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팀들이 여전히 소속 선수들과 연봉협상을 이어가는 가운데, '돌부처'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 2023시즌 연봉계약을 구단에 백지위임했다.

삼성 구단은 11일 오후 "오승환은 팀의 최고참 선수로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 성적에 책임을 다함은 물론, 올 시즌 개인과 팀의 반등을 위한 백의종군의 의미로 2023년 연봉을 백지위임하겠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10일 구단 전훈지인 오키나와로 조기 출국해 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구단에 연봉계약을 맡기고 시즌 준비를 위해 일찍 출국한 오승환

구단에 연봉계약을 맡기고 시즌 준비를 위해 일찍 출국한 오승환 ⓒ 삼성 라이온즈

 
구단에 맡긴 오승환, 이유 있는 결정

바야흐로 '협상의 계절'이다. FA 선수들이 아니더라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하는 선수들이 꽤 많다. 새 시즌 연봉협상을 위해 구단과 깊은 대화를 나눠야 하고, 이 자리에서 양 측의 생각을 공유하게 된다. 누군가는 일사천리로 계약이 진행되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이견 차가 클 경우 간극을 좁히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서로 물러서지 않고 양보할 마음이 없다면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KBO리그를 대표하는 투수 중 한 명인 오승환이 더 이상의 줄다리기 없이 구단의 의사를 따르기로 했다. 흔치 않은 일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오승환은 정규시즌 57경기 57이닝 6승 2패 2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32를 기록,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했다. 다만 리그 최다 블론세이브(7개)를 남기는가 하면, 피안타율(2021년 0.245→2022년 0.263) 등 2021시즌에 비해 세부 지표에서 나빠진 것이 그대로 나타났다.

7월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7경기 6⅓이닝 2패 평균자책점 12.79로, 7월 12일 kt 위즈와 원정 경기서 배정대-앤서니 알포드에게 백투백 홈런을 맞고 끝내기 패배를 당한 게 결정적이었다. 팀도, 오승환도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팀은 아무리 팀을 대표하는 베테랑 투수라고 해도 오승환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웠다. 2023시즌이 끝나면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이 되는 오승환도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지난 시즌 오승환의 연봉은 16억 원이었다.

연봉조정은 없지만, 여전히 '진통'은 계속

오승환 개인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샐러리캡' 역시 고려해야 하는 부분 중 하나였다. 이는 삼성뿐만 아니라 많은 팀들이 안고 있는 고민으로, 샐러리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거나 연봉 고과 반영 등에 있어서 의견이 엇갈리는 선수들은 계약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10일 오후 6시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제출된 연봉조정신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2년 연속으로 모든 연봉협상 대상자와 팀이 조정위원회의 판단 없이 구단과 선수 양 측의 합의로 계약을 끝내겠다는 의미다.

표면적으로는 다행인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봉협상이 끝난 것은 아니다. 팀마다 연봉협상 상황이 조금씩 다른 만큼 10개 구단 모두 연봉협상을 마무리하기까지 시간이 꽤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혹은 '백지위임'을 선언하는 선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 오승환처럼 전년대비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들이 생각할 수 있는 카드다. 구단의 고민을 덜어줄 수는 있어도 선수 입장에서는 욕심을 버려야 하는 만큼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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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BO리그 삼성라이온즈 오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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