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한국 시각) 노박 조코비치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물리치고 기뻐하고 있다.

29일(한국 시각) 노박 조코비치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스테파노스 치치파스를 물리치고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2년 만에 호주 멜버른 파크로 돌아온 노박 조코비치가 예상대로 가장 높은 자리에 올라섰다. 최근 상승세가 두드러진 치치파스가 생애 첫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노렸지만 아직까지 11살 많은 테니스 도사를 밀어내기에는 실력이 조금 모자랐다. 치치파스와의 맞대결 기록으로 최근 10번을 내리 이긴 노박 조코비치가 호주 오픈 통산 10회 우승, 호주 오픈 28연승, 라이벌 라파엘 나달과 같은 그랜드 슬램 타이틀 통산 22회 우승의 위업을 이룬 것이다. 완벽하게 마침표를 찍은 노박 조코비치는 관중석 플레이어 박스로 올라가 고란 이바니세비치 코치, 어머니 등과 포옹하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세계 남자테니스 단식 랭킹 5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가 29일 오후 5시 45분(한국 시각) 호주 멜버른 파크에 있는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벌어진 2023 호주 오픈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그리스의 스테파노스 치치파스(4위)를 2시간 56분 만에 3-0(6-3, 7-6, 7-6)으로 이겨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남자 테니스 선수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결점 찾기 힘든 '조코비치'의 결승전

노박 조코비치는 이번 대회를 치르며 왼쪽 햄스트링 근육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단 1세트만 내주는 완벽한 우승 역사를 이뤘다. 이 결승전 상대 스테파노스 치치파스의 상승세가 놀라웠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은 결승전 분위기였지만 조코비치의 노련한 게임 운영 능력은 한치의 오차도 없었다고 평가할 만하다.

첫 번째 고비는 1세트 네 번째 게임이었다. 코트 구석에 꽂히는 조코비치의 날카로운 스트로크들은 두 번째 게임에 이어 연속 브레이크 포인트 기회를 만들어냈고 서버 치치파스를 압박하기에 충분했다. 결국 네 번째 게임에서 치치파스는 어이없는 더블 폴트로 조코비치에게 자기 서브 게임을 내줬다. 

이 결정적인 흐름을 휘어잡은 노박 조코비치는 단 36분만에 1세트를 6-3으로 가져왔다. 치치파스가 두 번째 세트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기 서브 게임을 단단히 지켜낸 덕분에 2세트는 타이 브레이크가 흥미롭게 이어졌다. 한 순간의 실수로 세트의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살얼음판에서 상대적으로 흔들림 없는 선수는 당연히 노박 조코비치였다. 빅 게임에 임하는 경험의 차이는 이런 순간에 결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치치파스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눈에 띄게 늘어나 타이 브레이크 포인트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치치파스의 포핸드가 한 번은 지나치게 길어서 '조코비치 3-1 치치파스'를 만들었고 이어진 또 하나의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는 네트를 넘어가지 못해 4-1까지 벌어진 것이다. 여기서 치치파스가 포기하지 않고 달라붙어 4-4까지 만들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백핸드 크로스가 길게 떨어져 나갔다. 이 틈을 타 조코비치는 날카로운 서브 포인트로 2세트를 70분만에 7-6(타이 브레이크 7-4)으로 끝냈다. 

이어진 3세트 첫 게임은 치치파스가 결승전 처음으로 조코비치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는 바람에 반전 분위기가 이루어졌지만 곧바로 조코비치도 치치파스의 서브 게임을 따냈기 때문에 그 영향력은 오래 가지 않았다. 결국 3세트도 타이 브레이크까지 이어졌고 아슬아슬한 흐름에서 역시 흔들리지 않은 선수는 노박 조코비치였다.

서브 리턴 부문 세계 최고의 실력자로 평가받는 노박 조코비치는 치치파스의 타이 브레이크 첫 서브를 노리고 놀라운 예측 능력을 자랑했다. 세컨드 서브가 날아오는 방향을 읽은 조코비치는 몸 방향을 틀어서 때리는 포핸드 리턴 위너로 결정적인 포인트를 따낸 것이다.
 
 우승 소감을 말하는 조코비치

우승 소감을 말하는 조코비치 ⓒ 로이터/연합뉴스

 
13개의 랠리 끝에 날카로운 포핸드 다운 더 라인으로 3개의 챔피언십 포인트 기회를 잡아낸 조코비치는 치치파스가 내리 두 포인트를 따라붙었지만 마지막 기회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포핸드 크로스로 치치파스를 궁지로 몰아넣으니 그의 포핸드 리턴이 길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승전 두 선수의 각종 기록들을 살펴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포핸드 스트로크 실수(언포스드 에러) 숫자로 극명하게 나타났다. 노박 조코비치의 포핸드 실수가 4개에 그친 것에 비하면 치치파스의 포핸드 실수는 무려 26개나 나온 것이다.

2021년 롤랑 가로스 결승전에서 치치파스를 상대로 3-2 짜릿한 역전 우승을 차지했던 노박 조코비치는 이로써 상대 전적 10연속 승리를 기록했고, 호주오픈 통산 10회 우승(최근 28연속 승리 기록), 그랜드 슬램 22회 우승이라는 놀라운 역사를 이루며 오랜만에 단식 세계 랭킹 1인자 자리에 오르게 됐다. 

2023 호주 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결승 결과
(1월 29일 오후 5시 45분, 로드 레이버 아레나 - 멜버른 파크)

노박 조코비치 3-0(6-3, 7-6{TB7-4}, 7-6{TB7-5})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결승전 주요 기록
서브 에이스 : 조코비치 7개, 치치파스 15개
더블 폴트 : 조코비치 3개, 치치파스 3개
첫 서브 적중률 : 조코비치 66%(66/100), 치치파스 65%(69/106)
첫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82%(54/66), 치치파스 72%(50/69)
세컨드 서브로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62%(21/34), 치치파스 51%(19/37)
브레이크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40%(2/5), 치치파스 33%(1/3)
네트 포인트 성공률 : 조코비치 67%(10/15), 치치파스 71%(12/17)
위너 : 조코비치 36개, 치치파스 40개
언포스드 에러 : 조코비치 22개, 치치파스 42개
서브 최고 속도 : 조코비치 204km/h, 치치파스 211km/h
첫 서브 평균 속도 : 조코비치 190km/h, 치치파스 189km/h
세컨드 서브 평균 속도 : 조코비치 146km/h, 치치파스 161km/h

노박 조코비치의 그랜드 슬램 우승 22회 기록
호주 오픈 10회 : 2023, 2021, 2020, 2019, 2016, 2015, 2013, 2012, 2011, 2008년
롤랑 가로스 2회 : 2021, 2016년
윔블던 7회 : 2022, 2021, 2019, 2018, 2015, 2014, 2011년
US오픈 3회 : 2018, 2015,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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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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