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럿' 곽기성은 잃을게 없다는 각오로 호주 원정에 나선다.

'질럿' 곽기성은 잃을게 없다는 각오로 호주 원정에 나선다. ⓒ 곽기성 제공


"엄청난 아마추어 경력을 자랑하고 무시무시한 펀치 파워를 갖추고 있는 강타자입니다. 타이슨을 동경해서 러시아 타이슨이라고도 불린다는데, 두렵지 않습니다! 늘 그렇듯이 잃을 게 없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불태울 생각입니다."

프로복싱 KBM 라이트헤비급 한국챔피언 '질럿' 곽기성(30·수원태풍체육관)이 세계 무대에 도전한다. 다음달 12일 호주 시드니 쿠도스뱅크 아레나서 있을 라이트헤비급(-79kg) 매치가 그 무대로 상대는 이맘 하타예프(29‧러시아), 도쿄 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헤비급 동메달리스트 출신으로 아투르 베테르비에프(38), 한국계 혼혈 드미트리 비볼(32) 등을 이어 러시아 복싱의 전성기를 이어갈 주역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강자다.

곽기성은 전직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 MBC게임 히어로 출신 프로복서로 유명하다. 어린시절부터 운동하고는 거리가 먼 행보를 이어오다가 30살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늦은 나이에 복싱의 길에 입문했는데 데뷔 10개월 만에 한국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하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성격도 둥글둥글 유순한 편이고 파이터와는 어울리지않는 이미지를 가지고있어 가까운 지인들조차도 어리둥절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는 한국에서 최초로 기획된 명현만의 <언더테이커>에서 우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191cm의 큰키에 리치가 196cm에 달하는지라 동양인으로서 매우 우수한 체격조건으로 꼽힌다. 하지만 그러한 재능을 감안하더라도 하타예프와는 전력차이가 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타예프는 전형적인 러시안 스타일 인파이터다. 체급을 감안했을때 신장(179cm)은 크지 않지만 두꺼운 골격에서 뿜어져나오는 파워가 엄청나다는 극찬을 받고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것은 엄청난 전적 차이다. 동 나이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적을 가지고 있는 곽기성에 비해 하타예프는 어린 시절부터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젊은 베테랑이다.

프로 전적은 2전에 불과하지만 무려 103전의 아마경기를 소화하며 84승(11KO) 19패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아마추어의 특성상 넉아웃 경기가 많이 나오지 않아 언뜻보면 KO승률이 적어보이지만 프로에서 치른 2경기를 모두 1라운드 KO로 장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체급 최고의 하드펀처 중 한 명으로 손색이 없다.
 
마이크 타이슨을 동경했던 관계로 전진 압박 플레이 스타일을 선호하는데 근거리에서의 회피 동작이나 카운터에도 매우 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적 추세에 맞춰 아마와 프로를 병행하고있는 그는 얼마전 모로코에서 있었던 아를렌 로페즈와의 시합에서 승리하며 명실상부한 동체급 세계 1위의 위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로페즈는 하타예프가 동메달을 땄던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던 주인공이다. 그런 상대마저 무너뜨린지라 하타예프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강력한 인파이터이면서도 아마복싱에서 갈고닦은 테크닉까지 겸비한지라 다소 투박한 곽기성과 완성도 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기성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주변에서 만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어요. 전적도 그렇고 세계 무대에서의 위상도 그렇고, 차이가 너무 많이 나잖아요. 1승의 제물이다. 떡밥이다 등 온갖 얘기가 다 나왔죠. 하지만 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그 선수야 워낙 대단하니까 패배할 경우 잃을 게 많지만 저는 그런 게 없어요. 그냥 마음 편하게 먹고 최선을 다해 가진 것을 다 쏟아부을 생각입니다."

스포츠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 극복하기 힘든 전력차가 예상되는 경기에서도 종종 '언더독의 반란'이 일어나며 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한다. 국내 최대 입식격투기 단체 맥스FC 이호택(47‧서울) 전 실장은 "객관적 전력 차는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치고받는 것을 선호하는 곽기성의 스타일상 신장과 리치를 활용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곽기성은 의외성이 큰 복서다. 힘들 것으로 예측되던 순간에도 경기력으로 우려를 뒤집어버렸다. 짧은 시간에 한국 챔피언에 오른 원동력이다. 이번에도 그러한 승부 근성을 한번 믿어보고 싶다"며 곽기성 특유의 승부사 기질에 주목했다.

곽기성은 다음달 7일 출국길에 올라 8일 현지에 도착할 예정인데 4일여간 준비를 마친후 12일 일전을 벌이게 된다. 경기가 펼쳐질 쿠도스뱅크 아레나는 BTS, 블랙핑크도 공연한 바 있는 곳이다. 기회의 땅 호주에서 곽기성이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만화 주인공같은 인생을 살아온 한국산 질럿 행보에 복싱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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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럿 곽기성 러시안타이슨 불곰국형님 도쿄올림픽동메달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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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객원기자 / 전) 홀로스 객원기자 / 전) 올레 객원기자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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