 
- 다시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 있어서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까요?
"지난번 MV(Keep Burning)가 뮤직비디오 패스티벌과 음악 영화제에서 수상도 하고 반응이 좋아서 아티스트와 뭔가 또 작업을 같이 하자는 무언의 약속을 했는데. 마침 제가 새로운 작품도 찍을 시기가 되며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원래 3~4년에 한 번씩 광고가 아닌 영상 작품을 꼭 찍는데 마지막 단편이 코로나 이전에 촬영했으니 시간이 꽤 지났네요."

- 영상 스토리의 설정에 관한 질문을 좀 드리겠습니다. 우주공간? 과거의 회상? 어떤 내용이 더 맞을까요? 
"주인공은 이미 가망이 없는 지나간 관계 속에 자신을 가둬 놓고 그 과정을 계속 반복하며 살아갑니다. 일종의 자학이죠. 우주는 남녀 사이 끝을 상징하는 종착점이자 관계의 죽음을 상징합니다. 회상하는 주인공은 점점 피폐해져 자신의 과거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극단의 단계까지 다다릅니다."
 
 MV 이미지

MV 이미지 ⓒ TOTEMO

 
- 감독님께서 영상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나요? 
"지나간 관계 또는 과거를 우리가 진정으로 잊을 수 있는지? 잊는척하며 사실은 그 과거 속에 무의식적으로 나 자신을 구속시키는 것이 아닌지? 독이 되는 관계를 끊지 못했을 때 야기되는 결과 등 여러가지를 물어보는 자아 성찰적인 작품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시청자의 눈으로 본 기자의 개인적인 감상에 대한 감독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스토리라인에 대한 몇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는데 꽤 정확한 감상평입니다. 일종의 후회도 있고, 트라우마를 잊고 싶은 나머지 자신이 처한 현실과 과거를 분간 못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일종의 감정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 어떤 것에 중점을 두고 이 영상을 봐야할까요? 
"우선 배우들의 연기 라인을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유화 배우가 연기하는 과거 그리고 현재 캐릭터의 대조 - 똑같은 배우가 하나는 과거/하나는 현재를 연기하며 같은 프레임에 출연합니다. 따뜻하다가 냉랭해지는 커플의 감정 기류 변화. 음악에 코러스라인이 나올 때마다 붕괴되는 현실 공간. 이런 부분들을 중심으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 이번 작품의 작업과정에 있어서의 어려움이 많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주인공 여배우 캐스팅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현재와 과거를 동시에 오가며 연기를 해야 했고. 희노애락의 감정을 짧은 촬영 기간에 다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또한 CG 및 후반 작업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다 보니 사전에 계산해서 촬영해야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 1) 주인공 배우의 과거와 현재를 따로 동선이 겹치지 않게 촬영해서 합성. 2) 공간이 붕괴되는 신을 위해 레이어 하나하나 분리해서 따로 촬영. 3) 주인공 여배우 우주 신을 위한 와이어 스턴트 촬영. 이렇게 진행되었죠."
 
 촬영중인 최유화 배우와 백영욱 감독

촬영중인 최유화 배우와 백영욱 감독 ⓒ 에코 글로벌그룹

 
- 유명한 배우들의 섭외와 관련된 스토리, 그리고 현장 촬영에서의 에피소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에 최유화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뮤지션과 많은 배우들을 봤는데 답이 안 나오는 것 같아 저와 자주 일하는 '다니엘 헤니' 배우 소속 에이전시인 에코글로벌그룹 마틴 대표님께 도움 요청을 드렸습니다. 대표님께서 최유화 배우를 추천해 주셨는데 평소 워낙 좋아하는 배우이고 시나리오와 콘티를 보고 작품을 함께 하고 싶다고 하셔서 너무 기뻤습니다. 촬영하면서 처음 알게 됐는데 이번에 제 작품이 첫 와이어 촬영이라 말씀하시더라고요."
 
