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아웃사이드 히터 전광인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원 팀'으로 위기를 헤쳐나간 현대캐피탈이 홈에서 시리즈 첫 승을 거두었다.

현대캐피탈은 24일 오후 충청남도 천안유관순체육관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플레이오프 1차전서 한국전력을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3-2(27-25, 24-26, 25-23, 23-25, 15-13)로 제압했다. 남은 시리즈서 1승을 더 추가하면 챔피언결정전행 티켓을 손에 넣게 된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전광인의 이탈로 현대캐피탈은 고민에 빠져있었다.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것보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플레이오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날 허수봉을 미들블로커로, '베테랑' 문성민을 아포짓 스파이커로 선발 기용한 라인업에서도 최태웅 감독이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24일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득점 이후 기뻐하는 현대캐피탈 허수봉

24일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득점 이후 기뻐하는 현대캐피탈 허수봉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매 세트 접전, PO 최장 시간 경기서 웃은 현대캐피탈

1세트 후반까지 4점 차로 앞서가던 현대캐피탈은 23-21서 3점을 내리 내주며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오레올 까메호(등록명 오레올)의 오픈 공격 이후 문성민의 블로킹으로 리드를 빼앗았고, 26-25서 임성진의 퀵오픈 범실로 1세트가 마무리됐다.

한국전력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2세트에만 8득점을 올린 임성진이 컨디션을 끌어올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2세트 초반 몸 상태에 이상을 느낀 타이스 덜 호스트(등록명 타이스)가 잠시 물러난 사이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23-23서 투입된 타이스가 24-24서 연속 득점으로 2세트를 매듭지었다.

2세트를 내준 현대캐피탈이 다시 반격에 나섰다. 3세트 19-21에서 허수봉의 연속 득점, 박철우의 범실로 승부를 뒤집더니 김선호의 블로킹까지 터졌다. 결국 세트 포인트에 먼저 도달한 현대캐피탈이 24-23서 임성진의 서브 범실로 3세트를 차지했다.

한국전력은 포기하지 않았다. 4세트 13-13서 박찬웅의 속공, 허수봉의 후위공격 범실로 분위기를 되찾더니 14-15서 연속 4득점으로 멀찌감치 달아났다. 현대캐피탈이 19-24에서 1점 차까지 따라붙는 데 성공했지만, 임성진의 퀵오픈으로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운명의 5세트, 6-6에서 임성진의 서브 에이스 2개를 포함해 한국전력이 연속 3득점에 성공했다. 그러나 곧바로 비디오 판독 끝에 한국전력의 포 히트 범실로 분위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7-9에서 문성민의 블로킹을 시작으로 단숨에 5점을 뽑은 현대캐피탈이 승기를 잡았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랠리가 펼쳐진 14-13, 타이스의 공격이 벗어나면서 그대로 경기가 마무리됐다.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전광인도, 웜업존에 있었던 선수들도 함께 기뻐했다. 그제서야 최태웅 감독도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2시간 38분 동안 펼쳐진 역대 V리그 플레이오프 최장 시간 경기는 그렇게 끝을 맺었다.
 
 24일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맹활약한 현대캐피탈 문성민

24일 한국전력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맹활약한 현대캐피탈 문성민 ⓒ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배구단

 
'베테랑 문성민' 카드 적중한 현대캐피탈

결과적으로, 최태웅 감독이 꺼내든 '베테랑 문성민' 카드가 적중했다. 오레올(23득점)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득점(18득점)을 올렸다. 서브 에이스는 한 차례밖에 없었지만 중요할 때마다 나온 블로킹(3개)으로 홈 팬들을 열광케 했다.

타점 높은 공격을 선보인 오레올, 서브 에이스를 무려 6번이나 성공시킨 허수봉(17득점)의 활약도 돋보였다. 특히 허수봉은 디그도 8차례나 기록하며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팀에 기여하는 바가 컸다.

번갈아가며 주포들과 호흡을 맞춘 세터 김명관, 이현승도 제 몫을 다했다. 경험 많은 상대 세터 하승우, 김광국에 맞서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힘을 다 쏟아부었다. 단순한 1승이 아니라 선수단 전체가 자신감을 얻게 된 승리였다.

역대 V리그 남자부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오를 확률은 무려 88.2%(15/17)에 달한다. 2차전은 26일 한국전력의 홈 경기장인 경기도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치러지는 가운데, 현대캐피탈이 2차전에서 시리즈를 마무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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