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번의 우승을 차지했던 두산 베어스는 자타가 공인하는 2010년대 중·후반 KBO리그 최고의 명문팀이었다. 하지만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사라페로스 데 살티요)가 3경기 만에 퇴출되고 간판 외야수 박건우(NC다이노스)가 이적한 두산은 작년 시즌 10개 구단 중 9위로 추락했다. 두산은 시즌이 끝난 후 8년 간 팀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과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산은 포스트시즌이 한창 진행되던 작년 10월, 모든 야구팬들을 놀라게 만든 소식을 전해왔다. 2017년 현역 은퇴 이후 JTBC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를 제외하면 그 어떤 팀에서도 지도자 생활을 하지 않았던 '국민타자' 이승엽을 11대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구 연고 삼성 라이온즈의 영구결번 선수인 이승엽의 두산 감독 부임은 야구팬들에겐 대단한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이승엽 감독의 화려한 현역 시절 커리어와는 별개로 두산은 올 시즌 감독은커녕 코치 경력도 없었던 초보감독에게 팀의 재건을 맡겼다. 두산은 스토브리그에서 NC로 떠났던 양의지를 4+2년 총액 152억 원에 영입했고 2020년 20승을 기록했던 전 외국인 에이스 라울 알칸타라도 2년 만에 복귀시켰다. 이렇게 바쁜 비시즌을 보낸 두산은 올 시즌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명문구단의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까.

[투수] 20승 투수 알칸타라 복귀한 마운드
 
 2023시즌 두산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2023시즌 두산 예상 라인업과 투수진 ⓒ 양형석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크리스 플렉센(시애틀 매리너스), 미란다까지 왕조시절 두산의 힘을 만든 일등공신은 외국인 투수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하지만 작년 두산은 미란다의 조기 퇴출 이후 로버트 스탁과 브랜든 와델(라쿠텐 몽키스)이 단 14승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2016년 외국인 원투펀치가 40승을 합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대단히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두산은 작년 시즌이 끝나고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서 2년을 보낸 알칸타라를 총액 90만 달러에 재영입했고 밀워키 브루어스의 트리플A에서 활약한 딜런 파일을 총액 65만 달러에 데려왔다. 두 선수는 올 시즌 '이승엽호'의 첫 번째 원투펀치로 활약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스프링캠프 도중 딜런이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개막 후 약 한 달 정도 결장이 불가피하다.

최근 3년 동안 30승과 함께 3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사이드암 최원준은 올 시즌 두산의 토종에이스로서 명예회복에 나선다. 여기에 작년 후반기 5승2패2.98을 기록하며 국가대표에 선발됐던 강속구 투수 곽빈이 작년 후반기의 구위를 유지한다면 두산 선발진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5선발은 좌완 최승용이 가장 유력한 가운데 시즌 초반 딜런의 빈자리는 박신지, 김동주 등 신예들로 채울 예정이다.

불펜에는 작년 18세이브를 기록하며 올해 연봉이 3억 원으로 오른 홍건희가 마무리를 맡을 확률이 높은 가운데 작년 신인왕 정철원이 셋업맨으로서 이기는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다만 김강률 정도를 제외하면 불펜에 경험 많은 투수가 부족한 만큼 국가대표 출신 사이드암 박치국의 부활과 프로 2년 차 유망주 좌완 이병헌의 성장이 두산 불펜에서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과거 이용찬(NC)과 이현승, 정재훈(두산 투수코치), 함덕주(LG트윈스) 같은 뛰어난 불펜투수들을 대거 거느리고 있던 두산은 올해 홍건희와 정철원 정도를 제외하면 믿을 만한 투수가 부족하다. 선발 역시 알칸타라의 건재를 확신할 수 없고 최승용의 성장을 장담할 수 없으며 딜런은 시즌을 늦게 시작하는 등 불안요소가 적지 않다. 만약 마운드가 이승엽 감독의 기대만큼 버텨주지 못하면 올 시즌 두산의 부활은 헛된 꿈으로 끝날 수 있다.

[타선] 152억 포수는 두산 타선 깨울 수 있을까
 
 부임 첫 시즌을 치르는 두산의 이승엽 감독(우측)

부임 첫 시즌을 치르는 두산의 이승엽 감독(우측). ⓒ 두산베어스

 
이승엽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홈런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물론 모든 지도자들은 투타의 균형을 꿈꾸지만 이승엽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화끈한 타선의 힘으로 두산의 부활을 이끌고 싶은 마음이 강할 것이다. FA시장에서 영입한 양의지는 수비에서도 최고의 기량을 자랑하지만 통산 타율 .307 228홈런944타점이라는 기록이 말해주듯 중심타선에서 활약할 수 있는 유일한 포수자원으로 꼽힌다.

