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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등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들어 보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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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엄석대 결말은 비극적이다. 무운을 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1980년대 군사독재 시대상을 그려낸 단편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속 등장인물 '엄석대'에 빗대어 저격했다. 소설 속 한 초등학급 반장으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엄석대와 같이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커다란 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책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꺼내 "현재 국민의힘 모습"

이 전 대표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987년에 이문열 작가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을 통해 그려냈던 시골 학급의 모습은 최근 국민의힘의 모습과 닿아 있다"며 운을 뗐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은 전학생 '한병태'가 반장 '엄석대'의 전횡에 맞서다가 담임선생님에게 문제아로 낙인찍힌 뒤, 엄석대에게 굴복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이 바뀐 뒤, 엄석대에게 동조했던 친구들이 적극 나서서 엄석대를 고발한다.

이 전 대표는 "아이들의 물건을 빼앗고 자체적으로 규정을 만들어서 징벌"하는 엄석대 또한 "형식적으로는 나름의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선출된 반장이었다"며 윤 대통령을 직격했다.

이어 "서울에 있다가 시골 학급으로 전학해 온 주인공 '한병태'의 눈에는 모든 것이 이상해 보였다"며 "한병태는 그런 엄석대에게 저항해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분명히 잘못한 것은 엄석대인데, 아이들은 한병태를 내부총질러로 찍어서 괴롭힌다"며 지난 대통령 선거 이후 '내부총질러'로 낙인찍혀 축출된 자신의 상황을 자조했다.

그러면서 "결국 한병태는 엄석대가 만들어 놓은 질서에 저항하는 것을 포기하고 엄석대의 세력에 편입되어 그의 자잘한 비행에 오히려 힘을 보태는 위치에 가게 된다"며 "모두가 자신의 권리와 양심을 잃어버리고 엄석대에게 굴종하면 평화와 질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이게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당정 일체일지 모른다"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만 바라보는 현재 국민의힘이 상황을 드러냈다.

"엄석대 핵심 관계자, 엄석대 무너질 때 잔인하게 고발"

이 전 대표는 "새로 온 선생님은 엄석대가 그동안 권력을 지키기 위해 해왔던 것들을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한다"며 "원래 공부를 그다지 잘하지 않았던 엄석대는 각 과목별로 (친구들을 이용해) 대리시험을 보게 하고 있었고, 대리시험이 사라지니까 엄석대는 우선 우등생이라는 별칭을 잃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엄석대가 무너질 때 가장 잔인하게 엄석대에 대한 고발을 아끼지 않았던 학생들의 모습이 기억나는가"라며 "엄석대의 권력을 떠받들면서, 엄석대가 만든 해괴한 시스템 하에서 누릴 것을 누리고 남을 린치하는데 앞장서던 그들이 담임선생님이 엄석대의 비행을 적어내라고 하자 누구보다 앞서서 그를 고발하고 무너뜨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겨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국민의힘에서 엄석대는 누구일까. 엄석대 측 핵심 관계자는 어떤 사람들일까"라면서도 "제 이야기를 듣고 엄석대를, 똑같은 한 사람을 연상시킨다면 다들 공감하고 계신 것"이라고 비꼬았다.

"국민은 우리를 의아한 눈빛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2023.2.12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 출마한 친이준석계 후보들이 1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기자단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기인 청년최고위원 후보, 천하람 당대표 후보, 허은아 최고위원 후보, 김용태 최고위원 후보. 2023.2.12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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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표는 '이준석계 '천아용인'을 '한병태'에 빗대어 지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이제 곧 투표가 시작되는 전당대회에서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네 후보는 한병태와 같은 위치에 서 있다"며 "이들은 사람에 충성하라는 충성 맹세를 거부한 이유로 엄석대의 질서에 편입되는 것을 받아들인 사람들에게 공격받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담임선생님은 항상 바뀐다. 이미 우리의 선생님인 국민은 우리를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다"며 "새로운 한병태인 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이 더 큰 힘을 가지고 국민을 대신해 엄석대가 구축하려고 하는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게 해주시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 이후 이 전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을 엄석대에 빗댄 것이냐'는 물음에 "전 오늘 책 이야기만 했다"며 "만약 엄석대를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기사를 낸다면, 국민의 시각을 대변하는 언론인들의 시각이라고 믿고 싶다"고 답했다.

이어 "이문열 작가의 소설의 엄석대 결말은 비극적"이라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결말이 났으면 좋겠다. 성군이 되는 스토리"라고 덧붙였다.

태그:#이준석, #윤석열, #엄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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