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가 인삼공사의 4연승 도전을 저지하며 3연패에서 탈출했다.

김종민 감독이 이끄는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는 3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KGC인삼공사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25-20, 17-25, 25-22, 15-25, 15-8)로 승리했다. '토종에이스' 박정아가 피로누적과 발가락 염증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된 도로공사는 나머지 선수들의 분발로 값진 승리와 함께 승점 2점을 따내며 3위 자리를 탈환했다(9승 9패).

도로공사는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 요비치가 30.49%의 점유율을 책임지며 17득점을 올렸고 문정원과 배유나가 각각 서브득점 2개, 4개를 기록하며 나란히 11득점으로 힘을 보탰다. 이윤정 세터 역시 안정된 경기운영과 함께 3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는 '깜짝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이날 엔트리에서 빠진 박정아 대신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로 활약한 전새얀은 블로킹 2개와 함께 15득점을 기록하며 도로공사의 연패탈출을 견인했다.

경기 분위기 바꾸는 각 구단의 교체선수들
 
 전새얀은 2016년 도로공사 이적 후 햇수로 8년째 도로공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전새얀은 2016년 도로공사 이적 후 햇수로 8년째 도로공사를 떠나지 않고 있다. ⓒ 한국배구연맹

 
단체 구기종목에서는 적재적소에 선수교체를 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하기엔 체력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 주전선수가 부상이나 체력 문제로 코트를 비울 때 대신 출전하는 벤치멤버가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당연히 팀 성적도 좋아질 수밖에 없다. 배구에서도 각 팀마다 웜업존에 주전급 벤치멤버가 대기하고 있어야 여러 가지 변수에 대비할 수 있다.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의 웜업존에는 정지윤이라는 듬직한 토종거포가 있다. 아직 서브리시브나 수비가 불안해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하진 못하지만 공격력 만큼은 현대건설뿐 아니라 7개 구단의 그 어떤 토종거포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현대건설에서 황민경이나 고예림이 다소 주춤해도 좀처럼 팀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정지윤이라는 확실한 교체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권순찬 감독이 물러나면서 팀 분위기가 어수선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에는 김연경과 김미연이라는 경험 많은 아웃사이드 히터 뒤에 김다은이라는 젊고 패기 넘기는 아웃사이드 히터 유망주가 버티고 있다. 역시 수비불안과 경험부족으로 김미연과의 주전경쟁에서는 한 발 밀렸지만 팀이 흔들릴 때는 언제든 코트에 투입돼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선수다.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이 젊은 선수들이 벤치 에이스로 버티고 있다면 인삼공사에는 V리그에서 가장 경험이 많은 선수 중 한 명이 후배들의 뒤를 받치고 있다. 최근 성인배구 데뷔 20주년을 맞은 한송이가 그 주인공이다. 인삼공사에는 선명여고 선후배 사이인 박은진과 정호영이 주전 미들블로커로 활약하고 있지만 이들이 흔들릴 때는 언제든 경험이 풍부한 한송이가 투입돼 인삼공사의 중심을 잡아준다.

최근 이원정 세터(흥국생명)를 트레이드로 보냈어도 여전히 GS칼텍스 KIXX는 세터진이 탄탄한 편이다. 주전 안혜진 세터와 백업 김지원 세터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김지원 세터는 선배 안혜진 세터에 비해 운동능력이나 순발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힘 있는 토스와 함께 안혜진만큼 까다로운 서브를 구사하며 무엇보다 코트에서 좀처럼 긴장하는 법이 없다. 강한 멘탈은 '코트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해야 하는 세터에게 가장 필요한 조건이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 출신 최고 스타
 
 전새얀은 도로공사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김종민 감독이 가장 먼저 찾는 선수다.

전새얀은 도로공사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김종민 감독이 가장 먼저 찾는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도로공사의 최대장점은 안정된 주전 멤버를 보유했다는 점이고 반대로 주전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은 도로공사의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실제로 도로공사는 미들블로커 정대영과 배유나, 세터 이윤정, 리베로 임명옥의 백업이 마땅치 않아 사실상 이들이 전 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해야 한다. 공격을 책임지는 카타리나와 박정아, 서브리시브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문정원이 버틴 날개 공격수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도로공사의 아웃사이드 히터 자리에는 그나마 믿을 만한 주전급 벤치멤버가 있다. 바로 프로에서 9번째 시즌을 맞는 전새얀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14년 IBK기업은행 알토스에 입단했다가 2016년 트레이드를 통해 도로공사 유니폼을 입은 전새얀은 당시 트레이드에 포함됐던 최은지(GS칼텍스), 김미연, 이고은(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이 모두 한 번 이상 팀을 옮긴 와중에도 햇수로 8년째 도로공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전새얀은 2016-2017 시즌부터 7시즌째 도로공사의 터줏대감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아직 한 시즌도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하진 못했다. 아무래도 공격에서는 '클러치박' 박정아를 따라갈 수 없고 수비에서는 리베로급 수비를 자랑하는 문정원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새얀은 매 시즌 조금씩 출전기회를 늘리면서 지난 시즌 데뷔 최다득점인 225득점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18경기에서 124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도로공사의 '게임 체인저'로 활약하던 전새얀은 3일 인삼공사전에서 박정아가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오랜만에 풀타임 출전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전새얀은 이날 외국인 선수 카타리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23.78%의 공격점유율을 기록하며 15득점을 올렸다. 물론 성공률(33.33%)이 썩 높진 않았지만 풀세트 접전을 벌인 만큼 이날 도로공사에서 공격성공률 30%를 넘긴 선수는 전새얀과 문정원(34.62%) 밖에 없었다.

전새얀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5순위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해 1, 2순위 지명을 받았던 '쌍둥이자매' 이재영과 이다영(라피드 부쿠레슈티)은 현재 V리그에서 뛸 수 없고 3순위 하혜진(페퍼저축은행)은 어깨수술 후 재활 중이며 4순위 문명화(GS칼텍스)는 팀에서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기업은행의 김하경 세터(2라운드2순위)와 함께 2014년 신인 드래프트가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바로 전새얀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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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 도드람 2022-2023 V리그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전새얀 슈퍼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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