작년 팀 내 유일한 3할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사라페로스 데 살티요)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두산은 새 외국인 타자로 멀티 플레이어 호세 로하스를 영입했다. 로하스는 KBO리그에서 성공사례가 썩 많지 않은 유틸리티 플레이어임에도 총액 100만 달러를 투자해 영입했을 만큼 두산이 공을 들인 선수다. 로하스는 내외야를 두루 소화할 수 있지만 풀타임 우익수와 함께 중심타선 한 자리를 책임져 주는 게 두산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두산의 붙박이 4번타자 김재환은 주전으로 도약한 2016년부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된 2018년까지 3년 연속 3할 타율과 30개 이상의 홈런,110개 이상의 타점,100개 이상의 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4년 총액 115억 원의 FA계약을 맺은 첫 해 타율 .248 23홈런72타점64득점으로 추락(?)을 경험했다. 이승엽 감독은 올 시즌 김재환이 다시금 시원한 장타를 터트려 주면서 두산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두산 선수단에서 2023 시즌을 가장 의욕적으로 맞을 선수는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첫 FA자격을 얻는 양석환일 것이다. 두산으로 이적한 2021 시즌 28홈런96타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복덩이로 떠올랐던 양석환은 작년에도 20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 .244 51타점으로 실망스런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성적에 따라 향후 선수생활의 운명(?)이 결정될 수도 있는 만큼 양석환은 올해 '대폭발'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리틀 김재호'라는 평가를 받으며 루키 시즌 96경기에서 타율 .255를 기록했던 안재석은 작년 99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이 .213로 뚝 떨어졌다. 여전히 대형 유격수 유망주로 꼽히는 안재석은 올해도 주전 유격수 후보로 많은 기회를 받을 전망이다. 하지만 안재석이 올해도 실망스러운 활약에 그친다면 양의지의 가세로 부쩍 강해진 두산의 센터라인 중에서 유격수는 약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주목할 선수] 도약 노리는 유망주 듀오 

자고로 신인 드래프트에서는 전통적으로 투수에게 상위지명이 집중되는 경우가 많았다. 야수는 얼마든지 키워서 쓸 수 있지만 뛰어난 재능을 가진 투수는 타고 나는 거라는 야구계의 오랜 격언 때문이었다. 하지만 두산은 지난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상위 지명권 3장 중 2명을 야수에게 사용했다. 청소년 대표팀 4번타자로 활약한 휘문고의 김대한(1차지명)과 거포로 성장할 재능이 있다고 평가 받은 서울고의 송승환(2차2라운드)이 그 주인공이다.

김대한과 송승환은 프로에서 1년을 보낸 후 이듬 해 나란히 현역으로 입대해 일찌감치 병역의무를 마쳤다. 전역 후 김대한은 작년 51경기에서 타율 .240 4홈런을 때렸고 송승환은 11경기에서 타율 .250 1홈런을 기록했다. 작년이 두 선수가 1군 무대를 '경험'했던 시즌이었다면 올해는 두산 타선의 미래로 꼽히는 두 우타자가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도전'하는 시즌이다. 이제 프로 5년 차가 된 만큼 1군에서 실적을 올려야 할 시기이기도 하다.

김대한은 빠른 배트스피드와 함께 팀 내에서도 손꼽힐 만큼 빠른 주력을 겸비하고 있다. 호타준족형의 우타 외야수라는 점에서 군 전역 후 두각을 나타냈던 박건우와 비교하는 야구팬들도 적지 않다(공교롭게도 박건우 이적 후 김대한이 현재 등번호 37번을 달고 있다). 하지만 박건우와 비하면 정확도와 선구안이 다소 떨어지는 대신 파워가 돋보이기 때문에 테이블 세터보다는 중심타선에 더 어울리는 유형으로 평가 받는다.

작년 8월 KIA 타이거즈전에서 이의리를 상대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렸던 송승환은 작년 U-23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돼 쿠바전 끝내기 홈런을 터트리며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국제대회 활약으로 두산팬들로부터 기대감을 더욱 높인 송승환은 작년부터 3루와 좌익수 수비를 겸하고 있다. 다만 당장 두산의 주전인 허경민과 김재환의 자리를 넘볼 수준은 아니라 김민혁, 김인태 등과 지명타자 주전경쟁에 뛰어들 확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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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특집 10개 구단 전력분석 두산 베어스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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