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문턱을 넘지 못한 키움 히어로즈가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2023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홍원기 감독이 이끄는 1군 선수단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설종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퓨처스(2군)팀은 대만 가오슝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지난해에 비해 전력 유출이 크지 않았던 만큼 올해도 키움은 가을야구 그 이상까지 바라본다. 더구나 빅리그 도전을 앞둔 주전 외야수 이정후의 마지막 시즌이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고 싶은 욕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키움이 풀어야 하는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 이지영, 이정후, 에디슨 러셀, 김혜성 등 일부 포지션에서는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가 보이는 반면 경쟁이 불가피한 포지션도 존재한다. 특히 중견수 이정후, 우익수 이형종과 외야진을 책임질 좌익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용규는 정규시즌에서, 김준완은 포스트시즌에서 팀 내에서 좌익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이용규는 정규시즌에서, 김준완은 포스트시즌에서 팀 내에서 좌익수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 키움 히어로즈

 
지난해 좌익수로 나온 선수만 10명이었다

KBO리그 기록 전문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지난해 팀 내에서 좌익수로 1군 경기를 1이닝이라도 뛴 선수가 10명에 달한다. 5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좌익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시즌 중에도 경쟁이 진행됐다.

가장 많은 수비이닝을 기록한 선수는 '베테랑' 이용규(61경기 442⅓이닝)였다. 직전 시즌에는 좌, 우 외야 코너 수비를 맡았다면 지난해에는 좌익수에만 집중했다. 다만 지명타자를 포함한 출전 경기 수 자체가 전년도보다 크게 감소(2021년 133경기→지난해 86경기)한 모습이었다.

그 뒤를 이은 선수는 김준완(65경기 399⅓이닝)이었다. NC 다이노스 시절에도 좌익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했으나 주로 중견수로 그라운드를 밟았고, 좌익수로만 400이닝 가까이 뛴 것은 프로 데뷔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이밖에 임지열(155이닝), 박찬혁(74이닝), 김태진(64이닝), 박준태(62⅔이닝), 박주홍(59이닝) 등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키움의 좌익수 고민이 포스트시즌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선발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부터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는 김준완이 주전 좌익수로 나서다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이용규가 좌익수를 맡았다.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는 박준태에게 선발 기회가 주어졌다. SSG 랜더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는 다시 김준완이 좌익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6차전만 김태진이 주전 좌익수로 출전했다.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임지열

지난해 가을야구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임지열 ⓒ 키움 히어로즈

 
올해도 키움의 좌익수 경쟁은 '현재진행형'

해가 지나도 주전 좌익수는 확실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홍원기 감독은 퓨처스 FA로 영입한 외야수 이형종을 좌익수가 아닌 우익수로 기용할 계획임을 밝히면서 지난해 1군에서 기회를 받았던 선수들이 다시 경쟁을 벌여야 한다. 

현재로선 지난해 각각 정규시즌, 포스트시즌서 가장 많이 기회를 받았던 이용규와 김준완의 2파전 구도가 유력하다. 한 시즌을 안정감 있게 끌고 가야 하는 만큼 경험이 전무한 선수에게 주전 좌익수 자리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교롭게도 두 선수는 1군 캠프가 열리는 미국 애리조나가 아닌 대만으로 향했다. 실전 위주로 컨디션을 조율할 필요가 있는 선수들이 대거 퓨처스 캠프에 합류했고, 연습경기를 통해서 기량을 점검할 예정이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조커' 역할을 톡톡히 했던 임지열, 올겨울 호주프로야구(ABL) 질롱코리아에 파견돼 경험을 쌓은 박주홍과 박찬혁도 주전 자리를 노린다. 오는 3월에 열리는 시범경기까지 홍원기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는 선수가 살아남는다.

또 한 가지, 올 시즌이 끝나면 키움은 좌익수뿐만 아니라 중견수도 고민해야 한다. 이정후의 공백을 누군가는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키움 외야진에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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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기록 출처 = 스탯티즈 홈페이지]
프로야구 KBO리그 키움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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