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미드필더 이재성과 센터백 김민재의 공백은 한국 대표팀에게 큰 손실이다. 두 선수가 부상으로 빠짐에 따라 벤투호는 이번 6월 A매치 4연전에서 두 선수를 대체할 플랜을 새롭게 짜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지난 6일 열린 칠레와의 친선전(2-0승)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는 정우영과 정승현의 발견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우영, 많은 활동량-전방 압박으로 합격점
 
 국가대표 정우영.

국가대표 정우영. ⓒ 연합뉴스

 
벤투호는 지난 3월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차전에서 아랍에미리트전(0-1패)에 이어 2일 열린 브라질과의 친선전에서도 1-5로 패했다. 벤투 감독이 2018년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첫 번째 연패였다. 하지만 4일 뒤 열린 칠레전에서 연패를 끊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좋아진 모습이었다. 이날 칠레는 한국(29위)보다 FIFA 랭킹이 한 단계 높은 28위지만,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알렉시스 산체스, 아르투로 비달, 샤를레스 아랑기스 등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제외했다. 세대교체의 일환으로 이번 한국 원정에는 신예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그럼에도 브레레턴, 파블로 디아스, 가리 메델 등 수준급의 선수들이 포진한 칠레는 벤투호에게 좋은 모의고사가 됐다.
 
벤투 감독은 브라질전과 비교해 포메이션과 라인업을 일부 수정했다. 4-3-3에서 4-2-3-1로 변경하고, 황의조 원톱이 아닌 손흥민을 전방에 올린 채 2선을 나상호-정우영-황희찬으로 재정비했다.
 
특히 정우영의 깜짝 기용이 눈 여겨볼만한 대목이었다. 지난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출전 기록은 총 70분(선발 1경기, 교체 1경기)이 전부였다. 그런데 정우영의 가세로 전방 압박의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1선과 2선에서 칠레의 후방 빌드업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전반 12분에는 황희찬의 선제골을 돕는 어시스트를 올렸으며, 후반 7분 민첩한 돌파로 이바카체의 퇴장을 이끌어냈다. 기회 창출에서도 4회로 팀 내 가장 많았다. 후반 23분 교체될 때까지 정우영이 보여준 존재감은 손흥민, 황희찬과는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정우영의 활동 반경이 넓다보니 황인범은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과 더블 볼란치를 형성했다. 브라질전에서 상대의 압박에 흔들리던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의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로 이어졌다.
 
정우영은 지난 2018년 바이에른 뮌헨 유스팀에 입단한 뒤 바이에른 뮌헨 1군-프라이부르크 임대–바이에른 뮌헨 2군팀을 거쳐 2020년 여름 다시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했다. 올 시즌 정우영은 팀 내 주전으로 도약해 리그 32경기 5골 2도움으로 좋은 활약을 펼쳐보였다.
 
최전방 공격수, 세컨 스트라이커, 좌우 날개,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데다 엄청난 스프린트 횟수와 활동량으로 슈트라이히 감독의 신뢰를 얻고 있다.
 
한국 대표팀은 월드컵 본선에서 '언더독'에 속한다. 결국 공을 점유하는 시간보다 수비에 상당 부분 할애해야 하는데, 압박 능력과 많은 활동량을 보유한 정우영이야말로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승현, 김민재 부재시 새로운 대안 급부상
 
수비에서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벤투호는 후방에서 김민재 의존도가 매우 높은 팀이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10경기에서 3실점만 허용할만큼 안정적인 수비력을 자랑한 바 있다.
 
이 가운데 김민재는 매 경기 상대 공격수를 완전히 지워버리는 퍼포먼스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지난 3월 열린 이란전에서도 아시아 정상급 공격수 아즈문을 완벽하게 봉쇄하며 11년 만에 승리를 거두는데 기여했다.

벤투 감독은 볼 점유율을 높이고, 능동적인 축구를 구사하면서도 후방에서의 안정감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는 편이다. 수비 라인을 높게 형성함과 동시에 공수 간격을 좁히면서 전방 압박을 구사하려면 후방에서 빠른 주력을 갖춘 수비수가 필수적인데, 여기에 김민재가 부합한다. 공격 전개 상황에서도 김민재의 전진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는 벤투 감독이 중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도 김민재 부제에 대비한 전술을 준비해야 한다. 4년 전인 2018 러시아 월드컵 본번에서도 부상으로 나서지 못했다.
 
김민재가 결장한 브라질전에서 벤투호는 후방 빌드업의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브라질의 강도 높은 전방 압박에 허둥대며, 여러차례 실수를 저질렀고, 위험지역에서 곧바로 슈팅을 내주는 모습이었다.
 
평소 오른발-왼발 잡이 센터백을 각각 1명씩 기용하던 벤투 감독이 브라질전에서는 왼발잡이인 김영권-권경원 센터백 조합을 내세웠다. 주발이 오른발인 김민재, 박지수의 부상으로 대체 발탁한 정승현과 조유민을 기용하는 것은 다소 모험적이라는 판단이었다. 결과적으로 대실패였다. 실전 경기에서 처음 가동된 김영권-권경원 조합은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그래서인지 칠레전에서는 정승현(오른발)-권경원(왼발) 조합을 새롭게 꺼내들었다. 칠레의 전방 압박을 무력화시키는 데 있어 정승현의 존재감이 도드라졌다. 후방 지역에서 미드필드로 향하는 양질의 패스가 공급되면서 벤투호의 경기가 원활하게 풀렸다.
 
90분 풀타임 동안 86%의 패스성공률(43개 시도, 37개 성공)을 기록했으며, 수비에서는 태클 성공 1회, 걷어내기 2회, 가로채기 1회, 헤더 클리어 1회, 지상볼 경합 성공 2회 등으로 무실점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정승현은 벤투호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벤투 감독은 오른발 잡이 김민재-박지수, 왼발 잡이 김영권-권경원의 4인 체제를 확고히 해온 바 있다.
 
냉정하게 정승현은 5번째 옵션으로 분류되던 상황이었다. 칠레전을 앞두고 정승현은 벤투 감독 체제 아래 133분(3경기) 출전이 전부였으며, 월드컵 최종예선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정승현의 발견은 김민재 부재에 따른 수비 플랜B 구축에 있어 확실한 해답을 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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