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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휴식, 힐링, 깨끗하고 안락한 방... 고객으로서 호텔에 방문하는 많은 사람이 방문을 열었을 때 기대하는 것들이다. 관광자본도 이를 광고의 수단으로 적극 활용한다. '럭셔리'한 호텔 방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데에, 체크아웃과 체크인 사이를 비롯한 많은 시간, 룸메이드를 비롯한 많은 노동자의 노동이 투여되고 있다.

룸메이드 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특징을 지니고 노동자들은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지난달 7일 더케이호텔에서 7년째 룸메이드 업무를 하는 강영숙씨를 만나 들어봤다. 한편 더케이호텔 룸메이드를 비롯해 시설관리, 조리실 기물 등을 담당하는 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8일, 무기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파업 투쟁을 진행했는데, 그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저는 룸메이드 노동자입니다

- 안녕하세요. 더케이호텔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저희는 오전 8시 반에서 오후 5시 반까지 근무하는데요, 보통 8시 전에 출근해서 업무 준비를 합니다. 필요한 수건이나 이불 등을 세탁실에서 가져와 메이드카에 채워 넣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1인당 방이 14개씩 배정되는데요. 배정받은 호실에 투숙한 손님이 체크아웃하면 들어가서 청소하고 정리를 합니다.

층마다 인디케이터가 있는데, 문을 열면 1호부터 33호까지 룸 번호가 써 있고 번호 앞에 초록색, 주황색 램프가 있어요. 초록색 불이 정지된 상태로 있으면 체크아웃된 청소해야 하는 방이고, 초록색 불이 깜빡거리면 저희가 청소하는 중이라는 뜻이에요. 주황색만 정지된 상태로 있으면 청소가 완료되고 손님이 계신 방이라는 것을 의미하고요. 그 불빛을 보고 '하우스키핑'이라 말하며 방에 들어가요.

방에 들어가서 고객한테 무료로 제공되는 물 같은 소모품들 비는 것 있으면 채워드리고, 수건이나 베드, 베개를 갈고 쓰레기를 버립니다. 베드 갈 때는 고객이 사용하신 침대 시트를 벗긴 후에 세탁실에서 가져온 시트를 씌웁니다. 

사용한 욕조도 청소해 드리고 청소기도 밀어요. 고객이 사용한 컵 처리도 하는데요, 설거지 후 닦아서 다시 원위치 시켜 놓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 방마다 평균 30분 정도 걸려요."
 
침대 시트를 갈고있는 호텔 노동자
 침대 시트를 갈고있는 호텔 노동자
ⓒ 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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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시트 가는 게 가장 힘들어... 직원 대부분 손가락 변형도"

- 방을 청소하고 정비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나요?

"손님이 돈 내고 오셨고 쾌적해야 하니까, 유리 같은 거를 깔끔하고 반짝반짝하게 닦아 놓아요. 아무래도 좀 럭셔리한 분위기가 나야 하니까 그거를 맞춰드리는 거죠. 한 번씩 가구 왁스 사용해서 가구를 닦고, 유리도 불빛을 여기저기 비춰가며 보면서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자국이 없게 닦아요. 침구류 같은 거도 푹신하고 모양 좋게, 시트를 팍팍 당겨서 싸기도 해요."

- 쉴 때는 보통 어디서 쉬세요?

"직원 휴게실이 따로 있기는 해요. 그런데 저희 메이드들은 물건 쌓아놓는 공간들 있잖아요. 린넨이나 수건 있는 공간, 그걸 '스테이션'이라 그러거든요. 거기가 공간이 좀 있어서 의자 갖다 놓고 기대서 쉬어요. 차도 마시고 모일 수 있어서 굳이 휴게실로 안 내려가요."

- 더케이호텔 룸메이드로 일하며 특히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베드 시트를 가는 게 가장 힘들어요. 베드 두 개의 시트를 벗겨서 새것으로 가는 시간이 한 10분 정도 걸리는데요. 매트리스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손가락으로 넣어야 하는데, 그 들어 올리는 작업을 한 손을 꺾으면서 해요. 저도 그렇고 메이드들이 손가락 변형이 거의 다 왔어요. 손가락 첫 마디로 들어 올리면서 하다 보니 꺾여 있는 거죠.

또 여기가 투숙객이 가족 단위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요구에 맞추다 보니까 한 방에 더블베드 한 개, 싱글 베드 한 개, 어떨 때는 엑스트라 베드까지 들어가서, 3~4인이 2인용 침실을 사용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작업 공간이 너무 좁아요. 자신의 키보다 낮은 베드를 싸기 위해 손가락을 집어넣으려면 엉덩이가 뒤로 빠지고 무릎이 구부려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발을 못 돌릴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하다 보면 그 자세가 안 나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모로 들어가서, 오른손으로 누르며 드는 자세를 취하기도 해요. 여기가 특히 싸야 할 베드가 많고, 또 1박 손님이 많아서 늘 체크아웃을 해서 특히 더 힘들어요. 거울이나 유리 닦는 것도 힘든 작업인데요, 팔을 들어서 힘을 주고 계속 닦다 보면 어깨와 손목에 무리가 와요. 닦는 자세가 계속되면 손이 잘 안 펴지는 현상이 생기기도 해요. 모든 관절에 무리가 오는 거죠.

