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배우 강미나 인터뷰 이미지

ⓒ 젤리피쉬


"한애진을 보고 사람들이 '조선판 MZ세대'라는 별명을 달아주셨더라. 그 말에 너무 공감한다."

당당하게 사랑을 고백하고 방황하는 왕세자의 뺨을 때리는가 하면, 여인은 규방 밖을 벗어날 수 없다는 금기를 어기고 남장을 하고 금강산으로 떠나는 엔딩까지. KBS 2TV 드라마 <꽃 피면 달 생각하고>에서 한애진은 그야말로 '조선판 MZ세대'다운 독특한 캐릭터였다. 조선시대 여자에게 주어진 제약에 순응하지 않는 한애진을 연기한 강미나는 "올바름을 실천하는 애진에게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배우 강미나를 24일 오전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22일 종영한 <꽃 피면 달 생각하고>는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금주령의 시대, 생계형 밀주꾼 강로서(이혜리 분)와 밀주꾼을 단속하는 원칙주의 감찰 남영(유승호 분)의 아슬아슬한 추격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다. 강미나는 병조판서 대감의 무남독녀 외동딸 한애진 역을 맡아 연기했다. 그는 처음에 한애진 캐릭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채로 출연을 결정했다고 깜짝 고백했다.

"(미팅을 할 때) 처음 받았던 대본에는 한애진 역할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었다. 대본이 2부까지 밖에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그래도 너무 재밌었다. 예진이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은 (인물 설명) 딱 한 줄 밖에 없었는데 처음 만난 감독님과 1시간 30분 동안 수다를 떨었다(웃음). 너무 독특하고 조선시대에 없을 법한 캐릭터라 마음이 갔다. 감독님과 쿵짝도 잘 맞았고. 아직 예진이에 대해 잘 모르지만 감독님을 믿고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역할을) 맡겠다고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한애진은 귀한 가문에서 태어나 늘 좋은 대접을 받고 자랐지만 '여인은 규방 밖을 벗어나선 안 된다'는 유교 이념 때문에 그렇게 원하는 금강산에는 가지 못한다. 그러나 그는 운명에 순종하지 않고 몰래 도둑질을 하는 것으로 금강산에 가지 못하는 헛헛함을 푸는 발칙한 성정의 인물이기도 하다. 강미나는 처음에는 애진 캐릭터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황인혁 감독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인사를 꺼내자마자 제일 첫 마디로 "얘는 대체 왜 물건을 훔쳐요?"라고 물었을 정도라고.

"애진이가 물건을 훔치는 게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 그래도 이걸 어떻게 하면 좀 미워보이지 않게 풀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과 만났을 때도 가장 먼저 '왜 여기서 얘는 물건을 훔치냐'고 물었을 정도로 이해가 안 갔다. 이후에 대본을 보면서 점점 애진을 이해하게 됐다. 조선시대에 이런 환경에서 자랐고, 갇혀있던 틀을 벗어나는 캐릭터를 (감독님과 작가님이) 보여주고 싶으셨구나. 그러면서 애진의 일탈이 이해가 가더라."

'조선시대 MZ세대'라는 별명답게 한애진은 톡톡 튀는 캐릭터였기에 자칫 주변 인물들이나 드라마의 분위기에 잘 어우러지지 못할 수도 있었다. 강미나 역시 "나만 현대극처럼 보이면 어떡하지"라는 고민을 했단다. 그러면서도 그는 연출을 맡은 황인혁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조금씩 작품에 맞는 톤을 찾아나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특히 강미나는 황 감독의 믿음 덕분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다고도 말했다. 

"'뻔하지 않은 것, 더 웃기고 색다른 것'을 찾으려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감독님은 무엇보다 제가 하고싶은 걸 다 하게 해주신 분이었다. 배우에 대한 믿음을 주셨다. 저도 감독님을 믿고 했다. 감독님과 이런 대화를 한 적이 있다. 현장에서 내가 '이렇게도 하고 싶고 저런 것도 하고싶다. 어떤 게 낫겟냐'고 물었더니, 감독님이 '둘 다 해. 내가 편집하면서 결정할게'라고 하시더라. 결국 두 가지 방식으로 다 찍었는데 그때 너무 믿음이 가는 말이어서 기억이 난다."
 
 KBS 2TV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배우 강미나 인터뷰 이미지

KBS 2TV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배우 강미나 인터뷰 이미지 ⓒ 젤리피쉬

 
강미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신으로 한애진이 왕세자 이표(변우석 분)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꼽았다. 극 중에서 강로서를 짝사랑하는 이표에게 한애진은 "강로서 낭자는 남영 도령을 연모하지 않습니까. 남영 도령도 강 낭자를 연모하고요. 도련님만 저를 연모해주시면 모든 게 해결됩니다"라며 "그 아까운 마음 낭비하지 말고 제게 주시면, 제가 귀하게 아껴드리겠습니다"라고 애절하게 마음을 전한다. 그는 이 장면을 연기하면서 애진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애진이는 원하는 걸 다 가지면서 살았는데, 유일하게 갖지 못한 게 첫사랑이었다. 그런 간절함과 풋풋함이 묻어나야 하는 장면이라 되게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만큼 갖고 싶고 사랑이 처음이니까 표현할 방법은 모르고. 애진이의 애달픈 마음이 느껴져서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저도 애진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살짝 피곤하겠지만(웃음). 꿈만 꾸는 게 아니라 애진이는 늘 행동으로 실천한다. 저는 사실 애진이 만큼 솔직하지는 못한 것 같다. 저는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데 애진이는 실천하고 나아가는 타입이니까."

2017년 방송된 MBC 드라마 <20세기 소년소녀>에서 한예슬의 아역으로 첫 연기에 도전했던 강미나는 어느덧 6년 차 배우가 되었다. 사극은 이번 <꽃 피면 달 생각하고>가 처음이었지만 그는 가수 출신 연기 선배인 이혜리와 tvN <드라마 스테이지-직립보행의 역사>에서 함께했던 배우 변우석 등 여러 동료들의 도움 덕분에 잘 이겨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강미나는 같은 고등학교 출신인 혜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귀띔했다. 

"제가 사극이 처음인데 촬영현장에 만약 혜리 언니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어떻게 됐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정도로 너무 잘 챙겨주셨다. 언니로서, 선배로서, 때로는 친구로서도 좋았다. 드라마 중간에도 가끔 (촬영 외에) 만나서 밥을 먹을 때도 있었는데 '힘든 것 없냐'고 물어주고 위로도 해줬다. 촬영할 때는 '이렇게 하면 네가 더 잘 나올거야' 가르쳐준 게 너무 많아서 힘이 많이 됐다."

<꽃 피면 달 생각하고> 촬영을 마친 강미나는 벌써 차기작 촬영에 돌입했다. 오는 하반기 방송 예정인 KBS 2TV 드라마 <미남당>에서 국정원 내 에이스 출신 남혜준으로 분한다. <미남당>에서는 한층 시니컬하고 어두운 캐릭터로 연기 변신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도 "꽉 채워서 일하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는 목표를 밝힌 그는 "저는 연기자로서 이제야 한 걸음 내디뎠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이다. 데뷔 때보다는 여유가 조금 생기지 않았나 싶다"면서도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다가 그런 얘기를 하지 않나. '쟤 누구야? 쟤 진짜 괜찮다'는 말을 듣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꽃피면달생각하고 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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