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행이 갈 길 바쁜 도로공사를 꺾고 봄 배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갔다.

김호철 감독이 이끄는 IBK기업은행 알토스는 3일 화성 종합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홈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5-16,19-25,25-23,28-26)로 승리했다. 3위 경쟁으로 승리가 절실했던 도로공사를 4연패의 늪에 빠트리며 승점 3점을 챙긴 기업은행은 GS칼텍스 KIXX(승점41점)를 제치고 단독 5위로 올라섰다(14승18패).

기업은행은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와 토종에이스 표승주가 나란히 21득점을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아포짓 스파이커 육서영이 13득점,미들블로커 최정민이 11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날 기업은행은 공격점유율 30%를 넘긴 선수가 한 명도 없었고 5명의 공격수가 모두 1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했을 만큼 공격이 고르게 나뉘며 도로공사 블로킹을 흔들었다. 이는 기업은행 주전세터 김하경의 고른 분배 덕분이었다.

조송화 이탈 후 주전 세터 도약
 
 백업이 익숙했던 김하경 세터는 2021-2022 시즌 초반 조송화의 이탈로 갑작스럽게 기업은행의 주전세터가 됐다.

백업이 익숙했던 김하경 세터는 2021-2022 시즌 초반 조송화의 이탈로 갑작스럽게 기업은행의 주전세터가 됐다. ⓒ 한국배구연맹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김사니 세터가 현역생활을 마친 기업은행은 FA세터 염혜선(KGC인삼공사)을 영입했지만 염혜선은 심한 기복과 잔부상으로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시절의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실제로 2018-2019 시즌부터 기업은행의 실질적인 주전세터로 활약한 선수는 염혜선이 아닌 이고은(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과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이나연 세터(현대건설)였다.

기업은행은 이나연 세터가 2018-2019 시즌과 2019-2020 시즌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3번의 챔프전 우승을 포함해 6연속 챔프전에 진출했던 기업은행은 이나연 세터가 주전으로 활약한 두 시즌 동안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물론 기업은행의 부진은 이정철 감독(SBS스포츠 해설위원)의 사임과 외국인 선수 어도라 어나이(프로메테이)의 태업논란 등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세터 역시 기업은행의 약점 줄 하나였다.

마침 2019-2020 시즌이 끝나고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서 국가대표 주전세터로 성장한 이다영 세터(라피드 부쿠레슈티)를 영입하면서 기업은행에게도 세터 보강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다영의 가세로 졸지에 갈 곳을 잃은 조송화 세터를 연봉총액 2억7000만원에 영입한 것이다. 조송화 세터는 세터로서 장단점이 있지만 흥국생명에서 수 년간 주전세터로 활약하며 2018-2019 시즌 통합우승의 주역으로 활약한 세터다.

기업은행은 조송화 세터가 가세한 2020-2021 시즌 득점 2위(867점)에 오른 외국인 선수 안나 라자레바의 활약에 힘입어 세 시즌 만에 플레이오프에 복귀했다. 기업은행의 주전세터로 활약한 조송화 역시 세트당 10.79개의 세트를 성공시키며 세트 부문 2위에 올랐다. 그렇게 조송화로 인해 세터진의 안정을 찾은 기업은행은 서남원 감독이 새로 부임하면서 조송화 세터에게 팀의 주장 자리를 맡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송화 세터의 주장선임은 기업은행에게 큰 악수가 됐다. 조송화 세터는 서남원 감독과 미묘한 불화를 보이다가 2021년11월12일 인삼공사전이 끝난 후 숙소를 무단 이탈했다. 조송화 세터의 무단이탈은 김사니 코치의 동반이탈과 서남원 감독, 윤재섭 단장의 경질로 이어졌다. 그리고 졸지에 주전세터를 잃은 기업은행은 주전 출전 경험이 거의 없었던 백업세터 김하경을 주전으로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두 시즌 연속 풀타임 주전 활약
 
 김하경 세터는 지난 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기업은행의 풀타임 주전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김하경 세터는 지난 시즌부터 두 시즌 연속 기업은행의 풀타임 주전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일신여상에서 전학을 오면서 원곡고의 창단멤버가 된 김하경 세터는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2순위로 기업은행에 지명되면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기업은행에는 주전 김사니 세터와 백업 이소진 세터가 건재했고 이소진 세터 은퇴 후에는 트레이드를 통해 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이고은 세터가 백업으로 자리 잡았다. 결국 김하경 세터는 프로 입단 후 세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30경기41세트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기업은행과 계약을 하지 못한 김하경 세터는 실업팀 대구시청에 입단해 2년 동안 선수생활을 이어가다가 2019년 염혜선의 이적으로 세터진이 약해진 기업은행에 복귀했다. 김하경 세터는 2019-2020 시즌에는 이나연 세터, 2020-2021 시즌에는 조송화 세터에 가려 복귀 후에도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다가 2021년11월 조송화 세터의 이탈 후 갑작스럽게 주전세터 자리를 차지했다.

김하경 세터는 주전으로 출전하기 시작할 무렵 코트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하기도 했지만 김호철 감독 부임 후 명세터 출신 김호철 감독으로부터 집중지도를 받으면서 기량이 급성장했다. 그렇게 주전 세터로서 한 시즌을 무사히 마친 김하경 세터는 시즌이 끝나고 세계선수권대회 대표팀 명단에도 포함됐다. 그리고 매 시즌 꾸준히 성장한 '대기만성' 김하경 세터는 이번 시즌에도 기업은행의 붙박이 주전 세터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기업은행은 이번 시즌 에이스 김희진의 부상으로 좀처럼 상위권으로 올라오지 못했고 여기에는 주전세터 김하경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최근 9경기에서 6승3패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4위 도로공사를 승점 5점 차이로 추격하는 단독 5위로 치고 올라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특정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코트 안 공격수들을 골고루 활용하는 김하경 세터의 활약이 있었다.

지난 2021-2022 시즌 조송화의 백업세터였던 김하경 세터의 연봉은 옵션을 포함해 63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업은행 부동의 주전 세터가 된 이번 시즌 김하경 세터는 옵션을 포함해 총 1억21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 그리고 기업은행의 봄 배구 진출 여부를 떠나 다음 시즌이 되면 김하경의 몸값은 더욱 올라갈 확률이 높다. 현 시점에서 김하경은 기업은행에서 대체할 선수가 없는 확실한 붙박이 주전세터이기 때문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IBK기업은행 알토스 김하경 주전세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