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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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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가 한국외대 총장 재임 중 학점 특혜 의혹을 시인한 것이 녹취록을 통해 처음 확인됐다. 하지만 녹취록 속 김 후보자는 "부끄럽다"면서도 학생들의 사과 요구를 거부했고, 특혜를 준 것은 관례였다며 "사회적으로 용인하고 넘어가는 게 사회진화의 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전 한국외대 총학생회 관계자로부터 2018년 1월 9일 한국외대 한 강의실에서 진행된 비공개 간담회 녹취록을 입수했다. 간담회엔 김 후보자(당시 총장) 등 대학본부 관계자와 학생회 간부들이 참석했다. 

이 간담회 3개월 전, 한국외대는 프로골퍼 김인경 선수에게 2012~2016년 학점·장학금 특혜를 줬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김 후보자는 2013년 자신이 강의한 수업에 김 선수가 거의 출석하지 않고 시험도 치르지 않았음에도 A+을 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간담회 녹취록에 따르면, 학생회 측이 "2013년 2학기 조직관리론 수업에서 김인경 선수에게 A+를 부여한 사실이 있으신가"라고 묻자 김 후보자는 "학점을 부여한 사실은 있지만 어떤 학점인지 밝힐 수 없다. 그것을 가타부타 하는 순간 범법자가 된다"라고 답했다. 

연이어 학생회 측이 "해당 수업에서 김 선수가 시험을 봤나"라고 질문하자, 김 후보자는 "중간·기말(고사) 안 보고 리포트를 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아래와 같이 말을 이어갔다.

"(김 선수가) 내 수업 듣겠다고 한 번 찾아와서 만났고, 10월에 그 선수가 인천에 시합하러 왔을 때 두 번째 만났다. 물론 수업 관련된 얘기를 했지만 (수업과) 관련되지 않은 '우리 학교 홍보 열심히 해라"라는 말도 했다. 심지어 '(경기복 등에) 학교 로고를 왜 안 붙이느냐'는 얘기를 했고, 기말 리포트를 그때 받은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이후에) 기말 리포트를 받았다."

즉 김 후보자는 ▲수업에 참석한 건 최대 한 차례고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았으며 ▲리포트 하나만을 낸 김 선수에게 학점을 부여했다고 인정한 것이다. 

해당 선수 두둔하며 "학교에 애틋함 있는 학생" 
 
2017년 12월, 김인철 당시 총장이 연루된 '학점 특혜'의 책임을 물으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2017년 12월, 김인철 당시 총장이 연루된 "학점 특혜"의 책임을 물으며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한국외대 학생들.
ⓒ 한국외대 총학생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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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철 후보자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부끄럽다" "미안하다" "유감이다" "양해를 구한다"는 표현을 사용하면서도 학생들의 사과 요구는 끝내 거부했다. 특히 "사과의 단어를 쓰기가 참 난감하다" "내가 사과를 빼곤 다 했잖나" "사과를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라면서 "(그런 일이)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시대"였다고 주장했다.

"총장으로서 거듭 내가 얘기하지만 총장은 우리 학교를, 학생을, 우리 학교의 전 직원을, 그 다음에 교수, 학생, 전체 외대 가족을 대표하는 사람입니다. (중략) 그러면 사과하라는 얘기가 참 자주 있습니다. (중략) 그런데 이게 사과의 단어를 쓰기가 참 난감합니다. (중략) 관례였고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처리하던 것을,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시대에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을 양해하고 넘어가는 것이 사회진화의 한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나한테 사과를 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나는 여러분한테 미안하게 생각하고 내 개인적으로 부끄럽게 생각하고 유감으로 생각하고... 그 이야기 했죠? 맨 마지막 선택은 내가 하는 겁니다. 총장이 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사과하라고 해서 하고, 하지 말라고 해서 안 하고 그런 것이 아닙니다. (중략) 그리고 거듭 얘기하지만 사과를 시도 때도 없이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김 후보자는 "김 선수도 한국외대생으로서 자부심이라든지 빛내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김 선수는 한국외대에 대한 애틋함이 있는 학생이었다"며 김 선수를 두둔하기도 했다.

이후 김 후보자는 학생회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2018년 5월 사과했고, 이후 학생회는 김 후보자 등 학교 관계자에 대한 고발을 취하했다. 김 선수는 학교를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 '공정' 강조 김인철 교육장관 후보, 수업불참 골퍼에 'A+' 특혜 http://omn.kr/1yctm ).

김 후보자는 부총리 지명 후 해당 사안이 논란이 되자 <오마이뉴스>에 "지금은 업무파악과 청문회 준비 등 경향이 없어 답변하기 어렵고 기회가 되면 나중에 정리해서 말하겠다"고 밝혔다.

태그:#김인철, #사회부총리, #교육부장관, #한국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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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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