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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확행' '정치적 무관심' '이기주의' '세대갈등' '성별갈등'... 소위 'MZ세대'라고 하는 청년들에 대한 세상의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평가들은 과연 청년세대 당사자들의 자성적 인식에서 비롯됐을까?

지난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거대양당은 앞다퉈 청년 정치인을 내세우며 2030 표심 잡기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 6월 지방선거 당시 만 39세 이상의 청년 당선자는 전체 당선자의 약 10%에 불과했으며, 대표 청년 정치인으로서 주목받은 이준석 국민의힘 전 당대표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장은 선거가 끝난 후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자 '토사구팽'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은 청년의 요구안을 모아 각 정당에 대선후보들과 청년 대표자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대부분의 후보의 답변은 '거절' 혹은 '무응답'이었다. 즉 청년들에 대한 평가와 통념이 확산되고 정치적 캐스팅 보트(casting vote)로서 청년들의 의견에 대한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직접 청년들의 입을 통해 정치와 사회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했던 기성세대와 기성정치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청년학생총궐기 서포터즈'는 청년들이 있는 대학가, 번화가, 전국 곳곳으로 직접 찾아가 의견을 청취했다. 취임 후 넉 달 만에 국정운영 긍정평가가 30%대에 진입한 윤석열 정부, 그중 특히 2030의 긍정 평가는 10%대로 상대적으로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 대선 당시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와 견줘봤을 때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이제 청년들이 '화가 났다'고 말할 때는 지났다. 청년이 '왜, 무엇에' 화가 났는지 면밀히 따져보고 대안을 고민할 때다. '2022청년학생총궐기 서포터즈'는 '청년세대 사회인식 설문조사'로 청년들을 찾아가 2030이 생각하는 한국 사회 민생·정치에 대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2022청년학생총궐기 서포터즈> 단원들이 경남 창원의 한 대학가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받고 있다.
▲ 청년세대 사회인식 설문조사 <2022청년학생총궐기 서포터즈> 단원들이 경남 창원의 한 대학가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받고 있다.
ⓒ 강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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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세대 사회인식 설문조사'의 설문 표지
▲ 청년세대사회인식설문조사 "청년세대 사회인식 설문조사"의 설문 표지
ⓒ 청년학생총궐기서포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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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청년 1만1607명이 참여한 '청년세대 사회인식 설문조사'

'청년세대 사회인식 설문조사'의 설문은 2022년 9월 19일부터 2022년 9월 30일까지 12일 간 진행됐다. 설문조사의 대상은 만 18세부터 만 39세에 이르는 서울, 인천, 부산, 대구, 경남, 충남, 제주 등 16개 특별·광역·시·도 거주 청년 약 1만1607명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3285명, 경남 2804명, 경기 1829명, 부산 364명, 대구 435명, 인천 534명, 광주 59명, 대전 315명, 울산 86명, 강원 623명, 충북 89명, 충남 130명, 전북 68명, 전남 103명, 경북 177명, 제주 337명이 설문에 응답했다(거주지 미표기자는 369명).

설문은 온라인 설문(1692명 응답)과 대면 설문지 조사(9915명 응답)가 동시에 진행됐다. 설문결과 집계는 온라인 설문 결과에 더해 '2022청년학생 총궐기 서포터즈' 단원들이 대면 설문지를 수기 집계했다. 

