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라는 소재의 태생적인 한계였을까. 안면 주요제작진 교체의 빈 자리가 너무 컸던 것일까. 낚시 예능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던 <도시어부>가 많은 숙제와 아쉬움을 남기고 네 번째 시즌을 종영했다.
 
4일 방송된 채널A <나만 믿고 따라와 도시어부4> 최종회에서는 9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다섯 멤버들의 '낚시왕'선발 파이널 매치가 그려졌다.
 
준결승전에서 이태곤이 다시 1위를 차지하며 황금뱃지 최다인 총 11개로 부동의 선두를 내달렸다. 결승전을 앞두고 뱃지가 6개 이하인 3-5위 이덕화, 이수근, 김준현은 자동으로 탈락이 확정됐다. 결승전은 뱃지 8개로 2위를 달리며 유일하게 역전 가능성이 남아있는 '리오넬 메규' 이경규와 '태이마르' 이태곤의 2파전으로 압축됐다.
 
대망의 결승전은 풍족한 조황과 씨알이 보장된 인천 가두리 낚시터에서 펼쳐졌다. 결승전에서는 뱃지 3개가 걸렸고, 만일 이경규가 승리하여 이태곤과 뱃지 동률이 될 경우에는 어종불문 준결승-결승전 합산 총무게 대결로 낚시왕을 가리기로 했다. 이태곤은 예선 1위의 베네핏으로 낚시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결승전 '자리지정권'까지 획득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그런데 이태곤은 유일한 대항마인 이경규에게 명당으로 보이는 가장 끝 자리인 14번을 줬다. 도시어부 멤버들은 이태곤의 배려에 감탄하며 이경규는 "감사합니다"라고 고개숙여 90도 인사까지하는 비굴한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태곤의 흑심은 따로 있었다. 이태곤은 미리 자리를 체크해둔 양쪽 가두리 모두를 활용하여 낚싯대를 던질 수 있는 진짜 명당 자리인 20번을 미리 확보해둔 상태였고, 라이벌 이경규를 가장 멀리 보내 견제하는 선택을 했던 것.
 
결승전을 위하여 <도시어부> 단골 게스트인 박진철 프로-개그맨 김용명이 해설위원으로, 김일중 아나운서가 캐스터를 맡아 특별낚시 중계를 편성했다. 이덕화-이수근-김준현은 낚시왕에는 탈락했지만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둘 것을 다짐했다.
 
결승전은 역시 이태곤 vs. 이경규의 팽팽한 승부로 진행됐다. 이태곤이 먼저 첫 수를 올리며 앞서나가는 듯 했으나 이경규가 연이어 히트에 성공하며 4대 3으로 역전하고 전반을 마쳤다.
 
여기에 예상치못한 이덕화가 치고 올라오며 뜻하지않은 '낚시 빌런'으로 등극했다. 이덕화는 오직 낚시에만 집중하느라 결승전 룰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으로 '룰브레이커'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이태곤에게는 응원을, 이경규에게는 원성을 들어야했다. 급기야 이덕화는 "결승전 1위를 하면 전라로 춤을 추겠다"며 아무도 원하지않는 공약을 제안하며 모두를 경악시켰다.
 
후반전에도 이경규의 뒷심이 돋보였다. 이태곤의 의도와는 달리, 이경규의 자리는 진짜 명당이 맞았고 막바지 연속 히트로 이태곤을 거세게 위협했다. 이태곤은 후회막급한 표정을 숨기지못했다. 해설을 맡은 박진철 프로는 "이태곤이 우승을 놓친다면 제일 큰 요인은 포인트 선정 실패다"라고 지적했고, 본인이 직접 모든 자리를 지정했던 이태곤은 누구 탓을 할수도 없기에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9시간에 걸쳐 펼쳐진 결승전이 끝나고, 멤버들은 시상식을 겸한 VIP 디너파티에 초대되어 다시 모였다. 멤버들은 낚시 복장 대신 오랜만에 말끔한 수트로 갈아입고 그동안 획득한 황금뱃지를 단 채로 등장했다. 낚시왕 순위는 꼴찌인 5위가 김준현, 4위 이덕화, 3위 이수근이었다.
 
결승전 1위는 이경규가 차지했다. 이로서 뱃지 3개를 추가한 이경규는 이태곤과 동률이 되어 총무게로 시즌4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됐다.
 
상승세를 탄 이경규는 결승전에서만 총 10.7Kg의 고기를 낚아올리며 준결승-결승전 합산 8.54kg를 기록한 이태곤을 제치고 결국 '낚시왕'까지 등극하는 대역전극을 이뤄냈다. 이경규는 두 팔을 치켜들고 환호하면서 "전원 회식이다. 소고기를 쏘겠다"고 선언하며 기쁨을 감추지못했다. 한동안 만년 꼴찌에 그치며 부진했던 이경규는 시즌4에서 전격적인 황금뱃지 '제로 세팅'을 선언한 이후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대반전의 복선이 됐다.
 
