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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북한산을 오르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수유동 방향으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백운대 정상으로, 북한산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하는 대동문 코스다. 매번 백운대를 오를 때 우이동 도선사(道詵寺) 방향으로 올랐으나 이번에는 대동문까지 올라간 뒤 백운대 정상을 갔다가 도선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로 잡아봤다.
 
대동문 코스의 출발점, 북한산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
▲ 북한산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 대동문 코스의 출발점, 북한산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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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도착한 북한산아카데미탐방지원센터, 이곳에서 대동문으로 가는 길에 구천계곡이 있다. 아직 이른 시간으로 등산객들이 많지 않은 산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주목되는 안내문이 있는데, 바로 사릉 석물 채석장 터와 부석금표다. 안내문을 보면 조선 후기에 구천폭포 인근이 왕실의 채석장으로 활용된 사실을 알 수 있다.
 
구천폭포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부석금표(浮石禁標)와 안내문
▲ 부석금표(浮石禁標)와 안내문 구천폭포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부석금표(浮石禁標)와 안내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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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부석금표(浮石禁標)는 구천폭포로 가는 길 왼쪽에 자리하고 있는데, 자연 바위에 '浮石禁標'가 새겨져 있다. 여기서 부석(浮石)은 돌을 뜨는 행위로, 부석금표는 이곳에서 함부로 돌을 뜨지 말라는 의미다. 이러한 금표가 새겨진 바위가 수유동 분청사기 가마터 인근에도 하나 있는데, 여기에는 '禁標'가 새겨져 있다.
 
구천폭포 인근에 세워진 송계별업 터와 사릉 석물 채석장 터 안내문, 둘 다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 구천폭포 인근에 세워진 송계별업 터와 사릉 석물 채석장 터 안내문 구천폭포 인근에 세워진 송계별업 터와 사릉 석물 채석장 터 안내문, 둘 다 서울시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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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부석금표가 새겨진 것은 바로 사릉 석물 채석장 터와 관련이 있다. 지난 2016년 구천폭포 인근의 바위에서 '사릉부석감역필기(思陵浮石監役畢記)'가 발견 소식이 전해졌는데, 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글씨가 새겨져 있다.
 
사릉부석감역필기(思陵浮石監役畢記)
▲ 사릉부석감역필기(思陵浮石監役畢記) 사릉부석감역필기(思陵浮石監役畢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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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평 이준(司評 李焌)
봉사 조정의(奉事 趙正誼)
서리 박흥주(書吏 朴興柱)
석수 조금(石手 趙金)
세기묘정월일(勢己卯正月日)
사릉부석감역(思陵浮石監役)
필준서기(畢焌書記)

해당 글씨 중 ▶사평 이준(司評 李焌) ▶봉사 조정의(奉事 趙正誼) ▶서리 박흥주(書吏 朴興柱) ▶석수 조금(石手 趙金) 등은 채석에 관여한 관리와 장인이다. 또한, 기묘년(1699) 정월에 채석이 이루어진 것과 이곳에서 뜬 돌의 사용처가 사릉(思陵)인 것이 확인되었다. 사릉은 단종의 왕비인 정순왕후 송씨(1440~1521)의 능으로, 구천폭포 주변에서 채석의 흔적도 확인되고 있다.
 
구천폭포, 상단에는 구천은폭(九天銀瀑)이 새겨져 있다.
▲ 구천폭포 구천폭포, 상단에는 구천은폭(九天銀瀑)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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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문까지 점점 줄어드는 이정표
▲ 이정표 대동문까지 점점 줄어드는 이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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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천폭포를 지난 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었다. 이곳부터는 계단과 경사진 오르막 등이 있어 쉽지 않은 산행이다. 힘이 들면 잠시 쉬기도 하고, 가져간 물로 목을 축이며 천천히 대동문을 향해 올라갔다. 점점 줄어드는 이정표와 함께 중간 목적지인 대동문(大東門)에 도착했다. 현재 대동문의 문루는 해체, 보수가 진행되고 있다.
 
대동문, 현재 해체, 보수가 진행 중이다.
▲ 대동문 대동문, 현재 해체, 보수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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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성 동장대
▲ 북한산성 동장대 북한산성 동장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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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방향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행궁지
▲ 행궁지 백운대 방향으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행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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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부터 백운대까지는 북한산성의 성벽을 따라 걸어볼 수 있다. 북한산성(北漢山城)은 숙종 시기에 쌓았는데, 성의 형태는 북한산의 정상인 백운대와 보현봉, 원효봉 등을 연결했다. 꽤 큰 규모의 성으로 백운대로 가는 길에 멀리 행궁지의 모습도 볼 수 있다.

대동문을 출발해 산성을 따라 걷다 보면 '동장대(東將臺)-용암사지-용암문-백운봉 암문'을 지나게 되고, 이곳에서도 만만치 않은 계단과 암벽 구간을 지나면 멀리 북한산의 정상인 백운대(白雲臺)가 모습을 볼 수 있다.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백운대
▲ 백운대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백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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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봉 암문, 암벽 구간만 오르면 정상인 백운대에 도착한다.
▲ 백운봉 암문 백운봉 암문, 암벽 구간만 오르면 정상인 백운대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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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 정상
▲ 도착한 백운대 정상 백운대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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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봉 암문까지 도착했다면 정상인 백운대까지 거의 도착했음을 의미하며, 이곳 암벽 구간만 잘 올라가면 백운대에 도착하게 된다. 정상은 이미 많은 이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정상석과 태극기 주변은 사진을 찍기 위한 등산객들로 분주하게 움직인다.

정상에는 3.1운동 암각문이 있고,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에 잠시 주변을 천천히 바라본다. 특히, 정상에서 바라보는 인수봉과 서울 도심 풍경을 보다 보면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몸과 마음이 말끔히 치유되는 기분이다.
 
백운대 정상에 새겨진 3.1운동 암각문
▲ 백운대 정상에 새겨진 3.1운동 암각문 백운대 정상에 새겨진 3.1운동 암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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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서울 도심의 풍경도 함께 볼 수 있다.
▲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서울 도심의 풍경도 함께 볼 수 있다. 백운대에서 바라본 인수봉, 서울 도심의 풍경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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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백운대 정상에서 준비해간 점심을 먹으면서 그렇게 잠시 쉬다 우이동 방향으로 하산했다. 한편, 조선 후기에 이옥(李鈺, 1760~1815)이 쓴 <중흥유기(重興遊記)>를 보면 북한산을 산수 유람했던 기록이 남아 있고, 예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이 백운대 정상을 향해 산길을 오른다.

산 자체를 오르는 것도 좋지만 잠시 고개를 들어 길 위에 남겨진 이러한 흔적들 한번 주목해 보는 것도 의미있고 유쾌한 산행이 될 것이다.

태그:#북한산, #백운대, #사릉부석감역필기, #부석금표, #북한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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