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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부수도검침원  김은아씨
 주부수도검침원 김은아씨
ⓒ 주간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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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합니다, 건의합니다, 고발합니다, 요청합니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경남 함양군 홈페이지 '군수에게 바란다'에 훈훈한 사연이 올라왔다.

게시글에는 수도검침원 김은아씨와 관련한 미담이 구구절절 담겨 있다. 보일러가 터지고 수도가 동파되어 큰 피해를 볼 뻔 했던 노모의 빈집을 김은아씨가 수도검침을 하면서 두루 살펴 빨리 조치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방에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발견하여 알려줘 전기를 아낄 수 있었다거나 더운 날씨에 일하고 있는 노모의 건강을 챙겼다며 고마운 마음이 담긴 장문의 글이었다.

수도검침원 김은아씨를 만난 시기는 수도검침이 막바지에 다다른 때다. 수도요금 고지서가 나가려면 매달 15일 전후로 검침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이날은 검침이 누락된 가구를 재방문하는 날이었다.

"방문했을 때 집이 비었거나 연락이 닿지 않아 검침을 못 한 곳이 있거든요. 반드시 고객을 만나야 하니 몇 번이고 재방문하는 경우도 있죠."

김씨가 관리하는 구역은 함양읍, 지곡·수동면 일부지역이다. 매달 2600여 가구를 방문한다. 함양군의 경우 개량기 한 개당 890원으로 수도검침원의 급여가 책정된다.

그는 하루에 200~300여 가구를 방문하며 수도검침을 한다. 지난 2017년부터 주부수도검침원으로 일해 온 김은아씨,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일을 겪었다. 벌에 쏘이거나 개에게 물리는 일은 놀라울 것도 없다. 계량기 안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뱀과 마주치거나 낯선 사람으로 오해받았던 적도 있다.

그는 "처음엔 힘들었는데 워낙 오래 마을을 다니다 보니 지금은 주민들이 알아봐준다"며 미소 지었다.

김씨를 만난 이날에도 일과는 예상을 빗나가는 여러 가지 사건이 발생했다. 게이트볼을 치러 가신다는 어르신이 버스 올 시간이 한참 남았다며 차를 태워 달라 하시고(결국 함양읍까지 모셔다 드리고 다시 돌아옴), 빈집에 담을 넘어 들어가고(군수에게 바란다 게시판에 글을 쓰신 집 주인으로 전화해 '담 좀 넘겠습니다'하고 양해를 구했음), 함양휴게소에 있는 계량기를 확인하기 위해 천국의 계단을 건넜다.

"하하, 천국의 계단은 제가 이름을 지었어요. 고속도로통행료를 아끼고 휴게소 검침을 하려면 이 계단을 꼭 올라와야 하거든요. 계단이 가파르니 오르기 힘들어서 이름이라도 이렇게 지었죠."

계량기 한 개당 890원을 받는데 고속도로통행료도 만만찮으니 돈을 아끼기 위한 방법이다.

수도계량기는 밝고 깨끗한 곳에만 설치돼 있는 게 아니었다. 수풀을 헤치고 가야 하거나 사납게 짖어대는 개집 옆에도 있었고 무거운 철판뚜껑으로 막혀있기도 했다. 검침을 하기 위해 아침 일찍 또는 한낮에, 또는 일과가 끝나는 밤중에 방문해야 하는 곳도 있다. 집마다 방문하는 시간도,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 시간도 다르다.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 이 일을 하면서도 김은아씨는 사람을 향한 관심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홀로 계시는 어르신의 말벗이 되어 주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뵙지 못한 어르신의 안부도 챙겼다.

자부심과 사명감을 갖고 이 일을 하고 있는 김은아씨는 "주민들 생활과 밀접한 물을 관리한다. 물을 아껴 쓰도록 홍보도 한다"라면서 "수도요금을 깎아 달라고 하면 먹고 씻고 설거지 하고 빨래하는 걸 생각하면 물값이 제일 싸다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수도검침을 위해 다시 길을 나서는 김은아씨는 이 일을 소풍가듯 한다고 했다.

"함양이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산에 들에 꽃이 피면 꽃구경 간다 생각하고, 함양휴게소에서는 나도 여행가다 잠시 쉬어간다 생각하죠. 사람 좋아하는 제가 사람들 만나는 일을 하니 즐거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함양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수도검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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