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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개발나물과 선제비꽃의 멸종이 우려되기 시작했다.
▲ 원동 습지 서울개발나물과 선제비꽃의 멸종이 우려되기 시작했다.
ⓒ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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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전등화(風前燈火)는 바람 앞에 등불이라는 뜻으로 존망이 달린 매우 위급한 상태를 비유할 때 쓰인다. 양산시 원동 습지에 서식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서울개발나물과 선제비꽃은 풍전등화 위기에 처해있다.

희귀식물의 보고(寶庫)인 이곳 원동 습지는 서울개발나물과 선제비꽃이 함께 서식하는 습지인데도 그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왔다.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는 두 종이 이렇게 함께 서식하는 경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이곳 습지가 유일하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는 풍전등화 위기에 처해 있는 서울개발나물과 선제비꽃의 자생지에서 멸종위기종 살리기 행사를 며칠 전 2월 15일에 진행했다. 

이날에는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 양산시, 국립생태원, 현진오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 등의 전문가와 시민들이 모여 멸종위기종 살리기에 나섰다. 이렇게 멸종위기종을 살리려고 민·관·학이 함께 모여 야생생물 서식지에 모여 정비에 나선 것도 매우 드문 일이다. 

서울개발나물과 선제비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국내 유일한 서식지가 이곳 원동습지다.
▲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서울개발나물 국내 유일한 서식지가 이곳 원동습지다.
ⓒ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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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의 우점종 물억새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살고있다.
▲ 멸종위기 야생식물 2급 선제비꽃. 습지의 우점종 물억새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살고있다.
ⓒ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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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위기종이란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어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어 현재의 위협 요인이 제거되거나 완화되지 않을 경우 가까운 장래에 멸종 위기에 처할 우려가 있는 생물종을 말한다. 

어찌 보면 인간 역시 지구상의 생물종 중 하나일 뿐이다. 사람도 원숭이 종과 유전학적으로는 한 끗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한 종이 멸종되면 다른 한 종도 멸종되기 쉽고, 멸종의 마지막 단계는 사람이기에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한 종도 무시하지 말고 돈이 들어도 우리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막아야 한다. 

서울개발나물은 국내 이곳 원동습지에서만 자생한다. 키가 1m 가까이 자라는 희귀한 제비꽃인 선제비꽃도 이곳에서만 자생하고 있었는데, 최근(2021년) 경기도에서 새로운 자생지가 발견되긴 했으나 개체 수는 그곳도 많지 않다. 양산시 원동습지는 서울개발나물과 선제비꽃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생지다. 

그런데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이 두 식물의 개체 수가 해가 가면 갈수록 줄어들고 있었다. 개체 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이곳 습지의 우점종 물억새 때문이었다. 필자는 10여 년을 이들 멸종위기종들이 습지의 우점종인 물억새에 갇혀 사라지고 있다고 주장해 왔으나 어느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최근 목본 식물의 침입도 이어져 보호 대책이 시급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번에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이곳 습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2종이 한 지역에 분포하는 세계 유일 서식지로 보존가치가 높다고 멸종위기종 살리기 행사를 진행한 것이다. 필자 역시 양손 가위를 들고 이번 행사에 버선발로 뛰어나갔다.
 
습지에 멸종위기식물이 두 종이 함께 생육하고 있다는 건 그 습지 생태적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 선제비꽃 습지에 멸종위기식물이 두 종이 함께 생육하고 있다는 건 그 습지 생태적 가치가 완전히 달라진다.
ⓒ 이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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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원동습지의 멸종위기종 서식지 개선 행사에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곳 습지에서 이들 식물을 15년 동안 모니터링해 오면서 필자는 절멸의 날을 기다리고만 있는 것 같아 애를 태웠었는데 하늘이 도운 것일까?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들 모두 멸종위기종의 초기 생장을 도와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묵은 갈대와 억새 등을 제거하는 작업을 열심히 진행했다. 먼지를 뒤덮어 쓰고 가시에 찔리며 겨울인데도 땀을 뻘뻘 흘렸다. 빛이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는 바닥에 묻힌 마른 물억새를 제거하고 쓰레기 등도 정리했다.

미나리과에 속하는 서울개발나물은 여러해살이풀로 1902년 서울 청량리에서 처음 발견돼 이름이 붙었다. 1967년 서울 구로구 오류동 습지에서 채집된 뒤 발견되지 않아 수십 년 동안 멸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는데 이곳 습지에서 2011년에 반갑게 발견되었다. 선제비꽃 역시 옛날 수원 지역의 한 습지에 자생하였는데 개발로 인해 사라졌고 수십 년 동안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자생하고 있음이 확인된 희귀한 제비꽃이다. 

멸종위기종 살리기 행사가 계속 이어지기를 
 
멸종위기 야생생물 2종이 분포하는 세계 유일한 서식지로 야생생물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보존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습지다.
▲ 양산시 원동 습지 멸종위기 야생생물 2종이 분포하는 세계 유일한 서식지로 야생생물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지속적으로 보존 노력이 필요한 중요한 습지다.
ⓒ 국립생태원 도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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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늦은 감이 있지만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에서 멸종위기종을 증식 복원하기로 하고 행사를 진행한 것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물억새와 갈대 등 경쟁 식물에 밀려 도태 우려가 있는 서울개발나물과 선제비꽃 보전을 위해 이들 식물이 싹 나기 이전 1~2월과 여름철 5~6월에도 풀베기 등을 연 2회 이상 실시하고 경쟁 식물 선별 제거로 생육 환경을 개선하는 계획을 세워 앞으로도 지속적 관리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연구에 의하면 이런 광환경은 이들 멸종위기종들의 생육을 좌우하는 중요한 환경요인이었다. 이들 식물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통해 생긴 포도당(양분)으로 꽃도 맺고 씨앗을 맺는데 물억새가 우거지면 씨도 맺지 못하고 이듬해 싹도 낼 수가 없다.

국립생태원에서 이번에 추진한 원동습지의 멸종위기종 살리기 행사에 참여해 주시고 수고해 주신 환경부와 국립생태원, 낙동강유역환경청과 양산시청 관계자,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 시민 자원봉사자들의 땀 흘린 수고는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태그:#원동습지, #멸종위기종, #서울개발나물, #선제비꽃, #야생생물특별보호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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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며 제비꽃연구가. 우리 자생식물 생태탐사를 진행해 오고 있으며 우리 꽃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태양 아래 새 것은 없다', '숯이 된 희망' 등의 시집을 펴낸 바 있고 한국제비꽃연구회를 운영하며 제비꽃속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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