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에 처음 참가했던 지난 시즌 31경기에서 3승28패의 성적을 올렸던 여자부 '7번째 구단' 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는 이번 시즌 31경기에서 4승27패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단 1승이 늘었을 뿐이지만 4승 중 3승을 4라운드 이후에 올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시즌 후반기에 보여주고 있는 페퍼저축은행의 선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게다가 페퍼저축은행은 개막 17연패로 시즌을 시작한 팀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10일 선두를 달리던 현대건설 힐스테이트를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꺾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하지만 페퍼저축은행도 유독 KGC인삼공사를 상대로는 지난 시즌부터 통산 11번의 맞대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페퍼저축은행은 창단 후 지금까지 인삼공사에게 32점의 승점을 헌납하는 동안 승점 1점 밖에 따지 못했다. 이번 시즌에도 6번의 맞대결이 모두 끝났기 때문에 인삼공사에게 설욕하려면 다음 시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처럼 페퍼저축은행을 상대로 단 한 번의 패배도 허락하지 않았고 최근 5연승으로 3위까지 치고 올라온 상승세의 인삼공사도 이번 시즌 한 번도 이겨보지 못한 팀이 있다. 바로 승점 1점 차이로 치열한 3위 다툼을 하고 있는 4위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다. 5라운드까지 도로공사에게 5전 전패를 기록했던 인삼공사는 28일 도로공사와 3위 사수, 봄 배구 진출, 준플레이오프 성사 여부 등이 걸린 매우 중요한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을 벌인다.

최근 5시즌 연속 봄 배구 진출 실패
 
 이소영은 인삼공사 이적 두 번째 시즌 만에 팀의 주장을 맡게 됐다.

이소영은 인삼공사 이적 두 번째 시즌 만에 팀의 주장을 맡게 됐다. ⓒ 한국배구연맹

 
'복덩이' 알레나 버그스마가 득점 1위(854점)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던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던 인삼공사는 이후 4번의 시즌 동안 한 번도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특히 알레나마저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8-2019 시즌에는 시즌 19연패의 수모를 당하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는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여자부 한 시즌 최다연패 기록으로 남아있다.

인삼공사는 박은진과 정호영, 이선우 등 매 시즌 좋은 유망주들을 지명했고 알레나, 발렌티나 디우프(부스토 아르시치오) 같은 특급 외국인 선수를 거느리고도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결국 좋은 성적을 위해서는 유망주들의 육성과 성장, 좋은 외국인 선수를 보는 안목, 그리고 적절한 투자의 조화가 필요했다. 이에 인삼공사는 2021년 4월, 계약기간 3년에 연봉합계 6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해 FA최대어 이소영을 영입했다.

인삼공사는 이소영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오지영 리베로(페퍼저축은행)가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리그 정상급 아웃사이드 히터 이소영과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 한국 여자배구의 미래를 이끌 미들블로커 박은진, 정호영 등을 보유한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영입한 196cm의 장신 공격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기량도 기대 이상이었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2021-2022 시즌 32경기에서 15승17패(승점46점)로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정규리그 4위에 머물렀다. 비록 시즌 막판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모든 팀들이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지만 시즌 종료 시점에서 3위 GS칼텍스 KIXX(62점)와 인삼공사의 승점 차이는 무려 16점이었다. 정상적으로 시즌이 치러졌다면 봄 배구 진출은 불가능한 성적이었다.

인삼공사는 옐레나가 득점(672점)과 공격성공률(39.44%) 부문에서 5위에 오르며 분전했지만 공수에서 이소영의 활약이 다소 아쉬웠고 2020 도쿄 올림픽에 출전했던 박은진 역시 성장세가 주춤했다. 결국 인삼공사는 V리그 여자부 최초로 5시즌 연속 봄 배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됐다. 2019년 12월부터 인삼공사를 이끌었던 이영택 감독(팔렘방 숨셀바벨뱅크)과 외국인 선수 옐레나는 끝내 재계약이 불발됐다.

3위 자리 놓고 '천적'과 한 판 승부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에서 득점 6위를 기록했던 엘리자벳은 이번 시즌 인삼공사에서 득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에서 득점 6위를 기록했던 엘리자벳은 이번 시즌 인삼공사에서 득점 1위를 질주하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시즌이 끝난 후 대전연고의 남자팀 삼성화재 블루팡스를 이끌었던 고희진 감독을 선임한 인삼공사는 2020-2021 시즌 GS칼텍스 통합우승 시즌의 주장이자 팀 내 최고연봉 선수 이소영이 주장을 맡게 됐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에서 활약했던 운동능력이 뛰어난 아포짓 스파이커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를 전체 2순위로 지명했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털고자 하는 선수들의 의지가 대단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높은 의욕과는 별개로 노란 리베로가 부상으로 이탈한 인삼공사는 시즌 개막 후 26경기에서 11승15패로 좀처럼 중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했다. 엘리자벳은 시즌 초반부터 득점 1위를 질주했고 주장으로서의 책임감을 더한 이소영도 공수에서 맹활약했지만 좀처럼 중위권에서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렇게 6시즌 연속 봄 배구 탈락이 가까워 보였던 인삼공사에게 지난 5라운드 중반부터 놀라운 반전이 일어났다.

인삼공사는 8일 IBK기업은행 알토스전을 시작으로 GS칼텍스, 현대건설, 그리고 페퍼저축은행과의 연전을 모두 승리하면서 파죽의 5연승 행진을 달렸다. 그리고 최근 4경기에서 1승3패로 주춤했던 도로공사를 제치고 단독 3위로 올라섰다. 공격을 주도하는 선수는 여전히 엘리자벳과 이소영이지만 연승기간 동안 인삼공사는 수훈선수 한 두 명을 꼽기가 힘들 정도로 모든 선수가 코트 안팎에서 제 역할을 해냈다.

이제 인삼공사는 2월의 마지막 날, 6연승의 길목에서 이번 시즌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천적' 도로공사를 상대한다. 만약 이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인삼공사는 4위 도로공사와의 승점 차이를 4점으로 벌리며 3위자리를 굳힐 수 있다. 더불어 준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는 승점 차이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인삼공사가 이 경기를 내주면 도로공사전 전패와 함께 5연승의 상승세가 멈추면서 4일 만에 도로공사에게 3위 자리를 내주게 된다. 

한 경기에 승점 3점이 걸린 축구나 배구에서는 순위 경쟁을 하는 팀끼리 맞대결을 할 경우 '승점 6점의 가치가 있는 경기'라고 표현한다. 인삼공사에게 도로공사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대결은 순위다툼은 물론이고 이번 시즌 내내 떨치지 못했던 '도로공사 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가 필요하다. 더불어 인삼공사와 도로공사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은 시즌 막판 배구팬들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빅매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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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KGC인삼공사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3위 결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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