저희가 14개 방을 배정받는다고 했잖아요. 운이 좋으면 한 개 층에 방 14개를 배정받지만 보통 두 개 층을 할 때가 많아요. 저희가 직원용 엘리베이터가 두 대밖에 없는데, 조리부에서 물건이 많이 올라오거나 하면 엘리베이터가 그냥 지나가기도 해요. 저희는 엘리베이터를 반드시 타고 이동해야 해서 어떨 때는 전쟁이죠. 이동도 업무로 보면, 3개 층을 다니면 14개보다 적게 방을 맡도록 해서 업무를 조정해줘야 해요."

- 청소 외에 객실 물품을 관리하는 '하우스맨' 역할도 수행하신다고 들었어요.

"저희 호텔이 하우스맨 운영을 따로 안 하는데요. 아무래도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가 하우스맨 역할을 더 많이 받아서 해왔어요. 고객의 컴플레인은 보통 사무실에서 받는데, 내용에 따라 사무실에서 가서 대응하거나 우리가 가서 해결해왔어요. 물이나 다리미판 등 물건을 가져다주는 것들은 보통 저희가 해왔고, 그런 게 하루에 대여섯 건은 있었어요.

룸메이드 일 자체의 노동 강도도 높고, 특히 매일 체크아웃이 많아서 업무가 가중되다 보니 사무실에서 베드를 벗겨주거나 하는 일을 조금씩 도와줬었어요. 하지만 파업 선포한 후에는 담당 관리자가 사무실 직원들에게 '객실의 룸메이드를 절대 도와주지 마라'고 지시했고, 이후에는 안 도와주는 상황이 된 거죠. 그래서 노동 강도가 더 높아져서 힘들어요. 그러면 우리도 하우스맨이 하는 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해서, 물건 가져다 주는 등의 업무를 지금은 하지 않고 있어요."

"계약직이라도 호텔 구성원이에요"
 
좁은 공간에서 시트를 갈아야 하기에, 허리를 숙인 부담 자세로 일하게 된다.
 좁은 공간에서 시트를 갈아야 하기에, 허리를 숙인 부담 자세로 일하게 된다.
ⓒ 강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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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파업 투쟁은 어떻게 진행하셨나요?

"여기는 과반 노조인 정규직 노조와 우리 노조가 있어요. 정규직 노조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면서 사용자는 우리에게도 동결하라 했어요. 호봉제 아래 정규직의 임금 동결과 연봉제 아래 계약직의 동결 결과가 다르기에, 저희는 정규직의 호봉승급분에 해당하는 월 2만 원이라도 올려달라고 요구했어요.

사측은 예산이 없어 안 된다고 계속 버텼죠. 우리 모두를 위한 400만 원의 예산은 안 된다면서 대표이사의 임금 인상을 위한 850만 원 인상은 가능하다는 상황을 아직도 납득 못 하고 있어요.

처음부터 사측이 대화 의지 없이 배 째라고 나오는 상황에서, 권한 있고 옹졸한 사용자에게 못 이기겠다고 생각하고 우리의 손상된 자존감을 서로 위로할 시간을 갖고자 이틀간 일손을 놨어요. 결국 올해 임금도 동결됐어요. 그래도 2023년도 임금은 호봉 승급분을 최대한 반영해 상승한다고 문서로 남겼어요.

우리는 큰 것을 바란 적이 없어요. 정규직이 받지 못하는 걸 우리만은 해달라고 한 적이 없어요. 계약직이라도 더케이호텔의 구성원이에요. 관리자는 항상 저희보고 '너네는 그렇게 계약했으니 어쩔 수 없잖아'라고 해왔어요. 그렇게 계약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말 한다면 300~400년 세상이 안 변해야겠죠."

- 일할 때 어떤 부분에서 보람을 느끼나요?

"외부에서 찾는 게 아니고 저 스스로 마음을 먹는데, 이왕이면 손님이 특별히 대접받는다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고객님' 말고 '선생님' 이러면 조금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내가 잘하고 있구나'라고 느낄 때도 물론 보람을 느끼죠."

- 일하면서 느끼는, 고객이나 일터에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고객이 어지르는 거는 어떤 측면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집에서처럼 치우지 않아도 되니까 돈 내고 오는 거잖아요. 다만 베드를 벽에다 붙여놓는 것은 안 하시면 좋겠어요. 침대나 가구를 옮겨놓으면 그거를 우리가 다 원상회복을 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힘들어요. 원상 복구를 비롯한 뒤처리를 결국 누군가의 노동으로 해야 하는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내후년이면 정년퇴직 하는데, 후년까지 가면 9년을 몸담은 직장이에요. 여기서 잘 됐으면 하는 꿈이 있어요. 우리도 그 해에 또는 다음 해에 잘해서 호봉제 도입이 되고,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가는 연결고리가 생기고요. 원하는 사람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정규직으로 넘어갈 수 있는 그런 것을 보는 게 제 꿈이에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조건희씨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일터 1월호에도 실립니다.


태그:#호텔, #룸메이드, #노동, #여성_노동자, #근골격계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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