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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고현주 사진작가의 사진전이 1월 3일부터 15일까지 대전(더빔 갤러리, 대전시 유성구 덕명동)에서 개최한다. 얄궂게도 '이승과의 첫 고별전'이 됐다.
 고 고현주 사진작가의 사진전이 1월 3일부터 15일까지 대전(더빔 갤러리, 대전시 유성구 덕명동)에서 개최한다. 얄궂게도 '이승과의 첫 고별전'이 됐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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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와중에도 제주 '4·3'을 기록해온 사진작가가 있다. 지난 4일 향년 58세 나이로 세상을 등진 고현주 작가다.

고 작가는 소년원, 학교, 어르신, 주부 등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꿈꾸는 카메라'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다 지난 2016년 암 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2018년부터 제주 4·3 사건 체험자들의 기억을 기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4.3 결과물을 <기억의 목소리> 시리즈 1.2로 세상에 펼쳐놓았다.

생전 그는 병마와 맞서며 사진전을 준비해왔다. 그 사진전이 <기억의 목소리 3, 아름다운 제의> 전이다.

"기억의 목소리 작업이 올해로 5년째이다. 사물-사람-풍경으로 이어지는 이번 작업은 2년이 넘는 준비과정이 있었다. 과정 자체가 너무 힘들었고 건강이 좋지 않은 내가 진행하기에는 애초부터 부담이 많은 작업이었다 … 작업을 하면서 저 자신도 위로받았고, 작업을 도와준 분들도 위로받았다." (고인이 생전에 남긴 글 중에서)

그의 사진전이 1월 3일부터 15일까지 대전(더빔 갤러리, 대전시 유성구 덕명동)에서 개최한다. 얄궂게도 '이승과의 고별전'이다.

황윤 더빔 갤러리 대표는 기획 초대전 초청의 글을 통해 "이번 사진전에서는 고인의 '아름다운 제의' 사진을 선보인다"며 "올해 출간된 <기억의 목소리 3, 아름다운 제의>는 고인의 6년 작업의 완결판"이라고 밝혔다. 이어 "작가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 숨은 잊어서는 안 될 4.3의 기억의 목소리를 기록해, 죽은 사람 수를 일일이 헤아려 제물처럼 '아름다운 제의'를 바쳤다"고 설명했다.

"희생자 유해에 바치는 제의 같다"... 1월 3일~15일까지 대전 '더빔 갤러리'
 
고 고현주 사진작가의  작품. 표선해수욕장에 작은 등불을 밝혔다. 이 곳에서는 4.3사건 당시 표선면과 남원면 중간산 마을 주민들이 집단학살됐다.
 고 고현주 사진작가의 작품. 표선해수욕장에 작은 등불을 밝혔다. 이 곳에서는 4.3사건 당시 표선면과 남원면 중간산 마을 주민들이 집단학살됐다.
ⓒ 고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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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목소리 1.2>는 사물과 사람을 통해 기억의 목소리를 살려냈고, 이번 <기억의 목소리 3>은 희생자들의 마지막 현장을 찾아 제의를 마치며 찍은 사진이다. 황 대표가 이번 전시회를 '고인의 6년 작업의 완결판'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고인의 완결판 전시회가 대전에서 열리는 데 대해 주변 지인들은 '운명 같다'고 말한다. 

1950년 대전 산내 골령골에서는 수백 명이 제주 4.3 관련으로 끌려와 집단 희생됐다. 고현주 작가가 '아름다운 제의'를 준비하던 기간인 지난 2020년부터 지난 11월 말까지 3년 가까이 산내 골령골 현장에서 희생자 유해를 발굴했다(관련 기사: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 골령골, 희생자 신원확인 나선다 http://omn.kr/225mk ). 그리고 골령골 유해 발굴이 사실상 마무리된 시점에, 고현주 작가는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한 지인은 "4.3의 흔적을 따라온 고인의 전시회가 운명처럼 대전에서 열리게 돼 감회가 새롭다"며 "전시회가 고인에 대한 '노제'이자 골령골에서 수습된 희생자 유해에 바치는 제의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고인은 이번 전시회에 대해 생전 미리 "서글프고 아름다운 풍경 속에 묻힌 4.3 영령들과 그 풍경으로 다가서는 많은 사람에게, '아름다운 제의'에 밝힌 노란 불빛이 작은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초대 글을 남겼다.

이번 전시에는 그동안 발간된 <기억의 목소리 1.2.3>권 사진집도 선보일 예정이다. 

태그:#고현주, #사진전, #제주 4.3, #고별전, #기억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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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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