멤버들은 시즌4를 마무리하는 소감을 남겼다. 맏형 이덕화는 "도시어부가 스튜디오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밖에 나가 자연과 싸우는 데 아무런 사고없이 끝난 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이태곤은 "9개월간 힘들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계셔서 저도 즐거웠다"고 전했고 이수근은 "전체적인 조황은 아쉽지만, 그 외에는 너무도 완벽했던 한해가 아니었다 싶다"고 평했다. 김준현은 "너무나도 감사드린다. 내년에도 행복하게 이대로만 낚시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멤버들은 앞으로 팬들과 만나는 '도시횟집' 이벤트에서의 재회를 기약하며 작별인사를 전했다.
 
<도시어부>는 2017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6년 만에 어느덧 네 번째 시즌까지 마감하며 장수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중년들의 레저로만 인식되던 낚시가 예능의 한 장르가 될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며 전국적으로 낚시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때문이 아니라 진심으로 낚시에 미친 연예인 낚시광들의 '덕업일치'가 주는 진정성, 스포츠-애니메이션 등 젊은 세대의 서브컬쳐 요소들을 자막과 편집으로 활용한 'B급 감성'은 <도시어부>만의 차별화된 성공비결로 꼽혔다.
 
하지만 <도시어부>는 시즌4에 접어들며 중대한 분기점을 맞이했다. 그동안 시리즈의 기틀을 닦았던 장시원 PD가 퇴사하며 주요 제작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장PD는 JTBC와 계약을 맺고 스포츠예능 <최강야구>를 론칭했다. 시즌4는 구장현 PD-서혜승 CP가 물려받았다.
 
장PD는 떠났지만 <도시어부>시즌4는 주요 고정멤버 5인이 모두 건재했고 구장현 PD도 전임 CP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오면서 내부 승진한 제작진으로 최대한 '연속성'을 이어갈수 있는 토대는 충분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한 해외여행 제한이 해제되면서 해외조업-시청자와의 만남-스핀오프 등 그동안 프로그램 제작을 둘러싼 각종 제약들이 풀리면서 훨씬 다양한 이벤트를 시도할수 있는 유리한 조건이 형성됐다.
 
하지만 시즌4는 결과적으로 이전 시즌들의 장점과 매력을 하나도 살리지못한채 장수예능의 매너리즘만 극명하게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제작진 교체의 영향 때문인지 <도시어부>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재기 넘치는 자막과 편집이 크게 줄어들며 '지루해졌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일본 해외출조까지 시도했음에도 조황은 시즌2를 넘어선 역대 최악이라고 할만큼 꽝을 친 에피소드들이 유독 쏟아졌다. 또한 시즌3까지 줄곧 평일인 목요일에 방송되었는데 시즌4에서 갑자기 황금시간대인 주말 심야시간대로 옮긴 무리한 변경으로 고정 시청들의 이탈을 불러온 패착이었다는 평가다.
 
낚시라는 정적인 소재의 특성상 비슷한 <도시어부>는 매번 비슷한 그림과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이전 시즌에도 피할 수 없는 숙제였다. 그동안은 시즌마다 유기적인 멤버 변동, '강철노인'-'킹태곤' 등 멤버 각자의 캐릭터를 부각시킨 서사. 개성넘치는 게스트들과의 케미, 도시어부 유투브와 해양쑤년단, 이경규-이덕화의 생일축하 특집 등 새로운 이벤트의 도입으로 보완하곤 했다,
 
하지만 정작 시즌4에서는 시청자들에게 뚜렷한 인상을 남길만한 차별화 포인트가 전혀 보이지않았다. 낚시왕을 둘러싼 고정멤버들간의 자체 경쟁이나. 얼굴을 공개하지않는 게스트인 '히트맨'을 등장시킨 이벤트 등은 끝까지 별다른 화제를 끌지못하며 실패한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이상의 완성도는 전체적으로 시즌4 론칭을 위한 준비가 부족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시즌4는 내내 여러모로 다음 시즌에 대한 기대감과 여운보다는 웬지 '마지막'을 암시하는 듯한 분위기가 유독 두드러졌다. 이전 시즌에서 멤버들이 다음 시즌에는 누가 살아남을지 예측하는 것이 웃음포인트였다면, 시즌4는 그동안의 낚시 여정을 될돌아보고 정리하는 과거지향적인 분위기가 강했다.
 
마지막 에피소드 역시 다음 시즌에 대한 가능성이나 비전은 일절 언급되지않은채 마무리되며 시청자들에게는 '혹시 이대로 완전 종영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매너리즘이라는 벽에 갇힌 <도시어부>와 주요 멤버들을 과연 다섯 번째 시즌으로 다시 볼 수 있을까.
도시어부 낚시왕 낚시예능 시즌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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