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골문을 지키고 있는 골키퍼는 골을 내주지 않기 위해 나비처럼 날아올라 온몸을 던진다. 극적으로 16강에 올라간 폴란드는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전반전부터 아찔한 실점 위기를 만났지만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체스니의 슈퍼 세이브 덕분에 더 많은 골을 내주지 않았다. 같은 시각 다른 곳에서 벌어진 '멕시코-사우디 아라비아' 게임 양상에 따라 운명이 뒤바뀔 수도 있었지만 버틸 수 있는 힘을 슈체스니가 날렵한 몸놀림으로 보여준 것이다.

체스와프 미흐네비츠 감독이 이끌고 있는 폴란드가 우리 시각으로 1일(목)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스타디움 974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C조 아르헨티나와의 세 번째 게임에서 0-2로 졌지만 골 득실차로 16강에 올랐다. 폴란드의 조별리그 통과 기록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하니 36년 만에 거둔 귀중한 성과라 할 수 있다.

C조 페널티킥 '슈퍼 세이브 3개' 놀랍다

같은 시각 알 다옌에 있는 루사일 스타디움에서는 멕시코와 사우디 아라비아가 만나서 종료 직전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점수판을 만들어냈다. 멕시코가 2-1로 이겨서 폴란드와 똑같이 1승 1무 1패 승점 4점을 만들었지만 2득점 2실점의 폴란드가 2득점 3실점(-1)의 멕시코를 3위로 밀어낸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 40초에 사우디 아라비아 골잡이 살렘 알도사리의 오른발 골이 폴란드와 멕시코의 16강 운명을 갈라놓은 셈이다.

1994 미국 월드컵부터 지난 대회에 이르기까지 16강 단골 손님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던 멕시코는 실로 오랜만에 일찍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사실 폴란드도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더 많은 골을 내줄 위기가 있었다. 전반 35분, 골문 앞으로 크로스가 날아왔을 때 골키퍼 슈체스니가 점프하며 공을 쳐낸다는 것이 리오넬 메시의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페널티킥이 선언된 것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페널티킥 득점, 슈퍼 세이브 지점 표시도(12월 1일까지)

2022 카타르 월드컵 페널티킥 득점, 슈퍼 세이브 지점 표시도(12월 1일까지) ⓒ 심재철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폴란드 골키퍼 보이치에흐 슈체스니가 놀라운 순발력을 자랑하며 막아낸 것이 대량 실점을 사전에 차단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38분 23초,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페널티킥 키커는 아르헨티나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였다. 그의 왼발 슛 방향을 슈체스니가 정확하게 읽고 자기 왼쪽으로 몸 날려 오른손으로 메시의 왼발 슛을 기막히게 막아냈다. 슈체스니의 페널티킥 슈퍼 세이브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라 더 놀라웠다.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대회 안에서 골키퍼가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정규시간 중에 벌어진 페널티킥 실점 위기 상황을 막아낸다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기 때문에 슈체스니의 슈퍼 세이브 순간들은 더 놀랍다. 슈체스니는 지난 달 26일 오후 10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만난 두 번째 게임 전반전 추가 시간 34초에 살렘 알도사리의 오른발 페널티킥을 막아낸 것도 모자라 곧바로 이어진 알 브라이크의 세컨드 볼 대각선 슛까지도 몸을 날리며 막아내 4만 4259명 관중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 페널티킥 슈퍼 세이브는 C조에서 또 한 번 나왔기에 더 놀랄 수밖에 없다. 지난 달 23일 오전 1시 스타디움 974(도하)에서 벌어진 C조 멕시코와 폴란드의 0-0 게임 57분 16초에 폴란드 골잡이 레반도프스키는 머리를 감싸쥐며 괴로워했다. 자신의 오른발 페널티킥을 멕시코의 전설 기예르모 오초아 골키퍼가 왼쪽으로 몸을 날려 기막히게 쳐낸 것이다. 

축구 골 규격은 골 포스트 내측 거리 7미터 32cm, 지면 골 라인에서 크로스바 아래쪽까지의 높이는 2미터 44cm에 이른다. 페널티킥 표시점부터 골 라인까지의 11미터 거리,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빠르게 날아오는 골잡이들의 슛 속도를 고려한다면 확률상 골키퍼가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공을 쳐낼 수 있다는 것은 오랜 경험과 놀라운 순발력, 담대한 마음가짐이 삼위일체로 응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페널티킥이 이루어지는 순간, 골키퍼의 한 발은 일부라도 골 라인에 닿아있거나 그 동일 선상 또는 골 라인 뒤에 위치해야 하는 것이 기본 규칙이어서 골키퍼가 약간이라도 앞으로 미리 나와 슛 각도를 줄여 막아냈더라도 다시 킥 기회를 주기 때문에 그런 세이브는 VAR 시스템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12월 1일 현재까지 이번 대회 페널티킥 득점 성공은 모두 9회에 이른다. 이 게임 슈체스니의 슈퍼 세이브에 막힌 리오넬 메시는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첫 게임에서는 PK 골을 성공시킨 바 있고,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탈락한 웨일스는 이번 대회 유일한 골을 페널티킥(가레스 베일)으로 넣었다. 

3일(토) 오전 0시 벤투호와 만나는 포르투갈도 앞선 두 게임에서 각각 1골씩 페널티킥 득점 기록이 있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더 주목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포르투갈의 공격을 이끌고 있는 두 선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어떤 준비 동작으로, 어느 방향으로 쉽게 넣었는가를 살펴두는 것도 우리 골키퍼 김승규나 조현우를 위해 필요할 것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C조 결과(1일 오전 4시, 스타디움 974-도하)

아르헨티나 2-0 폴란드 [득점 : 알렉시스 마칼리스테르(45분52초,도움-나우엘 몰리나), 훌리안 알바레스(66분56초,도움-엔조 페르난데스)]

C조 최종 순위
1위 아르헨티나 6점 2승 1패 5득점 2실점 +3
2위 폴란드 4점 1승 1무 1패 2득점 2실점 0

3위 멕시코 4점 1승 1무 1패 2득점 3실점 -1
4위 사우디 아라비아 3점 1승 2패 3득점 5실점 -2

◇ 현재까지 확정된 16강 4게임 대진
폴란드 - 프랑스 (12월 5일 오전 0시)
아르헨티나 - 호주(12월 4일 오전 4시)
네덜란드 - 미국(12월 4일 오전 0시)
잉글랜드 - 세네갈(12월 5일 오전 4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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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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