 촬영중인 최유화 배우와 백영욱 감독

촬영중인 최유화 배우와 백영욱 감독 ⓒ 에코 글로벌그룹

 
김시헌 배우는 다양한 드라마에서 감초 같은 역할을 많이 해본 경험 있는 배우이고. 과거에 제 단편영화, <서울 투어>, 그리고 핀란드 항공 브랜드 영화 <EAST AND WEST SIDE STORY>에도 출연하며 잘 알게 된 배우입니다. 이번 작품은 여주인공과의 호흡을 탄탄하게 받쳐주면서도 관계 스토리라인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캐릭터입니다. 당시 MBC 드라마 <마녀의 게임> 촬영 중이라 워낙 바쁘셨는데 제 작품에 시간을 내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배우 최유화 & 배우 김시헌

배우 최유화 & 배우 김시헌 ⓒ 에코 글로벌그룹 & 탄탄 엔터테인먼트

 
- 앞으로의 작품이나 활동 예정이 있으실까요?
"본업인 광고 연출은 항상 하고 있고. 요즘은 시간 날 때 틈틈이 장편영화 작업에 조금씩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작가와 함께 시나리오 작업 중인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직접 시나리오 집필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나중에 더 구체화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 오랜 시간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 한국의 멋진 영상감각을 보여주는 연출가로써의 미래를 응원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좋은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해외 인디뮤지션의 MV를 한국에서, 그것도 한국인 감독이 연출을 하고 한국의 배우들이 출연한것도 놀라운 일이지만, 오리지널 버전 외에 한국의 팬들을 위해서 한글자막까지 입혀진 영상을 별도의 링크로 만들어서 보여준다는 점이 매우 뿌듯하게 느껴진다. 앞으로 더 많은 영상을 통해 K-CULTURE 가 전 세계에 알려지기를 기대해본다.
 
 TOTEMO 프로필 이미지

TOTEMO 프로필 이미지 ⓒ TOTEMO

 
< TOTEMO 프로필 >
프로듀서이자 가수인 Totemo는 10대 중반부터 텔아비브 음악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그녀는 매번 새로운 전자 음악과 자신만의 싱어송라이팅 스킬을 절묘하게 결합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Garden City Movement의 Roy Avital이 프로듀싱한 그녀의 데뷔 EP Heavy As My Dreams를 발표했을 당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은 것이 화제였으며, ("Totemo Just Broke All Of Pop's rules", Ryan Kristobak – 허핑턴 포스트 기사) 이후 유방암 투병을 하면서 제작한 Desire Path EP와 2019년에 발표한 첫 정규앨범 <Everything Happens Only Once>를 통해 인디 팝 아티스트로 자리를 굳혔다.

< KEEP BURNING EP(음반소개) >
<Keep Burning>은 일렉트로 인디팝 아티스트 Totemo의 네 번째 정규 음반이자 세 번째 EP다. 평소 추상적이고 은유적 표현으로 가득 찬 그녀의 과거 앨범과는 달리 이번 EP는 헤어짐, 환멸, 자아 성장 등 관계에서 느끼는 구체적인 감정에 충실한 곡들을 선보인다. 아티스트 본인이 최근 겪은 이별을 바탕으로 코로나 팬데믹 2년 동안 심사숙고하며 준비한 앨범이라고 한다.
 
 백영욱감독

백영욱감독 ⓒ 백영욱

 
< 백영욱 감독 프로필 및 필모그래피 >
-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전공 
-  HS애드 카피라이터, 프로듀서 재직 
-  현 매스메스에이지 감독: 현대자동차, 삼성, LG, 맥도날드, 대한항공, 롯데 외 국내 및 글로벌 캠페인 연출 
-  칸 광고제, 뉴욕패스티벌 파이널리스트 입선 
-  칸 광고제 YOUNG LIONS COMPETITION 대한민국 대표 
-  대한항공 '몽골'편 방송광고대상 대상 수상 
-  FINNAIR 단편영화 AD FORUM 최우수 브랜드 콘텐츠 선정 
-  단편영화 "한 잔". 샌디에이고 아시아 영화제, 레겐스부르크 국제 영화제, 마르벨라 국제 영화제 입선 
-  단편영화 "서울 투어". 로마 씨네마 DOC 영화제 수상 
-  단편영화 "향". 충무로단편영화제 촬영상, 심사위원대상 수상. 미국 버뱅크 국제영화제, 보스턴 SF영화제, 아일랜드 실크로드 국제영화제 입선 
-  TOTEMO 'KEEP BURNING' M/V. 부다페스트 국제 뮤비대상, 뮌헨 뮤비대상, LA 인디쇼트 패스트 대상, 런던 론리울프 국제 영화제 수상 
-  칸 YOUNG DIRECTOR AWARDS, SHOTS, ADFEST 광고제 필름 부문 심사위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쏘잉스토리 정유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blog.naver.com/yumi96 에도 함께 실립니다.
토테모 TOTEMO 백영욱감독 최유화 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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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사이버대학원 문화예술경영전공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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