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랭킹에서 20계단 이상 차이나는 두 팀이지만, 경기 중반까지는 나름 흐름이 팽팽했다. 그러나 '우승후보' 일본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스타트를 끊은 오타니 쇼헤이의 투-타 맹활약도 돋보였다.

쿠리야마 히데키 감독이 이끄는 일본 야구대표팀은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 B조 첫 경기에서 중국을 8-1로 꺾고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일본은 라스 눗바(중견수)-콘도 켄스케(우익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무라카미 무네타카(3루수)-요시다 마사타카(좌익수)-오카모토 카즈마(1루수)-마키 슈고(2루수)-겐다 소스케(유격수)-카이 타쿠야(포수)로 라인업을 구성했다. 지명타자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오타니가 선발투수까지 맡았다.

중국은 량 페이(우익수)-양 진(유격수)-유스케 마사고(중견수)-첸 첸(3루수)-레이 창(지명타자)-카오 지(1루수)-코우 용강(좌익수)-루오 쥔준(2루수)-리 닝(포수) 순으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탄탄했던 일본, 화려하게 빛난 오타니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중국과 일본의 경기. 2회초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경기를 마치며 더그아웃을 향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9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중국과 일본의 경기. 2회초 일본 선발투수 오타니 쇼헤이가 경기를 마치며 더그아웃을 향하며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은 1회말부터 분위기를 잡았다. 눗바의 안타, 콘도와 오타니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의 기회를 만들었다. 후속타자 무라카미도 볼넷을 얻어내며 3루주자 눗바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다만 요시다의 유격수 플라이 이후 오카모토의 우익수 플라이 때 3루주자 콘도가 홈에서 아웃돼 추가 득점은 없었다.

오타니는 2회말 2사 만루서 유격수 땅볼을 친 아쉬움을 마운드에서 달랬다. 4이닝 동안 1피안타 5탈삼진 무실점, 투구수는 49구였다. 최고구속이 100마일(약 161km)까지 찍힐 정도로 컨디션이 좋았다.

4회말에는 본인이 직접 해결사로 나섰다. 4회말 1사 1, 3루서 왼쪽 담장을 직격하는 2루타를 때리며 3루주자 눗바, 1루주자 콘도가 홈을 밟았다. 팀에 추가점을 안긴 오타니는 마운드를 불펜에 넘겨주고 5회부터 지명타자에 집중했다. 오타니의 최종 타격 성적은 4타수 2안타 2볼넷 2타점 1득점이었다.

중국이 6회초 량 페이의 솔로포로 2점 차까지 따라붙자 일본은 7회말 마키의 솔로포로 응수했다. 여기에 8회말 대수비로 출전한 야마다 테츠토의 2타점 적시타를 시작으로 4점을 뽑아 빅이닝에 성공했다. 중국의 선전에 고전했던 일본도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오타니가 내려간 이후 토고 쇼세이(3이닝 1실점)-유아사 아쓰키(1이닝 무실점)-이토 히로미(1이닝 무실점)가 남은 5이닝을 삭제했다. 52구를 던진 토고의 경우 50구 이상 투구 시 4일 휴식을 해야 한다는 대회 규정상 10일 한국전에 나설 수 없지만,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는 데 힘을 쏟았다. 

'16'에 담긴 이날 경기의 흔적

이날 경기는 숫자 '16'과 관련된 게 많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오타니의 대표팀 유니폼 등번호다. 과거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 11번을 달았고, 현재 소속팀인 LA 에인절스 유니폼에는 17번이 새겨져 있다. 현재 대표팀에서 그가 달고 있는 번호는 11번도, 17번도 아닌 '16'번이다. 관중석 곳곳에서 '16'번이 새겨진 유니폼이 눈에 띄었다.

중국 투수들이 일본에게 내준 볼넷 개수도 '16'개다. 선발투수를 포함해 6명의 투수 중에서 볼넷 없이 자신의 임무를 마친 투수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전 대회와 비교했을 때 중국의 수비는 다소 안정된 편이었다. 호수비라고 할 수 있는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다만 제구가 불안했던 투수들이 스스로 무너졌고, 자연스럽게 야수들의 수비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본 타자들이 쌓은 잔루 개수 역시 '16'개다. 8득점을 뽑은 일본이 활짝 웃지 못한 이유다. 특히 경기 초반 매 이닝 주자들이 루상에 나가고도 1회말 1득점에 묶였다. 중국 투수들의 공이 빠른 편은 아니었으나 일본 타자들이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본의 두 번째 상대인 한국도 이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타자' 오타니는 바깥쪽 낮은 공을 건드려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4번타자 무라카미도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아무리 타자들이 강하다고 해도 약점은 분명 존재한다.

중국을 제압한 일본은 10일 한국전 선발투수로 다르빗슈 유를 내세운다. 한국은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출격한다. 2000년대 후반부터 양국을 대표하는 에이스의 선발 맞대결이다. 한일전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된 상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 오타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