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유아인 ⓒ 연합뉴스

 
올해 2분기에는 사제지간이자 불멸의 라이벌이었던 바둑기사 조훈현과 이창호의 피할 수 없는 승부를 그린 영화 <승부>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과속스캔들>과 <써니> <타짜: 신의 손>을 만든 강형철 감독도 우연히 얻게 된 초짜 히어로 5명의 이야기를 그린 <하이파이브>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구와 소행성 충돌이라는 신선한 소재를 다룬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 역시 하반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관객들과 시청자들의 큰 기대를 모았던 이 세 편의 신작은 현재 공개시기와 공개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세 편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 때문이다. 복수의 매체에 따르면 지난 8일 배우 유아인은 프로포폴 상습투약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았고 출국 금지조치도 당했다. 유아인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국과수에 의뢰한 마약류 정밀감정에서는 대마초 양성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유아인의 마약 스캔들이 터지자 일부 대중들은 유아인이 마약에 찌든 재벌 3세를 연기했던 영화를 언급하며 의심 섞인 반응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마약은 이제 사생활이 문란한 일부 연예인들만의 일이라고 치부하기 힘들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하게 파고들고 있다.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내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마약이 접근하고 있진 않은지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기라는 뜻이다.

수시로 포털 장식하는 연예인들의 마약뉴스
 
 KBS <시사직격>은 지난 2021년 신종마약 펜타닐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KBS <시사직격>은 지난 2021년 신종마약 펜타닐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 KBS 화면 캡처

 
지난 2018년에 발표된 아이콘의 정규 2집 타이틀곡 <사랑을 했다>는 2018년 멜론연간차트 1위, 골든디스크어워즈 디지털음원대상을 수상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이 노래의 작사와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한 아이콘의 리더 B.I.는 테디와 지드래곤의 뒤를 잇는 YG엔터테인먼트의 천재 프로듀서로 떠올랐다. 하지만 B.I.는 2019년 6월 마약 스캔들로 인해 팀에서 탈퇴하고 회사와의 전속계약도 해지됐다.

B.I.는 2016년 3월경 마약류 환각제인 LSD를 소지하고 대마초를 흡입한 사건으로 2021년 9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아이콘 탈퇴와 YG 계약해지 이후 약 1년 9개월 정도 자숙기간을 가졌던 B.I.는 마약 투여 및 구매 의혹에 관한 재판 공소장이 접수되기도 전인 2021년 3월에 첫 싱글앨범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9장의 정규 및 싱글, 미니앨범을 발표하며 활동을 재개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총괄 음악감독이자 방송인, 요식업 사업가까지 3가지 분야를 섭렵한 멀티 엔터테이너로 이름을 날리던 돈 스파이크 역시 결혼 3개월 만에 마약 사건으로 경찰에 체포됐다. 돈스파이크는 작년 9월 서울 모 호텔에서 '필로폰'으로 불리는 메스암페타인을 소지 및 투약한 혐의로 체포돼 작년 12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고 현재 검찰에서 항소를 진행하고 있다.

래퍼들은 대마초 혐의가 적지 않았다. 지난 2021년 3월에는 <쇼미더머니> 시즌 5, 6, 9에 출연했던 래퍼 킬라그램은 자택 주방에 건조된 형태의 대마를 소지한 혐의로 주민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돼 같은 해 9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밖에 래퍼 오왼이 2020년 대마초 혐의로 기소유예, 씨잼(C JAMM)이 2018년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집행유예 2년, 아이돌그룹 비투비 멤버 정일훈도 2021년 12월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최연소 1억 관객 배우'라는 타이틀을 가진 인기배우 하정우 역시 프로포폴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정우는 지난 2020년 2월 동생의 이름으로 예약을 하고 프로포폴을 투약받아 같은 해 7월 마약류 관리법 및 의료 실명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하정우는 2021년 9월 1심에서 벌금 3천만 원을 선고받으면서 실형 선고를 면했고 곧바로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 촬영을 재개했다.

