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2년 이후 무려 100년 만에 한국 땅을 밟을 예정이었던 메이저리그(MLB) 올스타가 국내 야구 팬들을 만날 수 없게 됐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11월 11일부터 15일까지 부산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2022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대회 개최까지 2주를 남겨둔 시점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짐 스몰 MLB 인터내셔널 수석 부사장은 "그동안 MLB는 한국내 이벤트 프로모터와 계약 관련한 몇 가지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가지고 노력해왔다. 안타깝게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보았을 때 한국의 팬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높은 수준의 경기를 마련하기 힘들다고 판단하여 예정됐던 투어 일정을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MLB와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오랜 기간 함께 야구 발전을 위한 많은 노력들을 지속해왔다. MLB는 KBO 허구연 총재님, 그리고 부산광역시를 비롯해 MLB 월드투어를 준비해주신 모든 기관 및 단체의 노력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MLB는 이분들과 함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한국에서 경기를 갖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 대회 로고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 2022 대회 로고 ⓒ KBO(한국야구위원회)

 
'올스타'에 걸맞지 않았던 대회 준비 과정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팬들의 기대감이 높았다. KBO 한국시리즈, MLB 월드시리즈가 끝난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야구 팬들에게는 설레는 일이었다.

일정, 장소 등이 하나 둘 정해지면서 차질 없이 대회가 준비되는 듯했으나 MLB 올스타의 선수 명단이 발표될 때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1차 명단서 살바도르 페레즈(캔자스시티 로열스),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익숙한 이름이 있는 반면 낯선 이름도 적지 않았다.

2차 명단에는 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 박효준과 배지환(이상 피츠버그 파이리츠) 등 코리안리거들의 이름이 눈에 띄었을 뿐 소위 말해 'S급 선수'는 볼 수 없었다. MLB 올스타라고 하기에는 너무 초라한 명단이었다.

더 큰 문제가 됐던 것은 티켓 가격이다. 부산 사직야구장, 서울 고척스카이돔 모두 내야석이 기본 10만 원 이상이었다. 심지어 대회 관련 굿즈 같은 것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었다. 고척스카이돔서 열린 2017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서울라운드, 2019 프리미어12 오프닝라운드와 비교해봐도 비싼 편이었다.

팬들은 지갑을 열지 않았고 4경기 모두 절반 이상의 좌석이 판매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찌감치 '흥행 실패'가 확실시됐다. 이렇게 대회 준비 과정에 계속 잡음이 발생하자 대회를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던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모습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던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모습 ⓒ 유준상

 
당혹스러운 것은 팬들뿐만 아니라 KBO도 마찬가지

대회를 기다려온 팬들도 피해를 입었지만 MLB 사무국을 믿고 대회를 준비해왔던 KBO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KBO는 경기에 나설 영남 연합팀, KBO 올스타 명단을 확정한 상태였다.

KBO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MLB는 오늘(29일) 오전 주최사와 계약 이행 이슈 등의 이유로 최종적으로 'MLB 월드투어 코리아 시리즈'(이하 MLB 월드투어)를 취소했다고 공식적으로 KBO에 전달했다. 이번 대회가 취소되며 MLB 커미셔너 롭 맨프레드는 KBO 허구연 총재에게 유감을 표하는 서신을 보내왔다"고 알렸다.

또한 KBO는 "MLB의 참가 요청에 따라 '팀 코리아'와 '팀 KBO'를 구성해 MLB팀과 경기를 준비해온 KBO는 매후 당혹스러운 입장이며, 취소에 따라 국내 야구 팬들에게 신뢰를 지키지 못한 점, 경기를 준비해온 선수들이 입은 피해 등에 따른 유감을 MLB에 전달한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KBO는 "MLB 사무국은 그동안 KBO에 수 차례 MLB 월드투어 개최를 요청해왔다. 올해 초 MLB는 프로모터(주최사)를 확정했다고 알려왔으며, 지난 4월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대회 개최 협조를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MLB는 지속적으로 추진 중인 야구 세계화 및 KBO리그와 MLB 등 각국 리그의 흥행 발전을 위해 MLB 월드투어 개최가 꼭 필요하다고 요청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KBO는 리그 일정 및 그에 따른 선수단 구성의 어려움 등이 있었지만, 야구의 국제화를 위한 대승적인 차원에서 다각도로 검토 끝에 협조하기로 결정했고, 주최사와 선수 파견 계약을 맺었다. 주최사와 MLB가 함께 개최를 준비한 이번 대회에 참가 팀으로 협조하기로 했으나 최종적으로 무산됨에 따라 팬 여러분께 혼란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티켓 판매를 담당했던 '티켓링크'는 대회 취소가 결정된 29일 구매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전송, 10월 31일에 자동으로 전액 환불 예정임을 전했다. 경기를 보지 못하게 된 팬들은 다시 돈을 돌려 받지만 무리하게 대회를 계획한 MLB 사무국과 주최사가 실망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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