한국사회 구조적 문제 명확히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 청년들
 
사회 인식 영역 공감도 조사 결과
▲ 사회 인식 영역 사회 인식 영역 공감도 조사 결과
ⓒ 강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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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사회 인식 영역]

'사회 인식 영역'에서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 문제 전반에 대해 청년들이 얼마나 공감하고 있는지 조사했다. 이에 응답자들은 한국 사회의 소수자 차별, 노동 문제, 기후위기, 지역격차 등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반도 분단으로 인한 전쟁위기의 공감도'가 군사위기의 고착화, 일상화로 인해 다른 사회 문제에 비해 체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중 가장 심각하다고 여기는 문제, 즉 공감도 7점의 비율이 가장 높았던 문항은 '공약 파기, 선심성 공약 남발, 부정부패 등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였다(33%의 응답자가 7점을 택함). 2030청년들은 한국이 차별과 위기가 만연한 불평등 사회라고 여기는 동시에, 권력을 쥐고 있지만 책임 있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정치 행태에 가장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러한 인식이 자신을 '진보적' 정치성향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치성향 '진보'라고 답한 사람(1~3점)은 총 42%이지만, 단일 점수로 정치 성향 '보통(중도)'라고 답한 사람이 40%로 가장 많았다. 정치 성향을 밝히기 꺼려지거나 정치적 입장을 아직 확정하지 않았거나, 스스로를 중도 성향이라고 여기는 원인에는 다양한 이유가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목할 만 한 점은 현 청년세대가 우리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에 깊이 공감하며 '무언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Chapter 2. 사회 현안 영역]  
사회 현안 영역의 설문조사 결과
▲ 사회 현안 영역 사회 현안 영역의 설문조사 결과
ⓒ 강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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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안 영역'에서는 앞서 공감도를 조사한 구조적 문제들을 구체적 현안으로 제시해 청년들의 사회현안에 대한 체감 정도를 비교해봤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답한 문제는 '높은 전세 보증금, 월세, 집값 상승 등 주거안정'으로 28.3%를 차지했다. 연일 부동산 폭락과 주거 이슈들이 쏟아져 나올 뿐만 아니라, 최근 경제위기로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고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5조 원가량 삭감되며 '주거 최약층'인 청년들의 불안이 높아진 것으로 사료된다.

이어 시급성 조사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문제는 기후위기,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 저출생 문제 등이다. 대체로 주거·취업 등 청년의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원하고 있지만, 기후위기와 저출생 등 국가적·장기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 '가장' 시급한 문제를 고르는 질문임에도 다수의 청년들이 설문조사원에게 '꼭 하나만 골라야 하느냐'며 중복 선택을 요구하기도 했다.

[Chapter 3. 국정 현안 영역 – 출범 이후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

국정운영에 대한 청년들의 평가가 날로 박해져 윤석열 정부가 최근 '2030 지지율 잡기'에 나섰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여가부 폐지' '청년 국정 참여 인턴' '민간주도 일자리 창출' 등의 정책이 2030 지지율을 반등시킬 전략으로 채택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이 과연 청년들에게 깊이 가 닿을 수 있을까. 새 정부 출범 이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국정 현안들을 놓고 각 사안의 평가를 낱낱이 들을 수 있었다.
   
국정 현안 영역의 설문 결과
▲ 국정 현안 영역 국정 현안 영역의 설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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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출범한 지 약 4개월(조사시점 기준) 남짓 지난 윤석열 정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67.3%, '잘하고 있다'는 평가는 4.2%였다. 이 중 '매우 잘하지 못하고 있다(1점)'의 응답 비율이 27.4%인 반면, '매우 잘 하고 있다(9점)'의 응답 비율은 0.4%에 그쳤다.

