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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 75개 단체로 구성된 '반인권단체의 인권기구 장악 대응, 대전비상행동'은 6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는 인권센터와 청소년성문화센터 수탁기관 선정을 철회하고, 다시 절차를 밟아 수탁기관을 재선정하라"고 촉구했다.
 대전지역 75개 단체로 구성된 '반인권단체의 인권기구 장악 대응, 대전비상행동'은 6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는 인권센터와 청소년성문화센터 수탁기관 선정을 철회하고, 다시 절차를 밟아 수탁기관을 재선정하라"고 촉구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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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6일 오후 1시 5분]


대전시로부터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를 위탁받아 운영하는 단체 측이 내부 강사단 개별 면담 자리에서 '강의할 때 섹슈얼리티(Sexuality) 등의 용어를 쓰지 말아달라'는 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개별 면담 후 강사 13명 중 4명은 재계약에서 탈락했다.

센터의 이같은 조처에 지역 인권단체들은 현장에서의 성평등 교육 위축과 성소수자 혐오 등을 우려하고 있다. 해당 단체의 대표로 있는 목사는 동성애를 비난하고 차별금지법을 반대해온 인물이다.

반면 수탁기관인 단체 측은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근거해 안내한 것이며, 면담과 재계약 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센터 홈페이지에 '섹슈얼리티' 적혀 있는데... 강사들에게는 '쓰지 말라'

청소년 성교육·상담 전문기관인 성문화센터 측은 지난 1월 25일부터 27일까지 내부 강사단 13명을 대상으로 각각 1시간씩 일대일 면담을 실시했다. 강사들은 초·중·고를 찾아가 성교육과 성폭력·성매매 예방 교육을 진행해오고 있다.

강사단 면담에는 센터 수탁기관인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의 남승제 대표와 A센터장이 동석했다. 15일 <오마이뉴스>가 면담에 참여한 복수의 강사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남 대표와 A센터장은 '강의하면서 청소년들에게 사용해서는 안 될 단어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네 가지 용어를 꼽았다. 섹슈얼리티, 젠더, 성적자기결정권, 성인지감수성이다.

특히 남 대표는 섹슈얼리티를 쓰지 말아달라고 전달하며 '교육부에서도 사용하지 않기로 한 단어'라고 덧붙였다. 이는 지난해 12월 22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2 개정 교육과정' 내용을 언급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대통령 소속 국가교육위원회의 수정·의결에 따라 보건교과 등에서 '섹슈얼리티'란 단어를 삭제한다고 밝혔다.

섹슈얼리티는 성적 욕망, 성역할, 성 정체성, 성별 지향과 이를 둘러싼 사회규범·가치관을 일컫는 말이다. 성적 행동과 욕망을 사회구조 측면에서 바라보며 성을 둘러싼 차별이나 폭력, 고정관념 인식해가는 데 중요한 개념이다.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 홈페이지의 '센터소개'에는 "성(Sexuality)은 인권임을 강조하며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갈 수 있는 길목을 제공, 우리가 되기 위한 노력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적혀 있다. 센터가 하는 일을 소개하며 직접 쓰고 있는 용어를 수탁기관의 대표가 사실상 '금기어'로 규정한 셈이다.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 홈페이지의 센터소개 문구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 홈페이지의 센터소개 문구
ⓒ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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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남 대표는 성적자기결정권과 관련해 '분쟁과 오해의 소지가 큰 단어'라고 설명했다. 또한 '포괄적 성교육'에도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적 성교육은 인간의 생애에서 성과 관련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을 뜻한다. 유네스코가 권고한 국제 성교육 지침(2018년)의 포괄적 성교육 커리큘럼에는 ▲관계 ▲가치권리·문화·섹슈얼리티 ▲젠더이해 ▲폭력과 안전 ▲건강과 복지를 위한 기술 ▲인간의 신체와 발달 ▲섹슈얼리티와 성적 행동 ▲성 및 생식건강 등이 제시됐다.

개별 면담 후 재계약에서 제외된 강사들 중 일부는 센터 측의 용어 사용 제한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센터와 계약이 종료된 강사 A씨는 "한 시간이 넘는 면담 동안 40분 이상을 일방적으로 수탁기관의 입장을 주지시키기에 바빴다"며 "강사진에서 제외된 것보다 일방의 주장을 아이들에게 강요할까 봐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상재 대전충남인권연대 사무국장은 "보편적 인권과 거리가 먼 활동을 해온 단체를 위탁기관으로 선정한 폐해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위탁기관을 다시 선정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병구 대전인권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인권과 나무 사무처장) 역시 "넥스트클럽은 과거 학교현장에서 시대에 걸맞지 않은 내용을 강의해 우리 단체가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며 "특히 이번에는 공적 기관에서  운영을 맡은 책임자가 편향된 의견을 강사단에거 요구한으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시는 넥스트클럽에 대한 청소년성문화센터 위·수탁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대표 "교육부 지침 알아야 한다고 말한 것... 면담과 재계약 결과는 무관"

남승제 대표는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교육부가 이런 지침을 내놓고 있다. 알고 계셔야 한다'고 (강사들에게) 말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교육부 개정 교육과정엔 네 가지(용어)에 대해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얘기가 나왔다. 다만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보다 방어적 측면을 고려해 사용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남 대표는 '포괄적 성교육' 반대와 관련해 "교육부 발표 지침을 바탕으로 말씀드린 거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고 '교육부에서 이렇게 정리했다'고 설명드렸다"고 말했다. 면담 자리에서 일부 강사들이 센터 측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두고는 "다들 동의한다고 했다"고 반박했다. '면담 내용이 재계약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엔 "아니다. 전반적 내용을 고려했고, 여러 사람 얘기를 들어보고 결정했다"고 부인했다. 

A센터장은 "강사들은 학교 성폭력 예방교육 진행하고 있어 교육부에서 예산을 지원한다. 그래서 교육부 지침과 발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남 대표와 같은 설명을 내놨다. 이어 "교육부에서 성적자기결정권 용어도 의미 수정을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개정 교육과정 발표 당시 성적자기결정권과 관련해 "의미를 명확히 해 성취기준 해설 내용을 보완한다"고 밝혔다. 

또한 A센터장은 "성인지감수성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 없었지만 비슷한 취지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언급에 없었는데 비슷한 취지로 의결했다는 건 무슨 뜻인가'라고 재차 묻자 "교육과정에서 젠더 용어사용을 하지 읺겠다는 건 성전환행위, 성선택행위가 정당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것에 대한 수정고시 의미다"라며 "그런 취지에서 성인지감수성도 마찬가지라고 본 거다"라고 답변했다.

단체 측의 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 의견이 위탁사업 과정에 투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역사회 우려를 두고는 "학교에서 그런 입장을 얘기할 수 없게 돼 있다. 상식적이지 않은 얘기로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대전 인권시민단체들은 "(센터 수탁기관인)넥스트클럽의 대표가 동성애 반대, 성소수자 혐오, 혼전 순결 강조, 금욕 생활 주장, 차별금지법 반대, 학생인권법 반대 등 황동을 해 왔다"라며 "청소년 성교육 위탁 기관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태그:#대전청소년성문화센터, #넥스트코리아, #금기어,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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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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