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그들이 3회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아시아의 강호로 올라선 이란이 이젠 월드컵 16강을 노린다.

지난 두 대회에서 이란을 이끌었던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과 다시한번 손잡은 이란이 강력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짠물축구를 통해 역사상 최초로 조별리그를 통과할 수 있을까.

돌고돌아 케이로스와 함께 하는 이란
 
 4년만에 이란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4년만에 이란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한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 카타르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쳐

 
이란이 여기까지 성장한 데에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역할이 크다. 2011년 이란의 지휘봉을 잡은 케이로스 감독은 질식수비라 불릴 정도로 두 줄 수비를 구축한 뒤 날카로운 역습이란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진출에 이어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이란에 20년 만의 월드컵 승리를 선사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케이로스 감독과 대한민국의 지독한 악연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케이로스가 떠난 뒤 이란은 휘청거렸다. 그의 후임으로 마크 빌모츠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월드컵 2차예선에서의 부진으로 6개월만에 경질됐다.

위기에서 이란을 구한 건 드라간 스코치치 감독이었다. 풍부한 이란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지휘봉을 잡은 그는 부임 후 빠르게 팀을 수습해 최종예선 진출을 이끌었다. 최종예선에선 8승 1무 1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조 1위를 차지해 이란의 3회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일궈냈다.

그럼에도 스코치치 감독 역시 경질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다. 최종예선 당시 주축선수인 메흐디 타레미와의 불화설이 제기되는 등 팀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때아닌 이란 축구협회의 정치싸움에 희생양이 되면서 월드컵 본선에 진출시키고도 경질되는 아픔을 맛봤다. 

돌고 돈 이란은 월드컵을 두 달 남겨두고 케이로스 감독에게 다시 지휘봉을 맡겼다. 이란을 떠난 이후 콜롬비아와 이집트 지휘봉을 잡았으나 그때만큼의 위용을 선보이지 못한 채 중도하차했던 그는 한 물 간 감독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9월 평가전에서 자신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복귀전이었던 우루과이전 1대 0 승리를 비롯해 세네갈(1대 1 무)과 치른 평가전에서 1승 1무의 성적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케이로스 감독 특유의 질식수비와 날카로운 역습이 위용을 떨치는 등 팀을 완벽하게 수습하는 모습을 보였다. 

막강한 공격진과 탄탄한 수비진... 동기부여 확고한 이란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이란, 사진은 지난 3월 24일 대한민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사상 첫 월드컵 16강 진출에 도전하는 이란, 사진은 지난 3월 24일 대한민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 ⓒ 카타르 월드컵 공식 홈페이지 캡쳐

 
이란의 가장 큰 장점은 탈아시아 급의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르다르 아즈문을 중심으로 메흐디 타레미, 알리레자 자한바크슈 세 명의 선수는 모두 유럽리그 득점왕, 도움왕 경력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유럽무대에서도 자신들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사르다르 아즈문(바이엘 레버쿠젠, 독일): 2019~2020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메흐디 타레미(FC 포르투, 포르투갈): 2020~2021시즌 포르투갈 프리메이라 리가 도움왕
-알리레자 자한바크슈(페예노르트, 네덜란드): 2017~2018시즌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득점왕

이들은 지난 월드컵 예선 당시에도 고비 때마다 득점을 터뜨리면서 이란의 월드컵 본선진출을 이끌었다. 동료를 활용한 연계플레이와 한 방 능력을 활용한 득점력은 강력한 수비를 구축한 뒤 역습을 펼치는 이란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격자원이다. 이밖에 2차예선에서 아즈문과 함께 7골로 최다득점을 기록한 베테랑 카림 안사리파드와 20살의 신예 알라야르 사야드마네시 역시 조커로서 출전 가능성이 높다.

수비에는 1경기를 제외하고 지난 예선에서 모두 선발 출전한 호세인 카나니를 중심으로 베테랑 쇼자 칼릴자데가 센터백으로 나설 가운데 오미드 누라프칸, 사데그 모하라미가 구축할 포백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경쟁력이다. 이밖에 마지드 호세이니, 밀라드 모함마디 역시 출격준비를 하고 있는데 모두 강력한 피지컬에 높은 투쟁심까지 갖고 있는 선수들이다.

중원에는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사예드 에자톨라히와 활동량이 뛰어난 아마드 누롤라히가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바히드 아미리, 사만 고도스 등이 2선에서 이란의 공격 삼각편대를 보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팀의 정신적 지주인 에산 하지사피와 측면과 중앙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알리 골리자데 역시 출격대기한다.

무엇보다 이란의 가장 큰 장점은 풍부한 경험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을 시작으로 각각 두 차례의 월드컵과 아시안 컵을 통해 메이저 대회 경험을 쌓은 데 이어 오랜시간 손발을 맞춘 탓에 조직력이 상당히 좋다. 수비적인 경기운영을 펼칠 이란의 입장에서 조직력이 좋은 것은 케이로스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을 완벽하게 소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을 방증한다.

여기에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다수 즐비해 있는 것도 장점이다. 공격진 삼각편대(타레미, 아즈문, 자한바크슈)를 비롯해 각 포지션별로 대다수의 선수들이 유럽무대에서 활약할 정도로 기량이 우수한 선수들이다. 아울러 유럽선수들에 버금가는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는 점 역시 장점이다.

케이로스 감독의 존재 역시 이란에게 큰 힘이다. 지난 여름 4년 만에 이란으로 복귀했는데 대다수의 선수들이 오랜시간 그와 함께했던 선수들이란 점에서 전술이 완성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골잡이 아즈문의 부상여부다. 지난 5일 포르투갈과의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경기에서 종아리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 회복에 1달이상 걸릴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즈문이 얼마나 빨리 컨디션을 회복하느냐가 월드컵 성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란은 자신들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케이로스 감독과 3번째 월드컵을 맞이하게 됐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에는 이란 역사상 최초로 16강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란(I.R. Iran)
FIFA 랭킹: 20위
역대 월드컵 출전 횟수: 6회(1978, 1998, 2006, 2014, 2018, 2022)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 18위(2018)
역대 월드컵 전적: 2승 4무 9패
감독: 카를로스 케이로스(포르투갈, 1953. 03. 01)

*이란 경기일정(한국시각)*
11월 21일 22:00 잉글랜드, 알 라얀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11월 25일 19:00 웨일즈, 알 라얀 아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
11월 30일 04:00 미국, 도하 알 투마마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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