역시 앞선 사회 인식 조사 영역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부정평가 쪽으로 답변이 치우쳐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긍정평가가 한 자릿수인 처참한 결과가 나오게 된 이유는 국정현안에 대한 답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신생 정부 출범이후 최소 6개월가량은 구체적인 정책과 실행 결과에 대해 평가하기에 시기상조라는 의미에서 소위 '허니문 기간'이라 일컫는다. 따라서 본 설문에서는 앞으로 윤 정부가 추진해나갈 정책 기조에 대한 동의 여부를 질문했다. 현 정부와 직접 관련된 사안에 대해 질문하자 이전 질문들에 비해 '잘 모르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전반적으로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새 정부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시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감세, 최저임금, 대북 정책, 등록금 정책, 성인지, 기후·에너지 정책 등의 문항 결과에서 대부분의 정책기조에 '동의하지 못함'이 '동의함'에 앞서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청년들이 현 정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젠더 이슈와 일자리 문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정 운영 전반에 있어 청년의 요구와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공감도 조사와 시급성 조사에서 비교적 관심을 적게 받았던 외교·통일 문제가 국정 현안 인식 조사에서는 꽤 뚜렷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군사협력에 동의하냐는 물음에 비슷한 비율로 답했다. 청년들이 미중대결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잡한 신냉전 정세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이나, 단순히 한미동맹을 무조건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하지는 않은 걸로 보인다. 한편 대북 적대 정책에 대해서는 '비동의'의 비율이 '동의'에 비해 두 배 이상 높다. 적어도 청년들의 생존과 직결된 남북관계·전쟁위기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대화와 평화를 뚜렷하게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한일 국가 안보 협력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음'이라는 응답이 65.9%로 압도적이다. '잘 모르겠음'의 비율이 23%로 가장 낮은 문항이기도 하다. 이는 청년들이 외교·통일의 문제가 눈앞에 닥친 민생 문제에 비해 시급하게 느끼지 않더라도, 역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과 평화적 남북관계 이행을 원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기초 조사를 제외하고 청년의 의견을 묻는 문항은 총 18개로, 문항 수도 많고 선택에 고민이 필요한 질문들이 있어 길게는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에도 거리에서 만난 청년들은 설문에 진지하게 응했다.

조사 결과, 미디어와 기성세대의 시각에서 본 '이기적이고 닥친 상황만 생각하는' 청년은 없었다. 대신, 청년들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이 구조적 불평등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하고 정치권력에 그 책임을 묻고 있었다. 더군다나 청년들의 관심은 주거, 일자리 등 당장 생활과 직결된 분야를 넘어 기후, 역사정의, 성평등, 평화 등 사회적 차원의 지속 가능한 미래까지 도달했다.

우리 손으로 바꾸자, 청년총궐기로!
 
<윤석열 개악저지 청년학생 연석회의>의 발족 선포 기자회견 사진
▲ 발족 기자회견 <윤석열 개악저지 청년학생 연석회의>의 발족 선포 기자회견 사진
ⓒ 강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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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분명한 청년들의 요구를 언제까지나 정치인들이 알아채주길 기다리지 않고, 청년들은 '윤석열 개악저지 청년학생 연석회의(아래 청년학생 연석회의)'를 설립하여 자신들의 문제를 직접 외치고 있다.

'청년학생 연석회의'는 지난 10월 11일 발족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SPL 청년 노동자 사망 사건의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여성가족부 폐지 규탄 집회 참석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정당, 청년·대학생 단체, 동아리, 학회 등이 모인 '청년학생 연석회의'는 11월 5일 '2022청년학생총궐기'의 주최 단체다. 2030청년들은 서울 시내 일대에서 윤석열 정부의 후퇴정책을 비판하며 청년 불평등 해결과 미래 사회의 대안을 외칠 예정이다.

오늘날 세상은 청년을 수동적인 존재로 대상화하고 정치권력은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2030과 관련된 세대, 젠더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청년세대 사회인식 설문조사'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이들은 각자의 삶을 괴롭히는 가난, 불평등, 그리고 무한 경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2022청년학생총궐기>의 포스터
 <2022청년학생총궐기>의 포스터
ⓒ 강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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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멈춰! 윤석열 후퇴정책, 가자! 다른내일로"
<2022청년학생총궐기>
- 주최: 윤석열 개악저지 청년학생 연석회의
- 링크트리: https://linktr.ee/2022_ysgu
- 공식 홈페이지: https://2030stopyoon.notion.site/2030stopyoon/2022-83797c60d0b84121b7659a6de66fe8ea


태그:#청년총궐기, #2030청년, #윤석열개악저지청년학생연석회의, ##2030청년세대사회인식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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