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베테랑 수비수 이용은 최근 전북 현대를 떠나 수원FC로 자리를 옮겼다. 수원FC는 지난 7월 15일 이용을 전북으로부터 잔여 시즌 임대 방식으로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용의 이적 소식은 많은 축구팬들을 놀라게 했다. 2017년부터 전북 유니폼을 입은 이래 주축 선수로 활약하며 전북의 리그 5연패에 기여했고, K리그 통산 313경기에서 3골 36도움을 했다. 올시즌에는 팀의 부주장이자 맏형으로 선수단을 이끌어왔다. 국가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되며 오랫동안 리그 정상급 풀백으로 인정받았다.
 
전북과 대표팀에서 모두 부동의 오른쪽 풀백 자리를 지켜온 이용이지만, 어느덧 나이가 30대 중반에 접어들며 기량 하락과 함께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며 출전시간이 줄어들었다.

대표팀에서도 눈에 띌 만한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벤투호의 최정예멤버가 소집된 지난 6월 A매치 4연전에서 이용은 경쟁자인 김문환-김태환과 출전시간을 나눠가졌으나 뚜렷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용은 최근 발표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대표팀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김태환이 부상으로 빠진 상황에서 오른쪽 풀백 자리에 김문환과 윤종규를 선택하고 이용을 제외했다. 유럽파가 빠지고 국내파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E-1 챔피언십은 K리거들에게는 월드컵 엔트리 승선을 위한 최종 오디션으로 여겨졌다. 벤투호 최다 출전자 중 한 명이자 최종예선까지만 해도 대표팀 주전이었던 이용이, 심지어 최정예도 아닌 E-1 챔피언십 명단에서조차 탈락한 것은 누구도 예상못한 이변이었다.
 
이용은 올시즌 초반에는 전북이 스리백 전술로 나서면서 스토퍼로 나섰다. 하필 대표팀 풀백 경쟁자였던 김문환이 영입되면서 전북은 다시 포백 전술로 변경했고 이용은 주전 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밀렸다.
 
월드컵 본선을 코앞에 두고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상황이 길어지면서, 이용은 경기감각 유지를 위하여 과감히 이적을 선택했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이 적극적으로 이용을 원했고, 선수 역시 김상식 감독과의 최종 면담에서 임대를 통해 기회를 열고 싶다는 의사를 적극 어필하여 마침내 구단의 승낙을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은 지난 두 번의 월드컵(2014,2018)에서 모두 한국 대표팀의 오른쪽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한국이 2회 연속 조별리그에 탈락했기 때문에 빛이 바랜 감이 있지만, 라이트백으로 두 대회 연속 풀타임 주전은, 한국축구 역대급 라이트백으로 꼽히던 송종국이나 차두리도 이루지 못한 업적이다. 이용은 한국축구 레전드 레프트백이던 이영표에 이어 측면 수비수로서는 드물게 3회 연속 본선출전을 노리고 있다.
 
일단 수원FC에서 이용의 출전시간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오랫동안 풀백문제로 고민해왔던 수원FC는 기존의 신세계, 정동호와 함께 이용을 영입하며 오른쪽 측면의 안정감을 높일수 있게 됐다. 또한 이용의 장점인 크로스는 팀의 주포인 장신 스트라이커인 라스의 헤딩력을 살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이용이 경기감각을 회복한다면 벤투 감독도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가능성은 충분하다. 현재 베스트멤버들의 윤곽이 거의 드러난 다른 포지션과 달리, 유일하게 확실한 주전이 정해지지 못한 포지션이 바로 라이트백이다.
 
현재 포지션 경쟁자인 김문환-김태환-윤종규 등이 스피드와 체력, 활동량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게 사실이만, 이용만큼의 크로스와 경기운영능력을 갖춘 선수는 여전히 찾기 드물다. 수비진에서 김영권과 함께 월드컵에 두 차례나 출전했던 베테랑의 경험은, 팀의 중심을 잡아줄수 있다는 점에서 포기하기 힘든 매력이다.
 
오른쪽 풀백과 함께 벤투호의 또다른 불안요소는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현재 정우영(알 사드)이 주전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6월 A매치에서 브라질 등 강팀들을 상대로 탈압박에 취약한 모습을 보이며 그리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나마 정우영마저 부상으로 결장한 파라과이, 이집트전에서는 중원의 불안감이 더 커졌다. 백승호-황인범 등이 있지만 이들도 정우영과 마찬가지로 공격과 패스 쪽에 더 재능이 있지, 수비에 특화된 선수들은 아니다.
 
벤투 감독은 이번 E-1 챔피언십에서 손준호(산둥)을 소집하려고 했으나 부상으로 합류가 불발됐다. K리그1 MVP 출신으로 뛰어난 수비와 경기운영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손준호는 대표팀의 수비형 미드필더 갈증을 해소해줄 대안으로 주목받았으나, 기회가 무산되며 공격형 미드필더인 이영재(김천 상무)가 대체발탁됐다.
 
정우영도 손준호도 없는 이번 대표팀에서 3선을 책임질만한 선수들은 백승호와 김동현이 꼽힌다. 백승호는 지난해 K리그 복귀 이후 비교적 꾸준히 벤투호에 발탁되었지만 대표팀에서의 입지는 아직 확실하다고 보기 어렵고, 6월 A매치에서의 활약도 그리 좋지 않았다. 김동현은 지난 6월 이집트전에서 짧은 시간을 소화하며 벤투 감독으로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들에게는 E-1 챔피언십이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이며, 만일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다면 다시 손준호의 복귀나 혹은 제 3의 카드를 고민해야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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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 E1챔피언십 카타르월드컵 벤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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