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넘긴 엄상백 1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4회초 1사 3루 위기를 넘긴 KT 투수 엄상백이 기뻐하고 있다.

▲ 위기 넘긴 엄상백 1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4회초 1사 3루 위기를 넘긴 KT 투수 엄상백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KT가 한화와의 2연전을 모두 잡아내며 3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KT위즈는 7일 수원KT 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7안타를 때려내며 4-2로 승리했다. 안방에서 열린 한화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4연승의 상승세를 탄 KT는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2연전을 모두 내준 키움 히어로즈를 4위로 끌어 내리며 일주일 만에 3위 자리를 탈환했다(68승 2무 51패).

KT는 5회 2사 1루에서 적시 2루타를 때려낸 심우준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홈런 1위 박병호가 시즌 33번째 홈런을 터트렸고 외국인 선수 앤서니 알포드도 시즌 10호 아치를 그려냈다. 올 시즌 KT는 지난 3년 간 29승을 올렸던 배제성이 주춤하며 불펜으로 변신했지만 여전히 선발진은 흔들림 없이 돌아가고 있다. 만년 유망주였던 강속구 잠수함 엄상백이 선발투수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선발정착 힘들었던 강속구 잠수함 투수들

사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잠수함투수는 임창용과 권오준(삼성 라이온즈 불펜코치),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했던 김병현 등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강속구 잠수함 투수들은 예년에 비해 많이 늘어났는데 아쉽게도 강속구 잠수함 투수들 중에서 선발투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은 선수는 아직 찾기 힘들다.

2011년 삼성에 입단한 심창민(NC다이노스)은 경남고에 입학할 당시만 해도 내야수로 활약하다 고교 2학년 때부터 투수로 전향했다. 투수 전향 후 신체조건이 빠르게 좋아지면서 구속도 함께 빨라졌지만 역시 부족한 마운드 경험은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 없었다. 결국 심창민은 삼성 입단 후에도 계속 불펜투수로 활약했고 NC로 팀을 옮긴 올해까지 프로 12년 동안 선발투수로 단 한 경기도 등판한 적이 없다.

프로 입단 당시 마운드 경험이 부족하다고 평가 받았던 심창민과 달리 심창민의 경남고 1년 후배 한현희(키움 히어로즈)는 고교 시절부터 일찌감치 프로에서도 통할 수 있는 재목으로 꼽혔다. 실제로 한현희는 2년 차와 3년 차였던 2013, 2014년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고 2015년과 2018년엔 선발투수로 두 자리 승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생애 첫 FA를 앞둔 올 시즌엔 심한 기복과 잔부상으로 5승에 그치고 있다.

'잠수함 명가' 경남고에서는 2019년에도 서준원(롯데 자이언츠)이라는 뛰어난 잠수함 유망주를 프로로 진출시켰다.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를 던지는 잠수함 서준원은 고교 2학년 때부터 곽빈(두산 베어스)과 양창섭(삼성), 김민(KT) 등 3학년 선배들과 함께 U-18야구월드컵에 출전했을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인정 받았다. 하지만 올해까지 프로 4년 동안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5승 22패 3홀드 평균자책점5.66에 머물며 1군에 완전히 정착하지 못했다.

2022년 현 시점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하고 있는 강속구 잠수함 투수는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초고속 투심'을 구사하는 LG트윈스의 정우영이다. 2019년 프로 입단 첫 해부터 신인왕을 차지했던 정우영은 올해까지 4년 연속 55경기 이상 등판기록을 이어가며 해마다 개인 최다 홀드 숫자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정우영은 LG불펜에서 워낙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필승 셋업맨이기 때문에 아직 프로 입단 후 한 번도 선발로 등판한 적은 없다.

후반기 투구내용은 고영표 못지 않다

덕수고를 졸업하고 2015년 1차 지명으로 KT에 입단한 엄상백은 191cm의 좋은 신체조건과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을 던지는 잠수함 유망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KT구단 내에서도 엄상백을 미래의 핵심투수로 키우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선발투수로서 조금 더 완성형에 가까웠던 팀 선배 고영표에 밀려 2017년부터 불펜으로 변신했지만 엄상백은 루키 시즌부터 22경기에 선발등판 했을 정도로 선발 유망주로 주목 받았다.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불펜투수로 활약하던 엄상백은 2019시즌이 끝나고 상무야구단에 입단했고 상무에서 다시 선발투수로 눈을 떴다. 2020년 상무의 붙박이 선발로 활약한 엄상백은 19경기에서 10승 4패 1.68 102탈삼진이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퓨처스리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다. 작년 7월에 전역한 엄상백은 잔여시즌 동안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4승을 올렸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됐지만 등판 기회를 얻지 못했다.

엄상백은 올 시즌에도 불펜으로 시작했지만 윌리엄 쿠에바스의 부상 이탈을 틈 타 임시 선발로 나서 전반기 동안 6승 2패 3.53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리고 후반기 배제성을 대신해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한 엄상백은 후반기 7번의 선발등판에서 4번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KT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8월 25일 SSG랜더스전부터는 최근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다승 1위 케이시 켈리와 맞대결을 펼친 LG전에서 7이닝 13탈삼진 무실점으로 '인생경기'를 펼치고도 불펜의 방화로 승리를 놓쳤던 엄상백은 7일 한화전을 통해 아쉬움을 풀었다. 6이닝 동안 98개의 공을 던진 엄상백은 6피안타 1볼넷 7탈삼진 2실점 호투로 시즌 8번째 승리를 챙겼다. 엄상백의 후반기 성적은 8경기 2승 무패 2.72로 토종에이스 고영표(6승 2.96)와 비교에도 전혀 뒤지지 않는 투구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KT가 121경기를 치른 현재 8승을 기록하고 있는 엄상백은 남은 23경기에서 4~5회 정도 선발 등판을 할 수 있어 충분히 생애 첫 10승을 노릴 수 있다. 물론 지난 6월 9일 키움 히어로즈전 구원승 한 번이 포함됐지만 입단 8년 만에 두 자리 승수를 따낸다면 '만년유망주'였던 엄상백에게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후반기의 투구내용을 시즌 끝까지 이어간다면 엄상백은 가을야구에서도 KT의 핵심전력으로 활약하게 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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