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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음 종료 안내메일
 카카오음 종료 안내메일
ⓒ 카카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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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발신인은 '카카오 음'이었고 서비스를 4월 29일 자로 종료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솔직히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카카오 음'은 2021년 6월 베타 서비스 출시 후 음성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확장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습니다. 초기 증가추세는 줄어들었고, 2022년에 들어서는 눈에 띄게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베타 서비스부터 '카카오 음'에서 시 낭독을 해오던 저로서는 피부에 와 닿을 정도였습니다.

'카카오 음'뿐만이 아닙니다. 정확한 통계가 없어서 수치로 증빙할 수는 없지만, '클럽하우스'의 이용자 숫자 또한 과거에 비에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방을 열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전만큼 이용자가 유입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팔로워'가 많아도 마찬가지인 상황입니다. 저 또한 클럽하우스의 경우 팔로워가 1천 명을 훌쩍 넘어가지만, 방을 열면 참여하는 사람은 열 명을 넘기 쉽지 않습니다. 가입만 하고 활동하지 않는 팔로워도 많고 애플리케이션을 지워버린 팔로워가 그만큼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도 '클럽하우스'는 '카카오 음'보다는 상황이 낫습니다. 이전보다는 이용자 수가 줄기는 했지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한국이라는 작은 지역(언어적인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카카오 음'보다 낫다는 것일 뿐 '클럽하우스'도 특별한 대책이 없이는 '카카오 음'과 같은 결과를 맞이할 가능성이 큽니다.

음성 애플리케이션의 한계

'음성 애플리케이션'은 태생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기존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비교해서 살펴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카카오 음'이 '모임'의 형태가 강하기는 하지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라는 유사성과 화자가 발화(텍스트)로서 하고 싶은 얘기를 하고, 청자들이 듣는다(텍스트를 읽는다)는 방식에서 기존의 SNS와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쉽게 생각하면 텍스트가 음성으로 변화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정보의 흐름'은 유사하지만, 정보가 어떻게 쌓이고 공유되는지에 대한 부분은 다릅니다. 특히 음성 애플리케이션의 치명적인 단점은, 정보의 '누적'과 '공유'입니다.

페이스북 등은 사용자가 자신의 SNS에 글을 남겨놓으면 그 글에 대해서 팔로워가 답글을 달 수 있습니다. 언제든 소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 음'은 불가능합니다.

기존의 SNS는 '텍스트'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공간을 넓혀 사용할 수 있지만, '카카오 음'은 휘발성이 강한 '말(음성 언어)'을 사용하기 때문에 즉시적 소통성만을 가집니다. 이는 '현장성'이라는 장점으로 반향(反響)되기도 하지만, 효과는 미미할 뿐입니다.
  
휘발성이라는 극복할 수 없는 한계

인터넷 시대에서 '휘발성'은 극복할 수 없는 단점입니다. 왜냐하면, 휘발성은 '데이터를 쌓지 않는다'라는 의미와 같기 때문입니다. 인터넷 동영상 저장사이트인 유튜브를 생각하면 쉽습니다. 유튜브에서 동영상 데이터를 모조리 삭제한다면, 유튜브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러한 단점을 알기 때문에 '클럽하우스'에서 '다시 듣기(Replay)' 서비스를 시작한듯 합니다. 하지만 동영상의 플레이와 말의 다시 듣기는 선천적으로 다릅니다. 왜냐하면, 다시 듣기는 말 그대로 '다시 듣는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동영상이나 음성파일 모두 다시 플레이하는 것은 같지만, '재생'의 거부감은 음성파일이 동영상보다 훨씬 큽니다.

특히, 말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선 오래 귀를 기울여야만 합니다. 이는 텍스트를 읽는 것만큼이나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호기심에 몇 번 접근하다가도 익숙하고 편리한 기존 동영상 서비스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텍스트 시대, 말을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말에 대한 부담감'도 큰 역할을 했을 것입니다. 현실에서는 말이 가장 중요한 소통 수단이지만 스마트폰과 인터넷에서는 글이 말을 앞섭니다. 말하기를 불편해해서 말로 하는 것보다 글을 써서 대화하는 것을 더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실제로 '카카오 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점 중의 하나가, 청취자를 참여자로 이끌어 내는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얘기를 듣기 위해선 청취자의 참여가 필요한데, 항상 어려웠던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작년 6월 '카카오 음'이 베타 서비스를 시작할 때부터 매일 새벽 6시 '시를 읽는 아침'이라는 시 낭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4월 29일까지 운영할 계획입니다). 때로는 매일, 쉬지 않고 시를 읽었으니 읽어낸 시의 양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카카오 음'의 사업 철수는 아쉽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독자를 만날 수 없었던 시기 '카카오 음'을 통해서 여러 지역, 다수의 독자와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카카오 음'은 끝났지만, 무의미한 실패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성공이란 무수한 시행착오 위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카카오 음'이 있어 10개월 동안 저처럼 행복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4월 29일 종료되는 '카카오 음' 서비스를 바탕으로 '카카오톡'이 한 발 더 발전하는 국민 메신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태그:#카카오음, #클럽하우스, #음성애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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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기'보다 '시 읽기'와, '시 소개'를 더 좋아하는 시인. 2000년 9월 8일 오마이뉴스에 첫 기사를 송고했습니다. 그 힘으로 2009년 시인시각(시)과 2019년 불교문예(문학평론)으로 등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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