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조. 젊은 세대에게 덜 친숙한 이름일지 모르겠으나 반세기 가깝게 노래해 온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인이다. 독보적인 음색으로 성인가요와 발라드, 스탠다드 팝을 아우른 그는 어느 노래든 '이광조 표'로 만들 만큼 개성적인 보컬리스트다.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에서 펼쳐진 45주년 콘서트 <나들이>는 일흔의 나이가 무색했다. 40여 년간 음악적 우정을 다진 함춘호가 게스트로 참여했다.
시작부터 이광조 특유의 절절한 감성을 안겨줬다. 어두운 조명 아래 함춘호의 어쿠스틱 기타와 대화하듯 노래한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은 완급 조절의 절정이었다. 박자를 밀고 당기는 호흡은 베테랑의 내공과 선천적 재능이 맞물렸다. 공연 중반부에 재등장한 함춘호와 이정선이 준 1976년도 데뷔곡 '나들이'를 합작했다. 함춘호는 시인과 촌장 시절의 '가시나무'와 '아리랑 스케이프'를 단독으로 연주했다.
이영훈이 쓴 발라드 '세월 가면'과 라틴풍의 '즐거운 인생', 권인하 작곡의 '사랑을 잃어버린 나' 등 히트곡을 망라했고 마틴 스코세이지의 영화 <뉴욕, 뉴욕>의 주제가 'New York, New York'와 뮤지컬 <캣츠>의 주제곡 'Memory' 같은 팝송도 불렀다. "목소리가 안 좋아 죄송하다"며 연신 구한 사과에서 목소리를 향한 자부심과 철두철미함을 읽었다. 특유의 중성적 보이스컬러와 쩌렁쩌렁한 가창력으로 독보적 가수임을 재확인했다.
2015년 이후 8년 만에 연 단독 콘서트였고 45주년을 기념했으며 절친한 후배 함춘호가 함께했다. 그만큼 이광조에게 큰 의미를 가진 <나들이>였다. 관객들은 리듬에 맞춰 팔을 흔들며, 후렴구를 따라 부르며 거장의 음성에 화답했다.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중장년층은 추억을 마셨고 젊은이들은 세련된 1980년대 케이팝에 매료되었다. '대체 불가' 보컬리스트의 일대기 같은 콘서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