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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의 암흑기때 발행된 반도신문
▲ <반도신문> 제호  언론의 암흑기때 발행된 반도신문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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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104주년 3.1절을 맞아 <반도신문>을 공개하였다. 일제는 1907년 '신문지법'을 제정해 신문을 창간하려면 허가를 받아야 하며 신문 발행하기 전 관청에 2부 납부를 규정함으로서 사전검열을 제도화했다.

1908년에는 조문을 개정하여 미국과 러시아 등지의 교포들이 발행하는 신문은 물론 외국인이 발행한 신문까지도 단속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황성신문> <제국신문> 등이 폐간됐고, 영국인 베델에 의해 발간되었던 <대한매일신보>는 경술국치(1910년 8월 29일) 다음날부터 '대한'을 뺀 <매일신보>가 돼 조선통독부의 기관지가 됐다. <조선일보>(1920년 3월) <동아일보>(1920년 4월)가 창간되기 이전까지 대한제국은 '언론의 암흑기'였다고 말할 수 있다.

<반도신문>은 1919년 5월 15일에 일본인 '다케우치 로쿠노스케'에 의해 창간된 주간지로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를 제외하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국한문으로 배포된 유일한 민간신문이었다.

박환 교수(수원대 사학과)는 "일본인이 간행한 것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3.1운동 내용과 독립운동 내용 역시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라며 "즉 한국독립운동사를 파악할 수 있는 사료의 외연 확대라는 측면에서도 <반도신문>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라고 이번에 공개된 자료의 사료적 가치를 평가했다.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와는 다른 논조의 <반도신문>
▲ "만세기념일과 배재고보학교사건 15명의 구류자는 죄가 있는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와는 다른 논조의 <반도신문>
ⓒ 대한민국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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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화학당의 여학생 40명의 만세운동 외에도 '만세기념일과 배제고보학교사건-15명의 구류자는 죄가 있는가, 내지인의 교사는 사실부인'이라는 기사가 1920년 3월 19일자 이 신문에 실렸다. 같은 사건을 다룬 <매일신보>는 '工藤 경기도지사의 大英斷-미국인 兩교장 인가취소'라고 보도해 '불온한 행동'으로 평가했으나 <반도신문>의 경우 '만세기념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어 두 신문의 보도 성격이 달랐음을 보여준다. 이후 '배화여학교생도 독립만세사건'의 생도 24명에 대한 판결 소식도 실었다.

특히 1919년 6월 2일자 <반도신문>에서 3.1운동의 발발 원인을 다뤘는데 "단순한 일시의 감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므로 여하한 힘으로도 진압할 수 없었다. 사상의 동요에서 발단한 것이라고 논하며 반도 삼천리 강산을 진탕하던 만세소리는 종식기에 들어서도 이천만 심중의 활화산은 이로부터 바로 활동기에 들어갔다고 하겠다"라고 평가했다.

그밖에도 1920년 5월 19일자 <반도신문>은 <매일신보>가 다루지 않은 상해 임시정부 재무총장 최재형의 총살 사건도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별히 일본과 일본군대에 반대하여 총살"했음을 큰 활자로 강조했다.

이후 <반도신문>은 조선총독부 정책에 대한 비판한 기사인 '일본헌법은 조신인에게 실용함이 옳다'를 싣게 되면서 발행금지 당했고, 한인 기자들은 체포돼 감옥에 수감됐다. 책임자인 일본인은 일본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신민일보> 보도를 통해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23년 2월 24일부터 6월 27일까지 <알려지지 않은 3.1운동이야기> 전시를 통해 <반도신문> 실물을 전시한다. <반도신문은> 1919년 5월 15일 1호를 시작으로 1920년 5월 26일까지 총 50호 발간됐다. 총 38호를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으며 결호가 9건, 발매금지 당한 3건이 있다. 총 520면이나 보존상태가 좋지 않아 152면만 공개하고 보존처리가 완료된 이후 영인본으로 제작, 배포할  계획이다.

<반도신문>을 발행한 '다케우치 로쿠노스케'에 대해 박환 교수의 '반도신문 해제집' 내용을 살펴보면 '1904년 한국으로 이주하여 일본조합교회 등에서 활동했으며 조선을 문명화시키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기독교 전도를 통해 조선인을 동화할 것을 목적'으로 한 조직으로 '다케우치는 조선인의 동화와 자유와 평등을 촉진하는 정책을 조선총독부에 요구'하긴 했으나 이것이 조선의 독립이나 민족주의를 고취하기 위함은 아니었다고 서술돼 있다.

하지만 언론의 암흑기였던 당시 <반도신문>에 의해 전해지는 '독립을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은 우리 민족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희망적인 소식이었을 것이며 외로이 홀로 하는 싸움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독립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기록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 공개됨을 삼일절을 맞이하여 감사한 마음을 가져본다.

덧붙이는 글 | 역사, 문화, 문화재, 박물관, 미술관, 여행, 책, 삶에 관한 글을 씁니다. 지난해 <과학으로 보는 문화유산>이라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태그:#반도신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삼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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