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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안내 깃발.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안내 깃발.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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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입구.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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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였던 숯가마, 폐광, 돌무지(너덜겅)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생생하게 보존돼 있다."

지난 1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 여항산 자락에 있는 '진주지역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매장지'를 찾은 이들의 말이다.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상임고문과 노치수 (사)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경남유족회 회장, 유해발굴조사단 자원봉사자 김영희(59·진주)씨는 이날 현장을 찾았다.

숯가마, 폐광, 돌무지는 여항산 자락 500m 안팎에 있다. 지난 2004년 5~6월 사이 발굴을 통해 숯가마 36구, 폐광 23구, 돌무지 104구 등에서 총 163구의 유해와 함께 유품 119점이 나왔다.

희생된 이들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7월 중순경 집단 학살된 진주형무소 재소자이거나 국민보도연맹원의 민간인들로 밝혀졌다. 당시 국군방첩대(CIC)와 경찰이 이들을 진주에서 이곳까지 끌고 와 학살했다.

민간인 집단 학살현장이 발견된 건 우연이었다. 지난 2002년 여름 태풍 루사로 숯가마 등에 있던 유해가 밭으로 휩쓸려 왔다.

이후 당시 경남대 박물관장이던 고 이상길 교수가 단장으로 옛 마산시(현 창원시)에서 일부 지원을 받아 발굴 작업을 벌였다. 발굴 비용의 상당수는 이상길 교수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유품은 수년간 경남대 박물관이 보관하다 이후 진주 명석면 용산고개에 있는 컨테이너로 옮겨져 있다.

폐광에서 나온 나무 도장

여양리 현장에는 특이한 유해·유품도 나왔다. 폐광의 한 옷에서 나온 나무 도장에는 '태인(泰仁)'이 적혀 있었다. 발굴 뒤 고 이상길 교수는 도장의 주인을 밝혀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태인은 본적지가 진주인 정태인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지난 1936년 진주제2공립보통학교(현 봉래초교)에 입학, '고려예술연극회'라는 극단을 조직해 제1회 영남예술제(개천예술제)에 참가했다. <진주연극사>(조웅대 저)에는 '태인'이라는 이름이 남겨져 있다.

자원봉사자 김영희씨는 "이는 전국 민간인 학살 유해 중 유품으로 신원이 밝혀진 첫 사례다. 정태인 유해는 유족의 허락으로 교육에 활용하도록 허락받았다"고 설명했다.

폐광에서 중기관총 'MG50'의 탄피 2점도 나왔다. 김씨는 "민간인 학살 현장에서 나온 유품 가운데 중기관총 탄피가 나온 곳은 전국에서 여양리가 유일하다"라고 덧붙였다.
   
"숯가마, 폐광, 돌무지... 거의 그대로"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돌무지.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돌무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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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매장지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진주유족회는 숯가마와 폐광·돌무지 입구 쪽 2곳에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숯가마 쪽에는 '유골 다량 발견지점'과 '가매장 분묘'라는 팻말을 뒀다.

숯가마 입구에는 지난 2002년 9월 마산시장과 마산중부경찰서가 세웠던 안내판이 있지만, 세월이 지나 현재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다. 유골이 나왔던 숯가마는 형체가 일부 무너졌지만 옛 흔적이 남아 있다.

50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폐광·돌무지가 있다. 민간인 학살 현장은 여항저수지 쪽에서 산으로 100m가량 올라가야 한다. 대부분 훼손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폐광·돌무지에 오르는 구간 곳곳에 비닐을 감싸 종이로 만든 설명판이 없었다면 이곳이 역사의 현장이라는 사실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여양리 발굴지는 옛 마산시(현 창원시)가 2003년에 8000여평을 매입해 현재는 시유지다.

김영희씨는 이곳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발굴의 '역사 교육 현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인 학살현장으로 보전하고 교육하기에 전국에서 이곳만큼 좋은 조건을 갖춘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국적으로 경산 코발트광산과 고양 금정굴의 두 곳이 답사지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라며 "여양리 3곳 매장지는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런 발굴지는 전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므로 교육현장으로 보전할 가치와 조건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좋은, 훌륭한 역사를 교훈으로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암흑의 역사, 슬픈 역사, 아픈 역사를 후대에 가르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면서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양리 발굴지를 역사의 현장으로 될 수 있도록 관련 단체와 기관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생·교사 등을 상대로 민간인 학살 현장 답사·교육을 하는 김영희씨는 "고 이상길 교수가 생전에 이곳을 잘 보전해서 교육 현장으로 활용하면 좋겠다고 했다"라며 "요즘 이곳에 와본 사람들은 학살의 현장으로 실감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노치수 회장은 "전국 여러 학살지를 다녀봤지만 여양리만큼 현장이 잘 보전되어 있는 곳이 없다.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도록 해야 하고, 우선 표지판이라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만 고문은 "여양리 현장을 20여 년 만에 와서 다시 보는데, 현장이 거의 그대로 보전되어 있다는 사실에 놀랍다"면서 "여러 조건이 매우 좋은 상태이기에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2002년 9월 마산중부경찰서가 세워놓았던 안내판의 글자가 다 보이지 않는다.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2002년 9월 마산중부경찰서가 세워놓았던 안내판의 글자가 다 보이지 않는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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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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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온 숯가마 터.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온 숯가마 터.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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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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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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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숯가마 터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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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입구에서 김영희 자원봉사자가 술을 놓고 절을 하고 있다.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입구에서 김영희 자원봉사자가 술을 놓고 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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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앞에서 김영희 자원봉사자가 설명하고 있다.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앞에서 김영희 자원봉사자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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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앞에서 김영희 자원봉사자가 설명하고 있다.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앞에서 김영희 자원봉사자가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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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돌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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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돌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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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돌무지.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돌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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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유골이 나왔던 폐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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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왼쪽부터 김영희 자원봉사자, 노치수 경남유족회장, 김영만 김주열기념사업회 고문.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왼쪽부터 김영희 자원봉사자, 노치수 경남유족회장, 김영만 김주열기념사업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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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왼쪽부터 김영희 자원봉사자, 노치수 경남유족회장, 김영만 김주열기념사업회 고문.
 창원 마산합포구 진전면 여양리에 있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현장. 왼쪽부터 김영희 자원봉사자, 노치수 경남유족회장, 김영만 김주열기념사업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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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마산 여양리, #창원유족회, #유해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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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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