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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농어촌으로 향한 20·30대 청년인구는 얼마나 될까. '2020년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귀농·귀어·귀촌인구는 49만659명으로 전년(45만6927명) 대비 7.3% 증가했다. 이 중에서 20·30대 청년인구는 23만2884명으로 전체의 절반 가량인 약 47%이다. 이는 2019년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22만4451명)보다 8433명 늘어난 수치다.

2030세대 약 20만 명이 농촌으로 향하는 큰 이유는 극심한 취업난으로 인한 소외와 불안으로 허덕이는 도시 배출요인과 대안적 삶의 가능성을 제공하는 농업·농촌의 흡입요인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이러한 현상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우리를 둘러싼 내외적 환경이 녹록치 않다. YES 456(4대 보험, 5일 근무, 60세 정년)과 NO 456으로 블록화된 도시의 삶은 청년들에게 더 이상 희망이 될 수 없다. 코로나 지속, 성장 침체, 불평등 심화, 고용 위기, 주거 위기의 절망이 해소되지 않는 한 도시탈출은 지속될 것이다.

2030세대 이들은 누구인가? 흔히 MZ세대라고 하는데,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엄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로 특히 디지털 노마드 환경에 매우 친숙한 세대이다. 이들은 기존 세대와 다르게 탈물질주의를 지향하는데 워라벨·소확행·미니멀리즘·빈티지 등 개인의 삶의 질을 중시하면서도 골목길·공유경제·로컬지향·업사이클 등 공동체 가치도 중시한다.

또한 개성·다양성·삶의 질·사회적 책임 등을 중시하는 등 이념과 세대의 차이를 넘어서는 인류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갖고 있다. 특히 2010년대 이후 라이프스타일을 디지털 노마드라고 통칭하는데, 이는 개인의 자유주의 사회 실현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한 4차산업혁명시대와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의 자연스런 접목의 결과이다.

이들이 들어선 농촌의 용광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프랑스 학자 자크 아탈리는 인류 역사를 노마드 역사(유목민 역사) 과정, 즉 이주민의 도전과 토착민의 응전 결과라고 설파했다. 유럽의 로마인과 훈족, 중국의 한족과 유목민족, 칭기스칸의 몽골제국 역사가 그러하다고 했다.

현재 노마드의 역사에 들어선 한국농촌의 2030세대의 유입은 노마드(귀농귀촌, 이민자, 외국노동자 등)의 주류이자 큰 도전이다. 만일 이들 노마드의 유입과 도전이 없다면 그리고 현재 추이로 간다면 멀지 않아 농촌은 자연 소멸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문을 두드리는 2030 노마드의 도전과 과감하게 문을 열어 젖히는 토착민의 수용이라는 응전의 수위와 범위가 농촌의 상생과 소멸을 결정하는 중요한 키가 될 것이다. 이주민수(移舟民水)로서 이주민은 배이며 토착민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 농촌이 부흥으로 가는 길목에서 물이 배를 뒤집는 일은 없어야 한다.

농촌이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가 된 지 오래되었다. 모든 공간과 구조, 의사결정이 노인의, 노인에 의한 공동체가 되어 청년들이 비비고 기대고 둥지를 틀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지역사회 문화가 청년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먼저 변화해야 한다. 향후 디지털 노마드 경제가 기술과 사람을 융합한 새로운 산업과 고용창출에 노력한다면 MZ세대는 농촌경제를 살리는 주역이자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태그:#귀농귀촌, #MZ, #디지털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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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농촌문제에 관심이 많고 연구 및 강의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자입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경남연구원,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교육원, 경남도의회 농해수위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영남대학교에서 재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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