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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
 11월 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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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 밤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해 압사당한 청년들을 생각하며 또래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경남청년진보당(대표 권지민)이 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사고가 아니라 사회적 참사다"라는 제목으로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을 든 것이다.

경남청년진보당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일관적으로 국가가 취하고 있는 입장은 '유감이다'거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서 생긴 사고다', '국가의 책임이 아니다' 등 직접적으로 말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희생자 개인들의 잘못'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이태원 참사는 희생자들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취지로 국민적 슬픔과 분노를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촛불을 든다"고 했다.

청년들이 발언을 쏟아냈다. 김지현 청년은 "서울 한복판에서 150여명이 희생되었다. 이게 가능하다고 생각하느냐"며 "이번 참사가 세월호 때랑 다름이 없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거의 끝나가는 시점에서 많은 청춘들이 핼로윈 축제를 즐기러 이태원에 몰릴 거라는 건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어떤 조치를 취했느냐"고 했다.

그는 "몇 십 만 명의 청년들이 몰릴 그 곳에 200명밖에 되지 않는 경찰 인력을 배치했고, 심지어 질서를 정리해 줄 인력이 아닌 마약단속반 인력 배치밖에 없었다"며 "참사가 나기 전부터 신고전화가 계속해서 왔음에도 늦장대응을 했다. 그런데 정부는 참사 후에도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김지현씨는 "사후에 국가 애도 기간을 지정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이 되살아나느냐"며 "정부의 무책임함에 이제는 진저리가 난다. 더 이상 국민들이 희생되지 않게 이번 참사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지현 경남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너무나도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며 트라우마처럼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세월호였다. 많은 분들이 이번 참사를 보면 세월호가 떠올랐을 것"이라며 "세월호를 겪은 우리는 다시는 젊은이들을 이렇게 허망하게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우리는 또 다시 젊은 청년들을 허망하게 잃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얼마나 더 죽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이태원 참사에 국민들이 더 분노하는 것은 우리는 이미 한번 잃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또다시 누군가가 희생되는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또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또 잃지 않겠다는 분노를 가지고 살아 있는 자의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월호를 거론한 권은진 청년은 "304명의 세월을 앗아갔던 그날 그 배, 우리는 국가의 부재를 겪었다. 제대로 된 안전교육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없었고, 제 기능을 할 구명조끼조차 없었다"며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국가가 만들어낸 사회적 참사였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람이 많이 몰릴 것을 예상했던 상인들이 경찰병력을 요청했고, 사고 전 112에는 11번의 신고가 접수되었지만 정부는 어찌 하였느냐"며 "무엇이 다르냐. 이태원 참사는 사고가 아니다. 개인의 부주의로 인한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권은진 청년은 "분명한 사실은 우리에게는 안전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권리 또한 갖고 있다. 그날 이태원에 있었던 희생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고 했다.

이어 "가려진 진실을 보아야 한다. 희생자들의 잘못이 아니라 길을 통제할 병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았던 국가의 잘못임을 명확히 알아야만 한다"며 "더는 어두운 사회에서 다치지 않도록 여러분이 들고 계신 환한 촛불로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설 학생(경남대)은 "이태원 참사는 분명한 국가 책임이고 사회적 참사이다. 잘못을 개인에게 돌려서는 안된다. '그러게 왜 거기에 놀러가서 그런 일을 당하냐'라며 그들을 욕해서는 안된다"며 "국가가 참사를 막지 못했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참사를 해결하고 애도하여야 할 것이다. 참사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도록 많은 인파를 통제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실행하여야 한다"고 했다.

언론 보도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전미주 학생(창원대)은 "언론 역시 피해자들을 감싸지 않았다. 언론은 보도윤리를 준수하여 적절한 지료영상만 사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러나 참사 이후, 언론은 더 자극적이게, 더 눈길을 끌기 위해 SNS에 떠돌아다니는 영상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였다"고 했다.

그는 "언론이 참사 현장의 영상을 많이 내보낸 탓에, 피해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며 "피해자들은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트라우마를 겪었고, 그 장소에 있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영상을 보고 '나도 저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 라는 두려움을 안겨 주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미주 학생은 "어떤 사람들은 피해자들에게 '누가 놀러가라고 했냐? 사람 많은 곳에 놀러간 탓이지'라고 하는데, 피해자들이 놀러 나간 것이 무슨 잘못이냐"며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한 핼로윈 행사인데, 놀러 간 이들이 대체 무슨 잘못이 있느냐. 예기치 못한 참사로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보호하지는 못할 망정 비난하고 비웃어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그는 "이번 참사가 벌어진 원인, 그리고 책임을 물어야 할 대상은 윤석열 정부라는 사실이 명백하다. 우리는 더 이상 피해자 인권 침해를 허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진주지역 청년단체로 구성된 '이태원 참사 진주청년추모행동'은 5일 오후 6시경상국립대 후문 앞에서 "추모행동"을 연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156명 중 13명은 청소년이고 133명은 20~30대의 청년‧대학생인 점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며 "동시대를 살아온 같은 청년‧대학생으로서 슬픔을 함께 나누고 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밝힐 수 있도록 힘을 모으기 위해 결성됐다"고 했다.

이들은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안전 사회를 바라는 추모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모행동은 경상국립대 가좌캠퍼스 후문 이노티사거리 인근에서 열리고, 헌화, 검은리본 나눔과 자유발언 등 순서로 진행된다.
 
11월 4일 저녁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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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태원 참사, #경남청년진보당, #촛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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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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