청소년에게 퍼지는 마약과 교묘해지는 구입경로

사실 연예인들의 마약 적발 사례들을 보면 마약은 '저녁형 인간'이 많은 유명 연예인들이나 힙합 뮤지션들 일부의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일반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마약류는 뉴스나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자주 접했던 대마초와 필로폰, 코카인, 프로포폴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마약류들이 유입돼 치명적인 중독성으로 사람들의 인생을 망치고 있다.

2020년대 들어 국내에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는 대표적인 마약이 바로 '펜타닐'이다. 펜타닐은 말기암 환자나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 대형 수술 환자용으로 개발된 마약성 진통제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 용법에 맞게 주의해서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의사의 진단서만 있으면 누구든 약국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마약이라는 뜻이다. 번거롭고 힘들었던 마약의 구매과정이 엄청나게 짧아진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빠른 중독과 환각증상을 가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10대 청소년들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펜타닐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메신저 등을 통해 펜타닐을 처방받는 방법이나 펜타닐을 쉽게 처방해 주는 병원 등을 공유한다. 펜타닐을 구할 수 있다면 거주지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으로의 '원정'도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펜타닐을 실제 가격보다 많게는 10배 이상 비싼 가격에 팔아 폭리를 취하는 사람이나 집단도 있다.

마약의 종류가 점점 다양해지고 마약의 사용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것도 큰 문제지만 마약의 매매 방식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는 점도 경찰 및 검찰들의 마약수사를 힘들게 만드는 부분이다. 최근에는 마약 구매자가 온라인을 통해 본인인증을 하고 관리자에게 마약을 주문한다. 구매자의 신원을 확인한 관리자는 '드라퍼'로 불리는 하부직원(또는 조직)을 시켜 특정장소에 몰래 마약을 배달한다(이를 그들만의 은어로 '던지기'라고 한다). 

구매자는 관리자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특정시간에 드라퍼가 던진 마약을 회수하면 구매자는 드라퍼와 관리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비대면'으로 원하는 마약을 구입할 수 있다. 만약 마약을 구매해 사용한 사람이 경찰에 붙잡힌다 해도 구매자는 관리자나 총책의 정보를 알 수 없다. 물론 마약 사용자의 처벌은 가능하겠지만 그를 통해 관리자나 총책을 찾아내 마약조직을 뿌리 뽑긴 매우 힘들다는 뜻이다. 

'2023 마약과의 전쟁' 선언한 정부
 
 2013년에 개봉한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은 경찰과 마약조직의 대결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을 전달한 영화다.

2013년에 개봉한 두기봉 감독의 <마약전쟁>은 경찰과 마약조직의 대결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을 전달한 영화다. ⓒ (주)미디어데이

 
지난 2018년에 개봉해 전국 510만 관객을 모았던 한국영화 <독전>의 원작이기도 한 두기봉 감독의 홍콩영화 <마약전쟁>은 마약조직을 소탕하려는 경찰과 마약조직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마약전쟁>에서는 마약 조직의 보스 차이텐밍(고천락 분)과 엮이는 사람은 모두 사망하고 챠이텐밍 자신도 약물주사에 의해 사형당한다. 그만큼 <마약전쟁>은 마약의 위험성을 관객들에게 잘 전달한 작품이었다.

<마약전쟁>이 개봉할 때는 물론이고 2018년 한국의 리메이크작 <독전>이 개봉할 때만 해도 한국은 '마약 청정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마약 청정국'이라는 수식어에 취해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풀어진 사이 마약은 조금씩 우리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의사의 처방만 있으면 청소년이 약국에서도 마약성 진통제를 구입할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은 마약에 취약한 나라가 되고 말았다.

정부는 지난 7일 20개 국정 중점과제를 발표하면서 사회분야로 '마약 청정국 지위회복'을 포함시켰다. 그만큼 정부에서도 현재 마약문제를 매우 심각하고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부의 단속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들의 실천과 경각심이다. 우리 모두 치명적인 중독성과 심한 환각증세를 동반하는 마약을 멀리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대한민국의 '마약 청정국' 회복도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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