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의 토트넘이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에서 또다시 완패를 당한 가운데, 안토니오 콘테 감독의 전술과 리더십에 대한 의구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토트넘은 1월 16일(한국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2~2023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0라운드에서 0대2로 패했다. 토트넘은 지난해 10월 원정에서도 아스널에 1대3으로 패한 바 있다. 이날 패배로 토트넘은 2013~2014시즌 이후 9년 만에 아스널에게 리그 2연패 '스윕'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토트넘과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최대의 지역 라이벌중 하나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아스널이 우위를 점했으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 시대에 접어들며 신흥 강호로 부상한 토트넘은 2016-17시즌부터 무려 6시즌 연속으로 아스널보다 높은 순위를 차지하며 우세를 점했다. 특히 지난 2021-22시즌에는 북런던더비 마지막 맞대결에서 3-0으로 완승한 토트넘이 대역전극으로 챔피언스리그 티켓이 주어지는 4위 자리를 탈환하고, 아스널을 5위로 밀어내 유로파리그로 내려가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2022-23시즌 들어 양팀의 경쟁구도는 또다시 역전됐다. 아스널은 15승 2무 1패, 승점 47점을 기록하며 2위 맨체스터 시티를 무려 8점차로 제치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003-04시즌 이후 무려 19년만의 리그 우승까지도 바라보고 있다. 반면 한 경기를 더 치른 토트넘은 10승 9무 6패, 승점 33점으로 아스널에 크게 뒤져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고 4위 맨유와의 승점 차도 5점으로 벌어졌다. 이제는 4위권 진입도 장담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 몰렸다.
 
북런던 더비는 양팀의 벌어진 격차를 다시 한번 확인시킨 경기였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부터 일찌감치 아스널에게 주도권을 내주며 압도를 당했다. 전반전에는 골키퍼 위고 요리스의 실책으로 인해 한 골을 헌납했고, 이후 마르틴 외데가르드에게 중거리포 득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후반전에 어느 정도 경기력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아스널의 골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토트넘은 이날 완패와 함께 이미 시즌내내 지적받았던 여러 가지 내부적인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토트넘은 올시즌 전반에 고전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날도 아스널에게 초반부터 점유율에서 크게 밀렸고 상대의 강한 압박에 밀려 라인을 전진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요리스는 점점 노쇠화 조짐을 보이며 실수가 잦아졌고, 라이언 세세뇽과 맷 도허티를 내세운 좌우 풀백은 아스널의 위협적인 2선 침투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
 
손흥민은 이날 월드컵 이후 처음으로 안면 보호 마스크를 벗고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는 데 실패했다. 손흥민은 0대1로 뒤진 전반 18분 세세뇽의 패스를 이어받아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고 침투하며 논스톱 슈팅을 날렸으나 아깝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날 경기를 통틀어 토트넘의 가장 좋은 찬스였다.
 
손흥민은 이날 총 5회의 슈팅을 날렸으나 유효슈팅은 전반 이 장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고, 나머지 4개의 슈팅은 모두 수비수에 막혔다. 몇차례 크로스와 세트피스를 시도했으나 위협적인 장면은 하나도 없었고 볼 경합에서도 번번이 밀리며 부진했다.
 
이반 페리시치와의 공존 문제 역시 계속됐다. 급기야 이날 경기에서는 손흥민과 페리시치가 감정적으로 충돌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페리시치는 손흥민의 패스가 늦어지자 페리시치는 짜증을 냈고, 이에 손흥민도 지지 않고 맞받아치며 두 선수 간 불편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페리시치와 손흥민이 왼쪽에서 나란히 배치되며 동선이 겹치고 서로 지향하는 플레이가 달라 두 선수의 장점을 동시에 죽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는 것. 이는 단지 두 선수의 부진을 넘어서 팀 전체의 공수 밸런스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축구 전문가들은 토트넘을 둘러싼 이 모든 문제의 진짜 원인에는 바로 콘테 감독이 있다고 지적한다. 북런던 더비 이후 영국 '스카이 스포츠'에서 경기 리뷰 패널에 출연한 폴 머슨은 "콘테는 전반에만 0-2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전술변화가 없었다. 콘테 정도의 감독이라면 전반에 그런 경기력을 보이고도 자신의 팀이 붕괴되도록 내버려두어서는 안 됐다. 부끄러운 모습"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또다른 패널인 제이미 래드냅 역시 "선발 기용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 북런던더비같은 라이벌전에서 한 팀이 일방적으로 45분을 지배하는 경우는 드물다. 토트넘은 무기력했고,아스널은 마치 12명이 뛰는 것 같이 경기를 지배했다"라며 콘테 감독의 경기운영을 비판했다.
 
토트넘은 5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올시즌 내용 면에서 좋지 않았던 경기가 더 많았다. 무기력한 전반 징크스,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 손흥민의 슬럼프와 페리시치와의 불협화음, 플레이메이커의 부재, 매경기 2골씩 내주는 수비 조직력의 불안 등은 최근에 갑자기 불거진 문제들이 아니다.
 
하지만 콘테 감독은 구단이 이적시장에서의 전력보강이 부족했다는 핑계만 반복해서 대고있을뿐, 별다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팀 장악력과 사전 플랜을 짜는데는 능하지만, 의도한대로 상황이 풀리지 않을 때 임기응변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과거에도 콘테 감독의 약점으로 꼽혔다. 지난 시즌 중반에 지휘봉을 잡아 흔들리던 팀을 리그 탑4로 복귀시킨 공을 인정받았던 콘테 감독이지만, 올시즌들어 부진을 거듭하며 토트넘 팬들 사이에서도 불신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 토트넘의 다음 상대는 또다른 난적인 맨체스터 시티(20일)다. 그나마 데얀 쿨루셉스키와 히샬리송 등 부상 선수들이 복귀한 게 위안이지만, 이번 북런던더비 완패의 후유증은 가볍지 않을 전망이다. 토트넘 반등의 키는 결국 콘테 감독의 변화에 달려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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