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이마트배 결승에 오른 북일고등학교(오른쪽)와 장충고등학교(왼쪽) 선수들. 두 팀 중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팀은 어디가 될까.

신세계·이마트배 결승에 오른 북일고등학교(오른쪽)와 장충고등학교(왼쪽) 선수들. 두 팀 중 마지막까지 웃을 수 있는 팀은 어디가 될까. ⓒ 박장식

 
2022 신세계·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의 첫 번째 우승기를 들어올릴 학교는 어떤 학교가 될까. 봄의 야구 대제전이 되었던 신세계·이마트배의 결승전이 11일 오후 6시부터 인천SSG랜더스파크에서 치러진다. 문학야구장에서 열전을 치를 학교는 북일고와 장충고.

천안 북일고등학교는 9일 충암고등학교와의 맞대결에서 초반 승기를 잡고 결승 진출을 확정지었다. 북일고로서도 무려 9년 만의 우승 도전이다. 2010년대 이후 오랫동안 침체되었던 고교야구 명가로서 부활을 알리려는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의 노력이 이제 인천에서 빛을 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려 하는 서울 장충고등학교가 맞붙는다. 장충고등학교는 2020년 청룡기 우승을 거뒀던 바 있는 학교. 9일 준결승에서 안산공고의 돌풍을 잠재운 장충고는 따뜻한 봄의 절정에서 열리는 고교야구 대제전에서 마지막으로 웃을 채비를 마쳤다.

끊긴 흐름 되찾은 북일고, '막판 뒤집기' 막은 장충고

9일 열린 준결승전에서는 뜻밖의 모습들이 펼쳐졌다. 막판 뒤집기 상황을 노리던 안산공업고등학교가 장충고 포수 김동주의 눈썰미에 울어야 했고, 북일고등학교 역시 볼 판정에 분노해 '선수단 철수'라는 강수를 썼던 충암고가 끊었던 흐름을 되찾고 깔끔한 승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준결승 1차전에서는 내내 장충고가 안산공고를 압도했다. 마운드에서는 조동욱이 2이닝 1실점으로 투구를 이어간 데 이어, 신윤호가 4이닝 동안 한 번의 안타도 내주지 않으며 승리에 팀을 가까이 오게끔 했다. 특히 후반부 신윤호, 원종해가 흔들린 틈을 육선엽이 제대로 막아내며 경기의 승리를 알렸다.
 
 장충고의 결승 진출에 공헌했던 김동주(왼쪽), 정준영(오른쪽) 선수의 모습.

장충고의 결승 진출에 공헌했던 김동주(왼쪽), 정준영(오른쪽) 선수의 모습. ⓒ 박장식

 
특히 1회 초 선취득점은 안산공고가 해냈지만, 1회 말부터 다섯 점의 득점을 올린 장충고의 타선이 매서웠다. 특히 안산공고의 김한구가 7회 신윤호의 공을 공략해낸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며 추격해오자, 같은 회 말 대타로 나선 박찬이 안산공고의 마운드를 공략하는 싹쓸이 3루타로 반격했다.

안산공고는 9회 초 2사 상황 상대를 난타하며 극적인 추격을 시도했지만 뜻밖의 일로 추격이 막혔다. 득점주자 안병용이 홈플레이트를 밟지 않는 '누의 공과'를 범한 것. 이때 장충고 안방마님 김동주의 눈이 빛났다. 김동주는 주심에게 이를 알렸고, 주심 역시 다음 타자가 들어올 때 누의 공과를 알렸다. 7-3의 스코어로 장충고가 2년 만의 전국대회 결승에 진출한 순간이었다.

준결승 2차전에서는 충암고등학교의 강수에 흔들리지 않은 북일고의 승리였다. 북일고등학교는 이미 홍준서의 1타점 적시타가 2회에, 3회 김민준의 1타점 2루 적시타가 터지며 2-0으로 앞선 상황이었다. 그러던 3회 초, 충암고의 이영복 감독이 볼 판정에 항의하며 선수단 철수를 지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단 한 명의 선수만을 남겨둔 채 그라운드가 텅 비었다. 선수단 철수라는 강수 끝에 대치가 벌어졌고, 결국 주심이 '일정 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몰수패를 선언하겠다'는 말을 하자 선수단들이 복귀하며 다시 경기가 재개되었다. 하지만 북일고는 경기 재개 이후에도 이승현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올리며 분위기를 뺏기지 않았다.

충암고도 3회 말 두 점을 따라갔지만, 바로 다음 이닝에서 4번타자 문현빈이 깨어났다. 문현빈은 상대와의 차이를 더욱 벌리는 투런포를 때려냈다. 빨랫줄처럼 우중간을 지나 담장 너머로 빨려들어간 타구는 스코어를 5-2로 만들었다.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갈라놓았다. 

북일고는 9회에도 한 점을 더 올려 6-2로 승리를 거뒀다. 이상군 감독이 부임해 팀을 리빌딩한 지 3년 만에, 선수들은 9년 동안 선배들이 하지 못했던 우승 도전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고 문학의 그라운드 위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어떤 학교가 봄바람에 웃을까
 
 신세계·이마트배 준결승에서 홈런을 쳐내며 팀 승리에 공헌한 북일고 문현빈 선수.

신세계·이마트배 준결승에서 홈런을 쳐내며 팀 승리에 공헌한 북일고 문현빈 선수. ⓒ 박장식

 
10년 만에 펼쳐지는 봄의 고교야구 결승이다. 심지어 지금까지의 고교야구 대회 중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었던 대회였다. 88개 학교가 참가한 가운데 치러진 18일 동안의 열전에서 이제는 단 두 개의 학교만이 남았다. 이제는 두 학교가 선수들 스스로의 모든 것을 걸고 마지막 열전에 나설 차례다.

신세계·이마트배에는 우승이라는 명예보다 더 큰 실리도 있다. 신세계그룹은 대회 우승팀에게 장학금 3천만 원과 용품 2천만 원 등 총 5천만 원을 후원하는 등, 4강에 든 학교에게 1억 원 상당의 후원을 약속했다. 우승을 통해 선수들이 스스로 더욱 나은 환경에서 야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장충고교에게는 선배들이 이뤘던 청룡기에서의 영광 재현이라는 목표가 있다. 장충고는 한 명의 에이스에게 집중되지 않은 마운드가 강점이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모두 투수판을 밟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어떤 투수가 2년 만의 우승을 견인할 지 주목하는 것이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에 맞서는 북일고교에게는 그간 이루지 못했던 '명가 재현'이라는 일념이 있다. 선수들도 "명문 학교 소리를 듣지 못한 것이 한이었다"라고 말하곤 했고, 북일고 출신으로 지휘봉을 잡은 이상군 감독도 "프로야구 코치 때, 감독 때 밟았던 문학에서 아이들과 신나게 놀고 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었다.

이번 대회 전체를 통틀어 넉 점밖에 내주지 않았던 북일고등학교, 모든 투수가 한 데 투입될 수 있는 경쟁력을 지닌 장충고등학교 중 어떤 학교가 결승전에서 웃을지 주목된다.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지는 결승전은 11일 오후 6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시구로 시작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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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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