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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을 지나다 직접 본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가게 간판 등을 보면서 Y2K 유행을 실감했다.
  이태원을 지나다 직접 본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가게 간판 등을 보면서 Y2K 유행을 실감했다.
ⓒ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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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청청 패션으로 꾸민 나의 20대 때 사진을 본 대학생 딸이 물었다.

"엄마! 아직도 이 옷 갖고 있어요?"
"작아져서 벌써 버렸지. 왜?"
"아, 한 번 입어 보고 싶어서~ 지금 이런 스타일이 유행이라니까요."


요즘 딸은 'LEE'라고 크게 프린트된 티셔츠를 자주 입는다. 우리 젊을 때 유행하던 청바지 브랜드였다. 반가워서 물었더니 엄마도 아냐며, 젊은이들 사이에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에 유행했던 세기말 패션, 일명 Y2K가 재유행이란다.

나는 '이 브랜드는 당시 많은 청바지 브랜드 중에서도 거친 카우보이 감성을 내세우는 브랜드여서 주로 남자가 선호했다'고 부연하며, 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20여 년 전 인기를 끌었지만 자취를 감췄던 청바지 브랜드 '트루릴리전'이 재출시되었다는 신문 기사나 이태원을 지나다 직접 본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가게 간판 등을 보면서 Y2K 유행을 실감했다.

패션잡지 역시 올봄 주요 패션 키워드로 'Y2K'를 꼽으며 다투어 기사를 싣고 있다. Y2K의 Y는 Year(년), 2K는 1000을 나타내는 kilo(킬로)와 합쳐져 2000년을 의미한다. 크롭티(배꼽 보이는 짧은 상의), 로우라이즈(골반이 드러날 정도로 내려 입은 하의), 부츠컷(발목 부문에서 넓게 퍼지는 통 넓은 바지), 상·하의 색을 통일한 벨벳 원단 운동복 등이 대표적 Y2K 스타일이다. 원색, 형광색 등 발랄한 색상과 세기말적인 화려하고 과장된 표현이 특징이다.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짧은 영상 앱 '틱톡'에서 #Y2Kfashion 해시태그가 3억 회를 넘었다. 우리나라 카카오스타일의 쇼핑 앱 지그재그에서도 올해 1~2월 데이터 분석 결과 전년 동기 대비 Y2K 패션 관련 상품 검색량이 61배, 상품 거래액이 18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행은 돌고 돈다' 하고 '해 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어떤 매력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것일까?

엄마가 보던 영화에 나온 그 옷, 신선하네 

먼저, 몇 년간 Z세대에게 꾸준히 인기를 끈 빈티지(vintage) 패션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Z세대는 1997년생에서 2007년생(현재 만25세~15세)으로 본다. 이들의 소비 특징은 '자기중심적' 소비다.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고 맞춤형을 선호한다. 새 옷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낡은 듯 멋진 느낌을 주는 빈티지 패션과 잘 맞아떨어졌다. 현재 대량 생산되는 똑같은 옷이 아닌 빈티지 옷은 '유일한' 옷, 특별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홍대 앞에서 빈티지 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은(23)씨는 "기성세대에게는 한물간 패션이지만, Z세대는 신선하게 느낄 수 있다. Z세대가 Y2K 브랜드를 일부러 찾았기보다 그 시대의 감성을 찾다 보니 당시 유행하던 브랜드가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대표 포스터. Y2K 패션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대표 포스터. Y2K 패션을 엿볼 수 있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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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1997년 외환위기 IMF 사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5명이 걸어오는 드라마 포스터에 당시의 Y2K 패션을 재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오버롤즈, 일명 '멜빵바지'의 한쪽 어깨끈을 내려 짧은 상의로 허리를 드러나게 하는 것이 지금 그대로 유행하고 있다.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나 영화뿐 아니라 당시 나온 드라마와 영화 또한 Y2K 패션 유행의 제공자로 볼 수 있다. Z세대가 Y2K 시절 영화를 일부러 찾아보지 않아도 유튜브나 영화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

1994년에서 2004년까지 방영된 미국 시트콤 <프렌즈>는 최근 한 영화스트리밍 사이트에 전편이 공개되었다. 당시 스타일을 자주 접하면서 시각적으로 익숙해지니 지금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기 쉬워졌다.
 
요즘 MZ세대는 미드 <프렌즈>의 패션 아이템에 열광한다.
 요즘 MZ세대는 미드 <프렌즈>의 패션 아이템에 열광한다.
ⓒ 프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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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20대 때 외할머니가 양장점에서 비싸게 맞춰서 아끼느라 몇 번 안 입은 오렌지색 볼레로와 잠자리를 수놓은 나팔바지를 입었더랬지."

나는 딸에게 아버지의 양복장을 뒤져 와이셔츠에 끈 넥타이를 매거나, 오래된 맞춤 코트를 찾아 입어 멋쟁이 소리를 듣던 친구 이야기도 해줬다. 목이 가늘든 굵든 딱 맞게 둘렀던 벨벳 초커, 화려한 큐빅이 박히고 두꺼웠던 패션 벨트... 딸과 패션에 관련된 대화가 늘었다.

지구 종말론과 새천년이라는 불안과 기대가 공존했던 90년대 상황과 코로나 지속과 종식이라는 불안과 기대를 함께 느끼는 현재 상황이 비슷하기 때문에 Y2K 패션이 유행한다고 보는 이도 있다.

무엇보다 나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로 세대 간 갈등의 폭풍이 지나간 요즘, 패션 이야기로 세대를 뛰어넘는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부모 세대가 즐겼던 패션을 아이 세대에서 다시 즐긴다. 세대 간의 다름보다는 공감을 느끼게 해준 Y2K 패션을 함께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태그:#Y2KFASHION, #Z세대, #빈티지, #스물다섯 스물하나, #세기말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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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으로 세상의 나뭇가지를 물어와 글쓰기로 중년의 빈 둥지를 채워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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