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함께한 사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함께한 사진 ⓒ 백악관

 
대중문화예술인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지난 5월 31일 BTS는 백악관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반(反) 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한 입장을 나눴다. 브리핑룸에 모인 외신 기자들은 개인 휴대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었고, 유튜브 생중계 동시 접속자는 30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병역법은 대중문화예술인에게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게 함으로써 활동에 공백을 만든다. 대중문화예술은 병역법 제33조에 명시된 예술·체육 분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특례를 누리지 못한다. 최근 BTS의 병역 특례 적용에 대해 큰 논란이 일고 있지만,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특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대중문화예술의 영향력이 커진 지금, 대한민국은 기어코 거위의 배를 갈라야만 하는가?
 
예술 분야 특기에서 대중문화예술만 제외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 예부터 우리 사회는 대중음악 종사자를 '딴따라'라고 부르며 얕잡아 보았다. 반면에 순수예술을 고급문화라고 치켜세웠다. 문화의 우열을 가리고 계급화했지만 순수예술이 우월하다는 근거는 없다. 대중문화예술인을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다.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9%가 대중예술인을 병역특례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대중문화예술을 배제하고 병역특례를 논의하는 것은 과거 고정관념을 탈피하지 못하는 행태다.

대중문화예술인은 병역특례법에 적시된 국위 선양과 문화 창달에 기여한다. 대표적으로 영화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서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CNN은 <기생충>의 수상을 '2020년을 정의한 문화적 순간'으로 선정하며 유색 인종을 배제하는 미국 영화계에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BTS는 미국 대중음악계 3대 시상식에 모두 노미네이트되어 한국 대중음악의 새 역사를 썼다. 빌보드뮤직어워즈에서 6년 연속 수상, 아메리칸뮤직어워즈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대상을 수상했다. 이외에 <오징어게임> <미나리>, 블랙핑크 등 대중문화예술은 한류를 최전선에서 전파한 공이 크다.

대중문화예술은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며 이는 국익으로 이어진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BTS가 국내 콘서트를 정상 개최할 경우 공연 1회당 최대 1조 2207억 원의 경제 파급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요 21개국 거주 3만 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4명은 향후 3년 내 한국 방문을 희망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한류 관련 즐길 거리가 많다'는 응답이 15.1%로 가장 높았다. 대중문화예술의 인기가 한국 여행 수요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일각에서는 대체 복무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를 반대한다. 모든 국민이 동의하는 병역법 개정은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객관적인 기준을 단계적으로 마련한다면 모호함을 해소할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병역특례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기 위한 과정은 험난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나서서 한·중·일 국가대항전으로 체계화하고, 단순 민간 교류가 아닌 국제 표준을 선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문화예술도 국내외 시상식, 차트 등 공신력 있고 대표성을 띠는 지표를 설정한다면, 보충역 판단 기준을 충분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는 특정인에 대한 이중 혜택이라는 비판도 있다. 2020년 6월 병역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BTS는 입영 연기 혜택을 이미 누렸다는 것이다. 17대부터 20대 국회까지 병역특례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총 12건이다. 이 중 11건이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BTS는 나라의 부름에 언제든지 응하겠다며 군입대를 시사해왔다. 하지만 정치권이 단발성 법안 발의를 이어오면서, BTS는 대중의 입방아에 불필요하게 오르내리는 피해를 입었다. 이는 정치권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국방부의 병역 자원 감소 대책과 어긋난다는 주장이 있다. 국방부는 인구 감소에 따라 2023년까지 병역특례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예술·체육 요원은 도입 이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치면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왔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무용 콩쿠르로 병역 혜택을 받은 인원은 매년 10명 안팎이었다. 클래식과 국악 분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중문화예술인에게도 공평한 잣대를 적용할 경우, 병역 자원 감소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병역특례는 병역면제가 아니다. 예술·체육 요원도 기초군사훈련과 예비군훈련을 받는다. 대중문화예술은 과거와 입지가 달라졌다. 국가 브랜드를 제고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등공신으로 여겨지는 시대다. 대중문화예술인의 시간을 멈추는 것은 곧 국가의 손해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병역 특례 문제를 촉발한 BTS부터 시작해서 이들이 사회에 더 많은 기여를 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진정한 문화강국은 예술인에게 공정한 대우를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거위인지, 백조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황금알을 낳는 대중문화예술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할 때다.
BTS 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