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부임 첫해였던 2021년, 한화 이글스 외야진은 시즌 내내 고민을 해결하지 못했다. 100경기 이상 수비를 소화한 선수가 장운호(116경기) 단 한 명에 불과할 정도로 확실한 주전 외야수 없이 시즌을 치렀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그해 1군에서 1경기라도 외야수로 나선 야수는 무려 16명에 달했다. 좋게 말하면 많은 야수에게 기회를 준 것이지만, 반대로 이야기하면 '소득 없는 실험'이었다. 

공교롭게도 2021시즌 종료 이후에는 수준급 외야수들이 대거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 나왔다. 김현수와 박해민(이상 LG 트윈스), 박건우(NC 다이노스), 나성범(KIA 타이거즈), 김재환(두산 베어스) 등 실탄만 장전하면 확실하게 팀에 플러스 요인이 되는 선수들이었다. 그 어떤 팀보다도 외야진 보강이 필요했던 한화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렸다.

이 부분을 잘 알고 있었던 한화도 외야수 영입을 고민했다. 그러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무리하게 지갑을 열지 않았고, 외부 영입 없이 새 시즌을 준비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과 비슷하게 흘러갔다.
 
 14일 오전에 발표된 '사인 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한화 외야수 이명기

14일 오전에 발표된 '사인 앤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한화 외야수 이명기 ⓒ 한화 이글스


터크먼 홀로 분전한 외야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전년도에 비해서 나아진 것이 딱 한 가지 있었다면, 외국인 타자 마이크 터크먼의 활약이다. 터크먼은 주전 외야수로서 정규시즌 전경기(144경기)에 출전하며 빅리그 출신 다운 안정감을 선보였다.

1163⅔이닝 동안 5개의 실책으로, 리그 전체 외야수 중에서 네 번째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타격에서도 575타수 166안타 타율 0.289 12홈런 4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96으로 팀 내에서 가장 높은 OPS를 나타냈다.

국내 야수 중에서는 노수광의 비중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104경기 동안 719⅔이닝을 수비로 뛰었고, 실책은 4개였다. 직전 두 시즌(2020년 552이닝, 2021년 377이닝)보다 눈에 띄게 수비이닝이 늘어났다.

딱 거기까지였다. 두 선수 이외에는 100경기 이상 나온 선수가 없고, 이진영(67경기·486⅓이닝)과 장운호(58경기·337이닝) 등이 뒤를 이었다. 1군에서 적어도 한 번 이상 기회를 받은 외야수가 2021년(16명)보다는 3명 줄었지만, 바뀐 게 없었다.

이기는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던 수베로 감독의 바람도 이뤄지지 못했다. 1년 전과 같은 상태로 시즌을 준비하기에는 버겁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다. 결국 한화의 시선이 팀 외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1루수와 우익수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채은성 활용법도 주목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1루수와 우익수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채은성 활용법도 주목해봐야 하는 대목이다. ⓒ 한화 이글스


이명기-오그레디-채은성 외야진 구축? 한화의 시나리오는

올핸 외야진에 새로운 얼굴이 많아졌다. 우선 한화는 지난해 타격에서 기복이 컸던 터크먼과 재계약하지 않고 새 외국인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영입했다. 빅리그 통산 타격 성적은 62경기 98타수 18안타 타율 0.184 4홈런 12타점 OPS 0.671로, 마이너리그에서는 658경기 2206타수 564안타 타율 0.256 91홈런 345타점 OPS 0.821의 성적을 남겼다.

마이너리그 시절만 놓고 보면 수비에서는 1루, 3루, 외야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했다. 미국 야구 통계 전문 사이트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중견수(199경기·1618⅔이닝)와 1루수(170경기·1301⅔이닝)로 나선 경기가 많았다. 좌익수(151경기·1175이닝)로도 보낸 시간도 많다. 한화로선 오그레디가 중견수를 맡아주는 것이 바람직한 그림이지만, 상황에 따라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FA로 영입한 채은성에 대한 기대도 크다. 스프링캠프부터 '야수조장'을 맡을 정도로 팀의 신뢰를 받는다. 1루수, 우익수 겸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으나 지난해에는 1루수로 보낸 시간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변수다. 다만 채은성이 우익수를 맡게 되면 우익수 채은성-1루수 김인환이 오른쪽 코너 수비를 책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14일 NC 다이노스와의 '사인 앤 트레이드'를 통해서 외야수 이명기, 포수 이재용을 받고 내야수 조현진, 2024년 신인드래프트 7라운드 지명권을 내줬다. 트레이드의 핵심은 역시나 외야 전 포지션을 경험했던 이명기를 영입한 것이다. 올겨울 행선지를 구하지 못한 채 방황한 시간이 길었다고 해도 현재 한화의 팀 사정상 그는 '즉시전력감'이나 다름이 없다.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을 이끌었던 2017년에는 우익수로, NC의 창단 첫 통합우승에 기여한 2020년에는 좌익수로 한 시즌을 보냈다. 때에 따라서 중견수로 그라운드를 밟기도 했다. 타격과 수비 능력을 두루 갖췄으면서도 경험도 풍부하다. 젊은 외야수들 사이에서 채은성과 함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남은 것은 수베로 감독의 구상이다. 외야수들의 적절한 공존과 조화가 이뤄지기 위해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정규시즌 개막까지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한화의 연이은 외부 영입이 외야진의 변화로 이어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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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이글스 이명기 채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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