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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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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대선은 늘상 내전에 버금가는 전쟁이다. 20대 대통령선거도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그 결과가 초박빙이라 그런지 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나가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은 대선 결과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대선 후 최대의 핫 이슈가 된 윤석열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청와대 공원화' 공약 관련해, 뉴스1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리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지난 3월 30일 발표되었다.

거기 찬성한다는 응답이 44.3%(매우 찬성 22.2%, 찬성하는 편 22.1%)이었고, 반대 응답은 51.9%(반대하는 편 14.7%, 매우 반대 37.2%)였으며, 모름 또는 무응답은 3.8%이었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그 찬반 실상에 아연실색했다. 찬성은 국민의힘 지지층(86.2%), 보수층(75.1%), TK(71.4%), 60대 이상(56.8%)이고, 반대는 민주당 지지층(93.3%), 호남(83.3%), 진보층(80.1%), 40·50대(60.7·63.4%)로 나타났다. 당분간은 그 어떤 안건을 올려도 이런 분열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되기에, 대한민국은 아직 대선 진행 중이라고 보는 것이다.

세계갈등지수 1위 국가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번 대선 결과만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또 있을까?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48.56%(득표수 1639만4815표),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47.83%(1614만7738표)로 그 격차가 0.73%p에 불과하다. 두 후보가 획득한 지지율이 96.39%로, 제3지대는 전멸했다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반쪽으로 갈렸다.

이러다보니 패배한 쪽에선 패배가 실감나지도 않을 것이고 패배를 인정하기도 힘들 것은 이해되고도 남는다. 요즘 진보진영에서 주최하는 모임에 가 보면, 정권교체 곧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대한 충격과 격분과 자책 그 절망감이 심각함을 느끼게 된다. 적대적 진영정치의 폐단과 진보-보수진영간 적대의식을 재삼 확인하면서, 윤석열 당선인은 이 분열의 상처, 이 견고한 장벽을 녹여내고 이 사회를 어떻게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인가 가슴을 치게 된다. 

세계 최고의 갈등지수 국가 대한민국, 그 갈등의 원천인 여의도 정치

지난해 6월, 영국 명문대 킹스 컬리지(King's College)에서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갈등지수 세계 1위 국가'로 명시되었다. 전세계 28개국의 시민 2만8천여 명을 대상으로 빈부격차, 지지정당, 정치 이념 등 12개 갈등 항목에 대해 얼마나 심각하다고 느끼는지를 조사했는데, 우리나라 경우 이념·정당·빈부·세대·성별·학력·종교 등 7개 갈등 항목에서 '심각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사회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데, 오히려 우리 사회의 모든 갈등의 정점에 정치가 자리 잡고 있으며 여의도 국회는 갈등을 조장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동물국회, 식물국회 등 국민들이 오히려 이전투구의 싸움판에서 늘 뒹굴고 있는 정치권 향해 "제발 싸우지 말라"고 호소하는 지경이다.

극악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려면 적대적 진영정치에 갇힌 정치권의 갈등지수부터 낮추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민심이 그대로 반영되는 선거제도로 바꾸자는 움직임이 계속 되는 것도, 사회적 이슈마다 이해관계 당사자들이 모여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어내면서 사회갈등지수를 낮추고 사회갈등비용을 줄여나가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하루빨리 도입하자는 주장도 모두 그런 고민에서 나오는 것이다.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단시일 내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루면서 세계 10대 경제대국에 이른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지만, 극도에 달한 사회 갈등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해 진정한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멈칫하고 있다.

헌법 제1조 1항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했고, 민주주의 정치란 '공존의 기술'인데, 지금 우리 정치권은 정치를 반대편을 궤멸시키는 것으로만 다들 여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거짓과 술수와 계략과 꼼수가 판을 치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목적 달성하려 덤비는 이전투구 현장이 되고 있다. 그런 적대적 진영정치 속에서 사회 전체도 심각하게 병들어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서 "치유"라는 말을 듣게 되기를
 
지난 2021년 11월 19일, 여의도 외백에서 열린 국민포럼 창립식
▲ "2022대선의 시대담론은 통합인가? 제3지대 플렛폼인가?" 지난 2021년 11월 19일, 여의도 외백에서 열린 국민포럼 창립식
ⓒ 정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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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실 앞에서 나는 새롭게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가 이 시대의 역사적 과제인 국민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요청한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선진화, 그 미래를 결정지을 요인이기도 하다.

2년 전,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제는 치유의 시간(This is the time to heal in America)"이라며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그런 관습은 지금 당장 중단돼야 한다"라고 국민통합 호소하던 감동스런 기억이 난다. 그처럼 오는 5월 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갈등과 분열로 갈갈이 찢겨져 그 어느 때보다 치유가 필요한 상처투성이 대한민국을 다시 회복시킬 "치유"라는 말을 듣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태그:#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이전, #용산 집무실, #청와대, #국민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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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정권교체동행위원회 장애인복지특별위원장, 대구대학교 한국재활정보연구소 부소장,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맹 수석부회장,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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