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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다닌 회사를 나오기 전, 회사 밖 생활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와보니 그렇게 두려워 할  일만은 아니었습니다.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저의 시행착오가 회사 밖 인생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기자말]
100세 시대다. 투잡을 넘어 'N잡러'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사람들은 한 번에 여러 가지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낮에는 회사에서 열심히 직장인의 얼굴로 살지만, 퇴근 후에는 사장님의 얼굴로 살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얼굴로 살면서 중요한 점은 태도 아닐까? 직장인의 태도와 사업가의 태도가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사업가에게 좀 더 요구되는 태도가 있더라. 어느 곳에서나 살아가는 태도는 중요하지만, 초보 사업가로서 깨달은 점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초보 사업가로서 깨달은 점 몇 가지
 초보 사업가로서 깨달은 점 몇 가지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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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경청하는 자세다. 경청은 듣기만 하는 것이니 쉽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쉽지 않다. 경청하는 자세는 단순히 듣는 것을 넘어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해해야 하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

거기에 나를 위한 조언이라면 쓴소리도 감사하다 생각해야 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성공을 축하해 주는 것은 쉽지만, 쓴소리로 조언을 해주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사업을 하며 경청을 해야 하는 사람은 직원이나 고객이다. 우리는 직원을 뽑을 때 시키는 일만 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해주는 사람을 원했다. 다행히 좋은 인연을 만나 지금까지 일을 해오고 있고, 직원의 의견을 고맙게 듣는 편이다. 

고객의 의견은 온라인 리뷰와 오프라인으로 듣는다. 온라인 리뷰는 꼼꼼하게 찾아보고, 개선점을 찾으려고 한다. 대부분 리뷰는 칭찬이지만, 간혹 '비추'라던가 '실망'이라는 단어를 써서 올리는 리뷰도 올라온다.

쇼핑몰 강의에서는 고객에게 부탁해서 리뷰를 수정하게 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낮은 별점도 그대로 수용하는 편이다. 칭찬 일색인 리뷰가 오히려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족을 하는 고객의 의견도, 만족하지 못한 고객의 의견도 듣고, 제품을 수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

오프라인으로 고객의 의견을 듣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그래서 남편은 한 달에 한두 번 일부러 현장에 직접 설치를 하러 간다. 우리가 파는 제품은 구입 후 셀프 설치가 기본이이지만, 방문설치도 지원하는데 대부분 업체와 제휴를 통해 설치기사님을 보낸다.

하지만, 우리 제품은 현장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까운 곳은 남편이 직접 가서, 고객의 소리를 듣는다. 어떤 경로를 통해서 우리 제품을 알게 되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등을 듣고, 마케팅의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하나하나 쌓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큰 바람이 불지 않는 운도 필요하다.
 하나하나 쌓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큰 바람이 불지 않는 운도 필요하다.
ⓒ mintchap,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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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겸손이다. 사람이란 작은 성공을 이어가다보면 자신만의 아집이 생기기 쉽다. 실패를 딛고 성공한 이야기는 내가 하는 일이 모두 옳다는 생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다보면 타인의 생각은 틀리고, 내 생각이 모두 옳다고 착각하기 쉽다.

작은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사장의 고집스런 태도도 한몫 한다. 그러나 성공은 내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운이 좋아서였음을 기억하려고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실이 맺어지지 않는 시기가 우리에게도 분명 있었다. 젊은 시절에도, 지금도 우리의 노력하는 자세는 비슷한데, 그때는 실패하고 지금은 그나마 어느 정도 사업을 이어가게 된 이유가 운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무언가 허무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노력이라도 했으니 운을 만났을 뿐이다. 반면 아무리 노력해도 운을 만나지 못하면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조그만 성공을 하거나 안정적으로 굴러가도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운이 좋아서라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도 생활비를 예산을 정해놓고, 예산 안에서 사용한다. 직장인이었을때와 비슷하다. 이번 달에 조금 더 벌었지만, 다음 달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투자한 돈이 회수되면 다음 제품에 투자하기 위해 저축한다. 직장인일 때는 시간만 투자하면 되지만, 사업은 시간과 돈을 모두 투자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끝까지 하는 자세다. 산다는 건 불안정한 세계에서 홀로서기 같다는 생각을 종종한다. 젊은 시절 사업을 할 때, 우리에게 부족한건 끈기였다. 어려움이 닥치면 쉽게 포기했다. 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기를, 이상한 고객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지금 돌이켜보면 바보 같은 생각이었다. 체력은 어려운 일을 하나하나 겪어 넘기며 생기는 것이었지, 쉬운 길만 가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몰랐다. 문제가 생기면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했다.

해결할 사람이 우리 밖에 없었고, 생활비가 걸린 사업이라 함부로 포기할 수도 없었다. 계속 생각하고 물고 늘어지다 보면 길이 보이거나 인연이 생겨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말한 세 가지 태도가 비단 사업가에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직장인의 태도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직장인의 경우엔 내가 굳이 나서지 않아도 일이 해결되는 경우가 있고, 조직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으면 관련 부서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쉽다.

회사에서는 조직에 적응하도록 알려주는 사람도 있고, 교육이라는 것도 있지만, 회사 밖에서는 교육도 스스로 찾아야 하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다. 그러니 가장 가까이서 일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말을 가장 잘 들어야 한다. 또 지금 잘 되는 일이 앞으로도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행동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경청하고 있나? 겸손한가? 끝까지 파고 드는가? 매일 이 세 가지 질문을 마주하고 오늘을 시작하고 마감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혜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ongmami)에도 실립니다.


태그:#슬기로운창업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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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하면서 프리랜서로 글쓰는 작가. 하루를 이틀처럼 살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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