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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작은 도서관은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도세권'은 '역세권'보다 기분 좋은 하루를, 기분좋은 만남을 선물할지도 모른다. 작은 도서관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독서문화의 뿌리가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일론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위대한 인물들은 마을도서관이나 작은 도서관에서 꿈을 키웠고 정보를 습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도서관과 인연을 맺은 유명인들이 많다는 사실은 그곳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공간임을 알려준다. 

작다고 모든 것이 작은 것은 아니다. 장서와 프로그램, 공간, 예산은 작을지라도 그 안 공간이 주는 다양성에 주목해야 한다. 작은도서관은 가장 가까이에서 책을 매개로 주민과 접근하고 소통을 하면 민주주의를 실현한다. 

지난 19일 <오세훈, 작은도서관 예산 없앴다…예고 없이 "지원 끝">라는 기사를 접하고 많은 이들이 이에 분노했다. 

"서울시가 관내 공립·사립 작은 도서관을 지원해 오던 예산을 전액 삭감하며 지난 10년 가까이 펼쳐온 작은 도서관 지원 사업을 전면 폐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부터 350~380개씩의 작은 도서관을 대상으로 한해 7억~8억 원대씩 지원해 왔다. 전체 지원액은 크지 않지만, 1곳당 평균 150만~200만 원 안팎으로 지원받는 작은 도서관 경우 장서 구입과 운영비 보조(전기세 등)에 주로 사용되며 긴요한 밑천이 되어왔다."

이 기사에서 어린이와 작은 도서관협회 이은주 상임이사는 "잘 운영되는 도서관도 많은데 구분 없이 일괄 중단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결국 책 읽고 사고하는 시민들을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의식의 퇴행으로 빚어진 잘못되고 부당한 처사다. 작은도서관은 공공의 영역에서 다 하지 못하는 독서문화 증진이나 돌봄 등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마을의 책 사랑방이며 주민의 소통의 환대 공간이기도 하다. 이 어마어마한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관심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인다.

도서관이 소멸 위기를 맞은 지방 경제를 되살리고 인구 감소를 늦추는 수단이 되는 일본의 사례가 있듯, 도서관은 사회적 문화 가치 투자로서 지극히 삶과 맞닿아 있다. 

작은 도서관에는 우리 삶의 이야기가 있다. 평범하고도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가 모여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든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처럼 이 작은 공간에도 새로운 것들이 꿈틀대고 있다는 것이다.

<도서관의 삶, 책들의 운명〉을 쓴 수전 올리언은 "우리 영혼에는 각자의 경험이 새겨진 책들이 들어있다. 개인의 의식은 한 사람이 살아낸 삶의 도서관"이라 했다. 작은 도서관이야 말로 강물이 흘러 바다로 가듯이 우리 삶에 없으면 안 될 존재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어려울수록 아주 작은 것들이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현재의 작은 도서관 예산 투자가 지극히 평범한 미래로 가는 힘찬 발걸음이 될 것이다.

태그:#작은도서관, #독서문화, #서울시, #예산, #미래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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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학교도서관에서 근무하는 사서입니다. 학교도서관에서 일어나는 아이와의 공감시간을 좋아합니다. 도서관이 가진 다양한 이야기를 알리고자 가끔 글로 표현합니다. 때론 삶의 이야기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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