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이 군 입대로 김천 상무 유니폼을 입었고, 유망주 오세훈마저 새 시즌을 앞두고 갑자기 J리그로 떠난 울산 현대는 리그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는 일이 힘들어 보였다. 드리블 능력이 뛰어난 바코를 맨 앞에 세워야 하는 제로 톱 전술까지 꺼내들 정도로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울산은 9번이 적힌 마지막 퍼즐 조각에 브라질 출신의 새 골잡이 레오나르도의 이름을 적었고 약 한 달 만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게 되었다.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게임까지 포함해서 4게임 연속골을 터뜨린 것이다. K리그 1 세 게임 연속골 기록도 모자라 그 모든 골이 결승골로 찍혔으니 효율성 면에서 따라올 선수가 없다.

홍명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27일 오후 2시 문수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22 K리그 1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 매치를 간판 골잡이 레오나르도의 결승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기고 단독 1위 자리를 굳게 지켰다.
 
 2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울산 임종은이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레오나르도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27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에서 울산 임종은이 팀의 두 번째 골을 넣고 레오나르도와 함께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레오나르도의 놀라운 득점 감각

이 게임은 이례적으로 A매치 휴식기에 열렸다. 1주일 전(3월 20일)으로 예정된 시즌 첫 동해안 더비였지만 울산 현대 선수단에 코로나19가 엄습한 이유로 급하게 연기된 것이었다. 격리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이 몇 명 있었고, 벤투호에 불려간 국가대표 선수들(GK 조현우, MF 원두재, DF 김영권, 김태환)의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일정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승세의 포항 스틸러스를 감당하기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강팀의 진정한 실력은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빛나야 한다는 사실을 울산 선수들이 게임을 통해 보여주었다. 발 빠른 날개 공격수 엄원상이 전반전에 교체 선수로 등장해 분위기를 단번에 휘어잡았고 후반전에 그들이 원하는 결과를 완벽하게 만들어냈다. 

울산의 새 골잡이 레오나르도는 후반전 시작하자마자 결정적인 가로채기로 골 기회를 만들었다. 포항 스틸러스 센터백 그랜트의 실수를 틈타 공을 몰고들어가면서 엄원상과 2:1 패스 줄기를 만들었고 골문 바로 앞에서 오른발 슛으로 끝내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레오나르도의 슛 타이밍을 예측한 포항 스틸러스 수비형 미드필더 신광훈이 포기하지 않고 몸 날려 막아내는 바람에 오른쪽 기둥 하단을 때리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그리고 70분에 다시 한 번 찾아온 기회에서 레오나르도의 골 결정력이 반짝반짝 빛났다. 미드필더 이규성의 날카로운 스루 패스를 받은 레오나르도가 정교한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다가 오른발 슛을 절묘하게 꺾어 때려 골문 왼쪽 하단 구석을 뚫어낸 것이다. 몸 중심이 무너지면서도 정확한 임팩트를 구사한 레오나르도의 유연한 발목을 확인할 수 있는 명장면이었다.

이 골로 레오나르도는 보기 드문 K리그 3게임 연속 결승골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3월 6일 전북 현대와의 어웨이 게임 1-0 결승골부터 시작한 레오나르도의 알토란 득점 행진은 3월 11일 FC 서울과의 홈 게임 페널티킥 2-1 결승골에 이어 이번 동해안 더비까지 이어진 것이다.

울산 선수들은 87분에 코너킥 세트 피스까지 완벽하게 쐐기골로 만들어내며 6552명 홈팬들에게 3월의 마지막 선물을 안겨주었다. 후반전 교체 선수 아마노 준이 오른쪽 코너킥으로 올린 공을 센터백 임종은이 달려와 솟구치며 이마로 돌려놓은 슛이 포항 스틸러스의 골문 왼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유일한 무패(5승 1무, 9득점 2실점) 기록으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킨 울산 현대는 다음 달 2일(토)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구장으로 찾아와 2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만나게 된다. 포항 스틸러스는 그 다음 날 오후 4시 30분 FC 서울을 홈으로 불러 부분 공사를 끝낸 스틸야드 시즌 첫 게임을 펼친다.

2022 K리그 1 결과(27일 오후 2시, 울산 문수)

울산 현대 2-0 포항 스틸러스 [득점 : 레오나르도(70분), 임종은(87분,도움-아마노 준)]

울산 현대 선수들
FW : 레오나르도
AMF : 최기윤(27분↔엄원상), 윤일록(73분↔아마노 준), 오인표(82분↔김재성)
DMF : 이규성(73분↔김성준), 이청용
DF : 이명재, 임종은, 박용우, 설영우
GK : 조수혁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
FW : 이승모(46분↔허용준)
AMF : 임상협, 고영준(77분↔모세스), 정재희(67분↔완델손)
DMF : 신진호, 신광훈(86분↔김용환)
DF : 심상민, 그랜트, 박찬용, 박승욱
GK : 윤평국

2022 K리그 1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16점 5승 1무 9득점 2실점 +7
2 인천 유나이티드 FC 13점 4승 1무 1패 5득점 2실점 +3
3 제주 유나이티드 11점 3승 2무 1패 5득점 4실점 +1
4 포항 스틸러스 10점 3승 1무 2패 8득점 6실점 +2
5 강원 FC 8점 2승 2무 2패 6득점 5실점 +1
5 김천 상무 8점 2승 2무 2패 6득점 5실점 +1
7 대구 FC 7점 2승 1무 3패 8득점 10실점 -2
8 수원 FC 7점 2승 1무 3패 7득점 7실점 0
9 수원 블루윙즈 6점 1승 3무 2패 6득점 7실점 -1
10 FC 서울 5점 1승 2무 3패 5득점 7실점 -2
11 전북 현대 5점 1승 2무 3패 3득점 6실점 -3
12 성남 FC 2점 2무 4패 3득점 10실점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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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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