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4일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AC 밀란 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의 모습.

2023년 2월 14일 챔피언스 리그 16강 1차전 AC 밀란 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에서 토트넘 손흥민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팀과 팬 그리고 구단에게 모두 미안하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최근 자신의 부진에 대하여 미안한 감정을 공개적으로 토로하여 눈길을 끌었다.
 
손흥민은 지난 2월 18일(한국시간)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이날 인터뷰는 손흥민의 토트넘홋스퍼 재단이 구단 경기장에서 진행한 패밀리 펀데이 행사 중 진행됐고, 손흥민은 1992년 출범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선수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여기서 손흥민은 이번 시즌 부진한 활약으로 비판받고 있는 민감한 상황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처음으로 밝혔다.
 
손흥민의 부진 원인을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해 11월 경기 도중 상대 수비와 충돌하여 안와 골절이라는 큰 부상을 입었고, 수술 후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월드컵 일정까지 소화하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여기에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에 대한 전술적 문제, 왼쪽 측면 라인에서 공존해야하는 윙백 이반 페리시치와의 부조화, 손흥민 본인의 심리적 압박과 과부하. 심지어 노쇠화에 이른 기량 쇠퇴라는 분석도 나오고 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외부적인 요인에서 '핑곗거리'를 찾기보다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손흥민은 인터뷰에서 "부상을 탓하진 않는다. 그저 엄청 답답했을 뿐이다"라고 밝히며 "마스크라도 쓰고 출전하지 않았더라면 미쳐버렸을 지도 모른다. 팀을 돕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 시즌처럼 할 수 없어서 힘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은 최근 자신에게 쏟아지고 있는 팬들과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존중했다. "팬들이 내게 더 많은 것을 원한다는 걸 알고 있고, 나 역시 그런 비판에 100% 동의한다. 팀과 팬들, 구단에 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지난 몇 년간 잘해 온 만큼 기대치는 높을 수밖에 없다. 다시 그렇게 해내야 한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손흥민은 좌절하지만은 않았다. "항상 내 경기들을 돌려 보면서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내가 무엇을 더 잘할 수 있을지 보려고 한다. 가끔은 힘든 시간을 겪지만, 그것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다"ㅏ고 밝혔다.
 
부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변함없이 믿어준 콘테 감독에 대한 애틋한 마음도 드러냈다. 손흥민은 "콘테 감독은 개인적인 생활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감독님이 저를 아껴주신만큼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제가 받았던 모든 것을 감독님께 돌려드리고 싶다. 우리는 좋은 팀이고 힘든 시기일수록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손흥민은 이제 EPL과 유럽에서도 인정받는 톱플레이어로 꼽히고 있다. 그만큼 커리어에 대한 자부심과 에고(Ego)가 강한 슈퍼스타급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향한 비판이나 문제점을 잘 수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힘든 상황을 솔직히 인정하고 부정적인 평가에 대해서도 수용하며 사과까지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손흥민의 슬럼프와 더불어 소속팀 토트넘은 현재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토트넘은 2월 20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2023시즌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에서 웨스트햄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최근 공식전 2연패를 당한 토트넘은 승점 39점(12승 3무 8패)으로 5위에 올라 있고, 웨스트햄은 승점 20점(5승 5무 12패)으로 강등권 18위에 처져 있다.
 
토트넘은 최근 레스터시티와의 EPL 경기에서 1-4로 충격의 완패를 당하며 톱4 경쟁에서 한걸음 밀려났고, 이어 AC밀란(이탈리아)과의 UCL(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도 0-1로 패하여 탈락 위기에 놓여있다. 담낭염 수술을 받은 콘테 감독은 회복이 될 때까지 휴식을 위하여 당분한 벤치를 비우게 됐다. 토트넘으로서는 웨스트햄전에서 분위기 반전이 절실한 상황이다.
 
영국 언론의 손흥민 흔들기도 계속되고 있다. '풋볼 런던' '90min' 등 현지 매체들은 토트넘이 웨스트햄전에서 선발출전 명단에 변화를 줄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지난 레스터시티와 AC밀란전에서 토트넘 공격진이 무기력했음을 지적하며 히샬리송의 선발 출전 등의 대안을 내세웠다.
 
현재 토트넘의 주전 공격라인은 해리 케인-손흥민-데얀 쿨루셉스키로 구성되어 있다. 팀내 최다득점자인 케인이야 '대체불가'한 선수이고, 쿨루셉스키가 무뎌지긴 했지만 여전히 연게플레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사실상 올시즌 유독 골침묵이 부각된 손흥민을 겨냥한 평가에 가깝다.
 
부진한 손흥민보다 기술이 좋은 '크랙' 유형의 히샬리송에게 더 기회를 줘야한다는 주장은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제기된 바 있다. 콘테 감독의 빈 자리를 메우게 된 스텔리니 감독대행이 주전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던 콘테와는 달리 '로테이션' 가능성을 암시한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하지만 손흥민을 막상 웨스트햄전에서 뺀다는 것은 큰 모험에 가깝다. 손흥민은 웨스트햄을 상대로 통산 16경기에서 7골 7도움을 기록하며 눈부신 활약을 펼쳐왔다. 이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사우샘프턴(12골), 레스터 시티(10골) 다음으로 많은 공격포인트를 달성한 기록이다. 손흥민은 작년 3월에도 웨스트햄전에서 멀티골을 터트리며 팀의 3-1 승리를 이끈 바 있다.손흥민이 비록 최근 경기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맨시티전이나 AC밀란전에서 경기력 자체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는 것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결국 손흥민 스스로 이런 끝없는 의구심을 불식시켜야 한다. 비록 전반기 극심한 부진에 시달린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지만, 한편으로 최근 손흥민의 컨디션은 천천히 돌아오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이야기가 있다. 부진해도 손흥민은 손흥민이다. 결국은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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