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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문구(왼쪽), 여가부 폐지 반대 자리에서 포착된 진은선 활동가의 모습
 장애인 이동권 보장 시위 문구(왼쪽), 여가부 폐지 반대 자리에서 포착된 진은선 활동가의 모습
ⓒ 장애여성공감 공식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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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할 수 없는 사회에서, 제가 장애여성으로 태어난 문제입니까? 장애인이 가족으로부터, 시설을 나와서 분리되지 않고 살아갈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불평등한 사회가 '문제'이지 않습니까?" 

위 발언은, 지난 16일 여가부 폐지 반대 집회에서 장애여성공감 진은선 활동가가 한 말이다. 

진은선 활동가의 이날 발언은 최근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 세태를 적나라하게 꼬집고 있다. 어떻게 감히, 타인의 '삶'을 문제 따위로 취급할 수 있겠는가. 이것을 질문해야 하는 사회야말로 문제가 아닌가.

하지만 불행히도 2022년의 한국 사회에서 어떤 '삶'은 엄연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는 혐오 조장과 갈라치기 전략으로 무장한 이들이 승승장구하면서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누가 이러한 혐오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가. 생각나는 이들이 여럿 있겠지만, 나는 대표주자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를 따라올 이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해 여가부 폐지 주장에 이어 20대 남성들을 '이대남'으로 칭하고, 여성을 향한 우리 사회 성차별이 없다는 등 젠더 갈라치기 전략을 내세우더니 최근에는 장애인 이동권 문제에까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로,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해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고 있다"라고 한 이준석의 발언은 최소한의 생존권을 지키려는 장애인들의 투쟁을 그저 '떼쓰는 수준'으로 전락시켰다. 이후 그의 발언에 동조한다는 혐오주의자들이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치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하나 얹는다는 듯 혐오 발언을 하나둘 덧붙이며 조금의 부끄러움도 보이지 않았다. 

그간 "장애인 차별은 옳지 못한 것", "장애인과 비장애인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 등 최소한의 도덕적 규범으로 인해 차마 대놓고 하지 못했던 말들이 이준석으로 치환되는 정치인의 발언에 빗장을 허물 듯 쏟아진 것이다.

언론 역시 혐오 세태에 책임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혐오 조장 세력의 스피커를 자처하면서 혐오의 장을 적극적으로 열어줬다는 점에서 '공범'이다.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대한 이준석의 '볼모' 발언을 부각하거나 '전장연 vs. 이준석' 식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제목의 포털 기사가 수십 건을 넘어선다. 이에 화답하듯 무수한 혐오 댓글이 넘쳐난다.

이번에는 이준석의 말이 아닌 진은선의 말을 포털에 검색해본다. 기사가 10건도 안 된다. 이렇게 목소리 전달 격차가 극심한 시점에서 우리는 지금 누구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집중하고 있는가. 

어떤 이의 목소리는 그 자체로 투쟁의 역사가 된다. 이는 사회 속에서 침묵을 강요당하는 존재가 필연적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가혹한 운명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가 하나둘 모여 담장을 넘어 널리 퍼질 때, 외면할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럽게 울려 퍼질 때에야, 비로소 세상은 바뀐다. 

그렇기에 다시 진은선의 말에 귀를 기울여 본다. 진은선은 선언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을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권리를 존중받을 자격이 있는 시민과 시민의 자격이 없는 이들로" 갈라치기하고, 나와 다른 이의 존재를 문제로 여기고 혐오하도록 몰아가는 '사회'야말로 진정한 문제라고. 그의 외침이 모두에게 전해져 당연한 것으로 여겨질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널리 퍼트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진은선 활동가 발언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twitter.com/wde_gonggam/status/1515222907102035968 

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저의 브런치(https://brunch.co.kr/@soseo/7)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장애인이동권, #장애인이동권시위, #장애여성공감, #전장연,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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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시작으로 다양한 '소수자의 서사'를 전하는 마감 노동자. 글쓰는 여성, 소서(필명)입니다. '불편한 시선'과 '다정한 연대'를 지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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